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름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영어교육학, 일본 향기 마케팅 기업 엔트렉스 근무 / 최아름 아이센트 대표가 서울 예술의전당의 한 카페에서 곧 출시예정인 향기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최아름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영어교육학, 일본 향기 마케팅 기업 엔트렉스 근무 / 최아름 아이센트 대표가 서울 예술의전당의 한 카페에서 곧 출시예정인 향기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기업 브랜드에 걸맞은 향기를 만들거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에 향기를 최적의 강도로 채우고 유지시키는 기술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최아름(35) 아이센트(iSCENT) 대표는 5월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작가가 카메라에 집착하고, 뮤지션이 음향기기에 몰두하듯이 발향(發香·향을 풍기는 것)도 장비와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본인을 ‘향기 감독(Scent Director)’이라고 소개했다. 향기 감독은 고객의 의뢰에 맞춰 조향사(調香師·향을 만드는 사람)와 함께 해당 공간에 어울리는 향을 선택하거나 개발하고, 그 향기가 균일하게 퍼질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는 일을 한다. 그는 이런 작업을 ‘공간 센팅(Space Scenting·공간에 향을 담아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센트는 100여 개국에서 다양한 기업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의 향기 마케팅 기업 ‘프롤리텍(PROLITEC)’의 국내 독점 에이전시(대행사)다. 유명 조향사 크리스토프 로다미엘 등 프롤리텍 소속 조향사들과 글로벌 향료회사 IFF와 퍼메니시 소속 조향사들이 만든 100여 종의 향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공간 센팅은 물론 각종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고 이를 담은 향수, 양초, 디퓨저 를 만드는 등 전반적인 향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센트의 거래처는 현대차, 신세계그룹, 롯데에비뉴엘 백화점, 라인프렌즈, 독일차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딜러 한성자동차, 제주랜딩리조트&카지노, W호텔 등이다.

최 대표는 4월 18일부터 5월 1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한국의 정원전(展)’의 향기를 디렉팅(감독)했다. 최 대표는 “품격 있는 공간은 향기가 있어야 완성된다”라고 했다. 최 대표는 전시장에서 사용된 ‘발향 디바이스’도 소개했다. 발향 디바이스는 향기를 일정한 강도로 공간에 담아두게 하는 기기다. 이번 전시회에서 사용된 기기는 ‘에어큐(AirQ)500’이라는 제품이다. 이 기기는 850㎡(약 26평) 공간에 향기를 시간대별 원하는 강도에 따라 다양한 세팅이 가능하다. 전시회에는 5대가 투입됐다.

아울러 이 회사는 최대 4200㎡(약 1271평) 규모의 공간을 커버하는 제품(AirQ1200)도 보유하고 있다. 이 제품은 큰 규모의 호텔, 카지노, 백화점 등에서 활용된다. 최 대표는 “에어큐는 세계특허를 보유한 제품으로 열을 가하지 않는 ‘나노기화 방식’으로 매우 세밀하게 작동해 설치된 공간을 조향사가 의도한 본연의 향기를 균일한 강도로 채워준다”라고 설명했다.


향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부친이 1995년 국내에 ‘향기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의 최영신 대표다. 이 회사는 친환경 물질을 원료로 삼은 문화재 보존장비 ‘바이오마스터’를 개발한 곳이다. 천연성분으로 만든 살충제와 항균제도 판매하고 있다.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향기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전시회 등에 자주 참여하는가.
“소규모 갤러리 전시회에 향기 디렉터로 종종 참여하고 있다. 각종 기업의 브랜드 론칭 행사에도 자주 참여한다. 최근 열린 A모터쇼에서는 보다 매력적인 자동차쇼룸을 완성하기 위해 전시된 차량에 어울리는 향을 공급해 호평을 받았다.”

조향이 향기의 완성은 아닌가.
“향기는 일종의 예술작품인데 향을 만든다고 완성되는 건 아니다. 필요한 공간에서 조향사가 만든 작품(향기)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적으로 향기 분자는 매우 예민해 깨지기 쉽다. 또 쉽게 휘발·증발한다. 아이센트는 특허를 받은 발향 디바이스를 통해 열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간을 본연의 향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공간을 채우는 향수는 몸에 뿌리는 향수와 다른가.
“다르다. 공간 센팅에 사용되는 향수는 분자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공기 중에 잘 머물게 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몸에 뿌리는 향수는 분자 구조가 더 복잡하고 주로 알코올 성분을 통해 전달된다는 특성이 있다.”

향기 디렉팅은 조향과 다른 일인가.
“다른 일이다. 조향이 향을 만드는 일이라면 향기 디렉팅은 기업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부각시켜줄 수 있는 완벽한 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공간에 대한 향기 마케팅 솔루션(해법)을 제시하는 일이라 봐도 된다. 일례로 호텔 브랜드들은 새 호텔을 건설하는 단계부터 향기를 퍼지게 하는 기기(발향 디바이스)가 설치될 장소를 도면에 적어두고, 장소별 향기의 강도(통상 1부터 50까지의 단계)까지 세밀하게 지정한다. 향기 디렉터는 고객이 원하는 향을 그대로 재현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 또 고객의 ‘코’가 돼 시그니처 향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향사에게 제안하고 그것을 어떻게 최적화할지를 이끌어내는 일도 한다.”

공간 센팅은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인가.
“공간 센팅은 ‘향기와 숨바꼭질’하는 일이다. 발향 디바이스를 설치해 향을 퍼지게 해도 아침에는 잘 퍼지지만, 오후에는 상황이 다를 때가 많다. 기류가 수시로 변하고, 시간대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가느냐에 따라서도 향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의 구조적인 특성과 유동인구를 분석한 후 거기에 맞춰 시간대별 발향 강도를 세팅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발향 상태를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는 디바이스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했나.
“신세계 조선호텔이 지난해 발족한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의 공간 센팅 작업을 진행했다. 또 LG생활건강과 함께 ‘특별한’ 치약도 제작했다. 아직 공식 론칭은 하지 않았는데 얼그레이, 바질 등의 향이 담긴 프리미엄 치약이다. 이 제품은 향에 민감한 여성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색다른 작업도 있나.
“메르세데스-벤츠 공식딜러인 한성자동차와 제휴해 벤츠를 2대 구입하면 명품 회사 에르메스가 제작한 가죽 팔찌에 작은 은색함이 달린 ‘무드 체인저’를 증정하고 있다. 무드 체인저는 착용자가 아이센트에서 제공한 두 가지 향을 직접 선택해 릴렉스(휴식)하거나 리프레시(재충전)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향기 장신구다.”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향기는 아직 카피라이트(저작권)가 없다. 작은 향수 매장에서는 ‘A명품회사 향과 똑같다’라고 말하며 향수를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향은 많게는 수백 가지의 원료 조합을 통해 완성된다. 만약 저작권에 대한 송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향은 그 특성상 명확하게 식별 할 수 없어 저작권에서 보호하는 ‘정신적 창작물’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김문관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