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향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5월 6일 오후 1시, 서울 방배동의 한 커피빈 매장. 문을 열자 진한 커피 향이 확 풍겨 식욕을 자극했다. 옅은 화장을 한 직원은 “커피 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과도한 화장은 금지돼 있고 향수는 아예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커피숍과 베이커리는 판매하는 음식의 향기 자체가 지나가던 고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강력한 무기다. 매장 직원들이 불필요한 향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음식 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애플이 스마트폰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듯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커피를 더 많이 마시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커피의 향기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가장 불쾌해하는 경험’이 컵에 묻은 핸드 로션 냄새를 맡거나 카페라테에서 아주 미세하게라도 향수의 향을 느끼는 것이라는 답도 얻었다. 커피콩은 냄새를 쉽게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타벅스 직원들은 향수는 물론 향기가 나는 로션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스타벅스는 커피 이외의 메뉴 구성도 커피 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베이글과 머핀, 스콘 등으로 꾸렸다. 아울러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콩의 경우 봉투를 누르면 작은 구멍을 통해 구수한 커피 향이 확 풍긴다. 이는 투썸플레이스 등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에는 리저브 매장을 통해 향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리저브 매장은 고객이 본인의 입맛에 맞는 원두를 골라 원하는 방식으로 추출하는 형태의 럭셔리 매장이다. 이 매장에서는 고객이 바에 앉아 원두와 추출 방법을 고르면 바리스타가 시향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리저브 매장은 일반 매장에 비해 커피 향이 더 강한 편”이라며 “시향 서비스에 대한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리저브 매장은 서울 압구정로데오점, 소공동점, 이태원거리점 등 전국 87곳에 있다.

더 본격적인 향기 마케팅을 진행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도 있다. 달콤커피는 매장을 찾는 고객을 위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을 향에 담았다. 시그니처 향의 이름은 ‘바닐라 버번’이다. 고소하고 달콤한 바닐라 향 베이스에 열대과일 코코넛, 천연 꿀의 달콤함이 조화된 향이다. 달콤커피 관계자는 “시그니처 향은 매장에서 풍기는 진한 커피 향에 녹아들어 독특한 향을 발산한다”고 설명했다. 달콤커피는 시그니처 향을 디퓨저와 캔들(향초) 등 별도 상품으로도 개발해 매장에서 팔고 있다.

또 향을 만드는 조향 업계에 따르면 일부 베이커리에서는 빵을 갓 구운 듯한 ‘빵 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매장에 뿌린다. 디저트 전문점에서도 식욕을 당길 수 있는 초콜릿 향, 쿠키 향 등을 만들어 사용한다. 한 조향사는 “많은 매장에서는 고객에게 향기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일부러 알리지 않는다”라며 “인공적인 향이 나는지를 모르고 있을 때 마케팅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판매 중인 커피콩 봉투. 봉투를 누르면 구수한 커피 향이 나온다. 사진 김문관 기자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판매 중인 커피콩 봉투. 봉투를 누르면 구수한 커피 향이 나온다. 사진 김문관 기자
던킨도너츠의 후각·청각 연계 광고. 사진 던킨도너츠
던킨도너츠의 후각·청각 연계 광고. 사진 던킨도너츠

던킨도너츠·도미노피자, 후각과 청각 동시 자극 마케팅

이색적인 향기 마케팅도 적지 않다. 던킨도너츠는 ‘향기 나는 라디오’라는 후각과 청각이 결합된 마케팅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던킨도너츠는 매장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커피 향을 경험하게 해 자연스럽게 매장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버스에서 나오는 라디오 광고를 만들었다. 던킨도너츠 매장 근처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할 때, 던킨의 징글(로고송)이 나오게 하고, 이 로고송이 나올 때마다 버스 안에 설치된 커피 향 분사기가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 승객은 자연스럽게 커피 향을 맡게 됐고 라디오를 통해 ‘던킨 커피가 이번에 내리는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멘트를 듣게 됐다. 던킨도너츠에 따르면 이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매장 방문객 수가 16% 증가하고, 커피 판매량은 30% 늘었다.

미국 피자 회사인 도미노피자는 브라질에서 실험적인 향기 마케팅을 실시했다. 상파울루와 리오데자네이루에 있는 DVD 대여점 총 10곳과 제휴해 DVD 타이틀에 ‘열잉크’를 붙여서 대여했다. DVD 플레이어가 돌아가면 그 열에 의해 피자냄새가 집 안에 풍기는 방식이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피자 향이 공간을 채우고, 이는 피자 주문 증가로 이어졌다.

영국 케이크 회사인 미스터키플링은 케이크 향이 풍기는 버스 정류장 광고판을 도입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향을 맡게 했다. 광고판을 통해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동시에 전국 19개 버스정류장에서는 하루에 500개씩 신제품을 무료로 나눠줬다. 이 캠페인은 대성공을 거둬 휴일마다 색다른 케이크 향기를 풍기는 광고판 도입으로 이어졌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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