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이동통신(5G)에 필요한 모바일 AP 형상화.
5세대이동통신(5G)에 필요한 모바일 AP 형상화.

‘마이너스 8.4%, 마이너스 23.3%, 마이너스 24.8%.’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반도체 수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산업은 2018년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년간 반도체 수출이 각각 57.4%, 29.4%씩 늘면서 호황을 누린 것과 상반된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5세대이동통신(5G)을 기반으로 한 5G 스마트폰은 물론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에 대용량 메모리와 새로운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성선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수석은 “5G용 스마트 기기가 대거 등장하면, 데이터 사용이 폭증하게 된다”며 “이를 수용하기 위한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5G 모뎀칩(통신용 칩) 개발에 성공한 회사는 한국 삼성전자, 미국 퀄컴, 중국 화웨이 단 3곳뿐이다. 인텔은 최근에 5G 모뎀칩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인텔은 원래 애플과 협업해 5G 모뎀칩을 개발 중이었는데, 애플이 원하는 만큼 빨리 공급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협업관계에 금이 갔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 대신 삼성에 5G 모뎀칩 공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나머지 공급 가능 업체는 퀄컴과 화웨이 단 2곳뿐인데, 애플이 중국 업체로부터 핵심 칩을 공급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애플은 퀄컴과 2년간 벌여온 특허 소송을 서로 취하하고 퀄컴과 5G 모뎀칩 공급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4월 선보인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국내용에 자사 5G 모뎀칩인 ‘엑시노스 모뎀 5100’을 탑재했다.


삼성, 5G 초기부터 달린다

퀄컴에 크게 밀렸던 4세대이동통신(4G·LTE) 때와 달리 삼성전자는 5G 시장 초기부터 5G 모뎀칩 생산에 속도를 내면서 퀄컴 따라잡기에 나섰다. 2018년 기준, LTE 통신칩 시장 점유율 1위는 퀄컴(44.7%)이다. 그 뒤를 대만 미디어텍(19.4%), 중국 하이실리콘(12%), 삼성전자(11%)가 따르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5G 반도체 시장에서 퀄컴과 격차를 계속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퀄컴과 삼성전자의 5G 모뎀칩 예상 시장 점유율은 각각 87.9%, 7.5%로 퀄컴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퀄컴 점유율이 46.1%, 삼성전자는 20.4%(2위)로 예상돼 격차가 좁아질 전망이다.


5G 시대, 메모리 수요 증가

5G는 LTE보다 속도가 20배 빠르고 10배 많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시스코는 5G가 상용화하고 이와 연관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이 확산하면서 세계 모바일 트래픽 규모가 연평균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휴대전화·태블릿PC 등 휴대용 기기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은 2018년 매출액 기준 세계 메모리 시장의 63.7%(D램 시장의 72.3%, 낸드플래시 시장의 49.5%)를 차지해,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등 후발주자와 기술 격차도 커, 당분간 경쟁 우위가 유지될 전망이다. D램의 경우 한국 기업은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이 주력이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20~30nm 공정 양산에 성공한 기업도 없다. 숫자가 작을수록 세밀한 공정이 가능하다.

김동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차세대 반도체 프로젝트디렉터는 “세계적으로 메모리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어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공정 실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우위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IoT 기기가 고품질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위험 요소다. 전등, 의자에 들어가는 메모리 성능은 고성능 스마트폰보다 낮아도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값싼 메모리 반도체를 들고 IoT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위기를 5G로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LTE가 주로 사람과 사람 간 통신을 담당하는 스마트폰에서 활용됐다면, 5G는 스마트폰을 넘어 산업 분야로 확대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무선통신 부문은 가트너 기준 28.6%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5G 시대에 도래할 반도체 호황기를 잡을 수 없다. 반도체가 활용되는 산업 분야 중 시장성이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전장 반도체다. 이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나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신기술이 도입되면 수요가 늘어날 분야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

삼성은 2016년에, 미국 카오디오 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했다. 아울러 삼성은 독일 차량 제조사 아우디에 자동차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브이나인)’을 납품하고 있다. 엑시노스 오토 V9은 삼성이 지난해 10월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공개한 이후 선보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다.

김건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자동차용 AP는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AP로는 대체하기 어렵다”며 “퀄컴보다 먼저 진출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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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모바일 AP)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모바일 전자 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전자 기기에 탑재돼 명령 해석, 연산, 제어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OS)와 스마트폰의 속도를 좌우하고, OS 실행, 웹 브라우징 외에 GPU를 이용해 그래픽과 영상 데이터를 처리해 화면에 표시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모바일 AP 안에는 비디오 녹화, 카메라 작동, 모바일 게임 실행 등 여러 시스템 구동을 담당하는 프로세서가 들어 있다. 퀄컴·애플·삼성·화웨이 등 소수의 기업만이 모바일 AP 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회사 ARM 라이선스를 빌려 모바일 AP를 설계한다.

메모리 반도체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D램과 낸드플래시가 있다. D램은 전원이 끊기면 기록된 정보가 날아가지만, 속도가 빠르다. D램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의 연산 작업을 지원한다.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휘발성이 없는 낸드 플래시는 데이터 저장 역할을 담당한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2018년 기준 63.7%에 달했다. 현재 D램은 삼성·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10nm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모바일 낸드 플래시 용량 확대에도 나섰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1테라바이트(1TB=1024GB)급 제품을 양산해 ‘갤럭시 S10 5G’에 탑재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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