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미국의 액상 전자담배 ‘쥴’이 이달 말 한국에 정식 출시된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2017년 한국에 첫 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사진 블룸버그
‘담배 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미국의 액상 전자담배 ‘쥴’이 이달 말 한국에 정식 출시된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2017년 한국에 첫 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사진 블룸버그

직장인 이승균(31)씨는 올해 2월 미국에서 구매한 액상 전자담배 ‘쥴(JUUL)’을 애용한다. 미국에서 산 ‘쥴 스타터 키트(기기·충전기, 액상 카트리지 4개 포함)’의 가격은 49.99달러(약 5만9000원). 성인이 된 이후 꾸준히 담배를 피웠던 그는 최근 유행한 전자담배를 종류별로 시도해 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쥴만 이용한다. 담배 특유의 ‘쩐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술자리에서도 가끔씩 쥴을 꺼내들고 주변인들 몰래 연기를 빨아들이고 내뱉는다. 주변의 비흡연자들조차도 그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희미하다. 이씨는 “실내에서 흡연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도저히 참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아무도 안 볼 때 쥴을 꺼내 입에 문다”고 말했다.

쥴은 ‘담배 업계의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인기 전자담배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에서 쥴의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USB 모양의 기기에 액상 니코틴을 담은 카트리지를 끼워 피운다. 2015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됐고 이후 서양권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5월 24일부터 편의점과 면세점을 통해 한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벌써부터 국내에서는 쥴의 상륙으로 청소년 흡연율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큼 파급력이 대단하다.

미국 시장을 평정한 쥴의 경쟁력은 휴대가 간편하다는 것뿐 아니라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필립모리스가 2017년 5월 국내에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돌풍을 일으킨 것도 ‘냄새 경쟁력’ 덕이었다. 일반 궐련 담배에 비해 냄새가 덜하다는 것이 크게 부각된 것이었다. 궐련형 전자담배란 연초 고형물을 전자기기로 고온으로 쪄서 나온 증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의 담배다. 이 때문에 아이코스를 작동하면 어딘가 누룽지 냄새 같은 것이 나지만, 일반 궐련 담배를 피웠을 때 나는 불쾌한 ‘쩐내’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담배 판매량은 34억7000만 갑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다. 담배 판매량 감소를 이끈 것은 일반 궐련 담배로 전년 대비 8.9% 적게 판매됐다. 하지만 냄새가 덜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같은 기간 3억3200만 갑 팔려 전년(7870만 갑)보다 321% 늘었다. 전체 담배 판매량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비중은 9.6%로, 전년(2.2%)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가전 업계에서는 이처럼 ‘기존 제품과 달리 냄새를 제거했다’ 또는 ‘냄새를 없애주는 탁월한 기능이 있다’며 소비자를 유혹하는 무취(無臭)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악취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청결하다’는 인상을 주며, 해당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좋은 향기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만큼이나 나쁜 냄새를 없애는 것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좋은 향을 내뿜으며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브랜드가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나쁜 냄새를 확실히 없애주는 제품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무취에 대해 열광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만 지닌다는 삶의 자세인 ‘미니멀리즘’에 주목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초의 의류 관리기인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 2011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사진 조선일보 DB
최초의 의류 관리기인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 2011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사진 조선일보 DB
LG전자가 독주하던 의류 관리기 시장에 2018년 삼성전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 삼성전자
LG전자가 독주하던 의류 관리기 시장에 2018년 삼성전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 삼성전자

일상 속 악취 없앤 스타일러 돌풍

옷을 기기에 넣으면 일상 속 악취를 없애주는 의류 관리기는 최근 가전 업계의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2011년 LG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류 관리기 ‘트롬 스타일러(이하 스타일러)’를 출시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의류 관리기라는 개념이 소비자에게 생소했기 때문이다. 200만원이라는 가격 탓에 스타일러는 한때 ‘사치품’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품의 크기를 줄이고 기능을 개선한 2세대 스타일러가 2015년 출시된 이후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주부들 사이에서 ‘스타일러를 들여놓으니 세탁소 갈 일이 줄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2017년부터는 판매량이 급증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감도 한몫했다. 이제 의류 관리기는 신혼부부를 위주로 ‘반드시 집에 둬야 하는 가전제품’ 중 하나로 부상했다.

스타일러를 필두로 한 가전제품의 약진 덕에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 7276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개별 사업본부 영업이익이 한 분기에 7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LG전자가 독식하고 있던 의류 관리기 시장에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에어드레서’를 출시하며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에어드레서의 냄새분해 필터가 광촉매 기술을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광촉매 기술은 빛을 이용해 악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산화하고 분해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기 냄새와 같이 물에 잘 녹지 않아 스팀(증기)만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냄새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스메하라’ 대응 제품에 일본 직장인들 열광

휴대용 냄새 측정 로봇 ‘하나짱’. 사진 넥스트테크놀로지 캡처
휴대용 냄새 측정 로봇 ‘하나짱’. 사진 넥스트테크놀로지 캡처

일본에서는 직장인들 사이 ‘냄새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뜻의 신조어 ‘스메하라’가 유행하면서 악취 대응 시장이 최근 수년 사이 성장하고 있다. 스메하라는 ‘냄새(smell)’와 ‘괴롭힘(harassment)’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의 앞 글자를 줄여 만든 말이다. 불쾌감을 주는 냄새로 꼽히는 것은 동료의 구취, 땀 냄새, 담배 냄새, 지나친 향수 등 다양하다.

스메하라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년 남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쾌한 냄새를 없애주는 화장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화장품 업체 맨덤은 후각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30대 후반~50대 후반 남성의 체취를 분석하고, 이 결과를 반영해 탈취제 겸용 무향료 제품을 개발했다. 개발된 것 중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샴푸와 보디워시, 데오드란트 등 다양하다.

본인이 스메하라의 ‘가해자’가 될 것을 우려한 사람을 위한 휴대용 체취 측정기도 각광받고 있다. 일본 규슈대 산하의 벤처기업 넥스트테크놀로지가 개발한 강아지 로봇 ‘하나짱’은 코끝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냄새를 판독한다.

냄새가 거의 안 나면 이 로봇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고, 강렬한 냄새가 나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시늉을 한다. 3만5000~4만엔(약 35만~40만원)의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인기를 끌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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