국내 1위 향초 ‘양키캔들’. 사진 아로마무역
국내 1위 향초 ‘양키캔들’. 사진 아로마무역

#사례 1. 서울 종로구에 사는 하모(49)씨는 집에서 형광등을 켜지 않는다. 하씨는 퇴근 후에 집에 가면 향초 워머(초를 녹이는 조명) 전원을 켠다. 향초를 사용한 지 2년째다. 하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양키캔들의 ‘린덴 트리’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면 비로소 집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말한다. 은은한 조명은 덤이다. 하씨에게 향초는 더 이상 집 안에 풍기던 음식 냄새를 잡는 도구가 아니다. 실내 장식은 물론 휴식을 돕는 생활필수품이다.

#사례 2.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37)씨는 출근길 집을 나설 때 ‘페브리즈 맨’을 뿌린다. 잦은 회식과 야근 때문인지, 독신남 특유의 남자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생긴 습관이다. 박씨가 선택한 것은 향수가 아닌 페브리즈. 페브리즈 맨은 남성을 고려해 만든 제품으로 기존 제품보다 2배 강력한 탈취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이제 박씨는 땀, 고기, 신발 냄새와 이별하고 쿨 아쿠아 향과 함께 출근한다.

세계 최초의 섬유 탈취제 페브리즈와 국내 향초 시장 점유율 1위 양키캔들이 냄새를 제거하는 탈취제를 넘어 향을 뿜는 ‘생활 속 향수’로 자리 잡았다. 페브리즈는 섬유 속 냄새를 잡는 본래의 기능 외에 옷에서 은은한 향이 나도록 한다. 페브리즈를 선보인 P&G는 섬유 유연제 다우니 향이 12주 동안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양키캔들이 대표주자인 향초는 공기 속 냄새를 잡는 양초를 넘어 방향제로 자리 잡았다. 양키캔들이 일으킨 방향제 시장은 디퓨저, 초음파 디퓨저 등으로 확대 중이다.

페브리즈는 P&G 과학자가 우연히 발견했다. 흡연자였던 토안 트린 P&G 과학자가 하이드록시프로필 베타 사이클로텍스트린(HPBCD)이란 물질을 실험한 날, 그의 아내가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다. 트린은 이튿날 HPBCD를 담배, 땀에 젖은 양말, 곰팡이가 핀 셔츠 등 악취 나는 곳에 뿌려봤다. P&G는 그렇게 악취를 제거하는 물질을 발견하고 1998년 미국에서 페브리즈를 선보였다.

P&G는 페브리즈 출시 초기에 냄새 제거 기능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인지 대부분의 소비자는 나쁜 냄새가 날 때만 페브리즈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기능만으로는 판매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P&G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나쁜 냄새가 발생할 때만 간헐적으로 페브리즈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냄새 제거 외에 상쾌함이 더해졌을 때 페브리즈를 더 자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페브리즈는 상쾌한 향, 은은한 향, 다우니 향, 허브 향, 가벼운 시트러스 향 등 총 7종의 향기(한국 기준)를 낸다. 페브리즈 맨도 두 가지 향으로 나뉜다.

P&G는 섬유유연제에도 향을 더했다. 본래 섬유유연제는 옷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P&G가 다우니를 발견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당시 시장에 나와 있던 합성세제는 옷을 깨끗하게 만들어줄 뿐 옷감을 빳빳하고 거칠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P&G는 이를 해결하고자 섬유를 부드럽게 만들고 정전기를 방지하면서 향기롭게 해주는 액체형 섬유유연제 다우니를 1961년에 선보였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다우니는 2012년 한국에 첫선을 보인 이후 6년 만에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양키캔들은 1969년 부모님 선물로 우유 팩을 이용해 향초 2개를 만든 17세 소녀 마이크 키트리지가 세운 50년 역사의 회사다. 미국 향초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으로, 양키캔들은 이 중 47%를 차지한다. 2위 업체의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양키캔들이 들어온 것은 아로마무역이 한국 총판 계약을 맺은 2007년부터다. 양키캔들은 업계 추정, 국내 향초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양키캔들은 주로 용기에 담긴 양초를 판매한다. 용기에 담긴 양초는 유리, 금속, 세라믹 용기에 초를 녹인 것으로 전체 양초 유통량의 32%를 차지한다. 김수현 코트라(KOTRA) 미국 시카고무역관은 “화재 위험이 적고 지저분하지 않아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양키캔들은 아로마무역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양키캔들이 진출한 전 세계 87개국 중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은 한국이 최초다. 2012년 10개 매장으로 시작한 양키캔들은 현재 150여 개 매장으로 늘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양초는 전체 매출의 67.3%가 대형마트, 백화점 등 소매 채널이 차지한다.

양키캔들이 불 지핀 향초 시장은 디퓨저로 확대됐다. 아로마무역 관계자는 “최근 2년 새 디퓨저의 성장이 두드러진다”며 “디퓨저 자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출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아로마무역의 양키캔들 향초와 디퓨저 매출 비중은 각각 60%, 1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차량용(20%), 캔들 워머 등 액세서리(10%)다.


P&G의 섬유 유연제 ‘다우니’와 탈취제 ‘페브리즈’. 사진 한국P&G
P&G의 섬유 유연제 ‘다우니’와 탈취제 ‘페브리즈’. 사진 한국P&G

한국인이 좋아하는 향 판매

P&G와 양키캔들은 미국 브랜드다. 미국인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향은 다르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향을 담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한다.

P&G는 세계에 선보인 페브리즈 향 중에서 한국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향을 출시한다. P&G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는 은은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향기를 좋아한다. 이에 P&G는 다우니 ‘보타니스’ 라인을 출시했다. 한국P&G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에게 맞는 향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심층 소비자 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P&G는 향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전 세계 향료 제조 전문가의 5~10%가 P&G에서 일한다. 이들은 고급 향수 제조 과정과 비슷한 기술을 이용해 페브리즈에 향을 더한다. 또한, P&G 미국 본사 아이보리데일 혁신 센터를 비롯해 브뤼셀 혁신 센터, 고베 기술 센터, 싱가포르 혁신 센터 등에는 5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일한다. 이들은 전 세계 소비자의 선호와 각 나라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

양키캔들 역시 지역별 맞춤 전략을 쓴다. 양키캔들 미국 본사는 2000여 종의 향을 갖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400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70여 종의 향과 1000여 종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아로마무역 관계자는 “한국에선 꽃 향, 과일 향, 프레시 향처럼 대중적이고 부드러운 향이 인기가 높다”며 “국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향을 주로 수입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방향제 사업 등으로 번진 유해성 의혹은 위험요소다. 김수현 무역관은 “파라핀 왁스(석유에서 나오는 잔여물을 정제해 만든 오일) 소재를 대신한 무독성 친환경 향초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초를 태울 때 독성이 없는지를 중요시하면서 유명 양초 제품 중 소이 왁스(콩에서 추출한 오일) 등의 소재를 이용한 향초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로마무역 관계자는 “양키캔들은 파라핀 왁스 100% 또는 파라핀 왁스와 소이 왁스를 섞어 만들지만, 사용하는 파라핀 왁스는 우유팩 내부를 코팅하는 소재와 같은 것으로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고 말했다. 한국P&G는 “모든 제품은 국제향료협회의 안전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