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안산 반월공단 명화공업에 구축한 ‘5G·AI머신비전’.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안산 반월공단 명화공업에 구축한 ‘5G·AI머신비전’. 사진 SK텔레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명화공업은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의 5세대이동통신(5G)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이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G-AI머신비전’이라는 자동 불량부품 검수 기계다. 자동차 부품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가는 동안 ‘머신비전’은 불과 1~2초 만에 초고화질 12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 24장을 다각도로 촬영한다. 이 사진은 5G 통신망을 타고 ‘인공지능(AI) 에지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되며 AI는 전송된 사진을 분석해 부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한다.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부 합쳐 8초에 불과하다.

5G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통신사들이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술을 잇달아 상용화하고 있다. 모바일 에지 컴퓨팅이란 쉽게 말해 ‘이동통신 기지국에 구축한 미니 데이터센터’로 보면 된다.


통신기지국, 에지 컴퓨팅으로 변신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해선 반경 200m 기준으로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전화통화나 데이터 통신을 할 때 휴대전화에서 쏘는 신호를 받아 중앙시스템으로 연결해주는 것이 기지국의 역할이다. 기지국 하나에는 수십 개의 중계기도 함께 설치된다. 중계기는 기지국과 휴대전화를 연결하는 더 작은 단위의 시스템이다.

특히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기지국과 중계기 숫자는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5G의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렇다.

5G는 기존 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보다 속도는 20배 빠르고 지연 시간은 1000분의 1초로 줄어들어 실시간 연결이 가능한 ‘꿈의 이동통신’이다.

모바일 에지 컴퓨팅은 이런 수많은 기지국을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는 5G 특성에 맞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미니 데이터센터’로 구현해보자는 통신사들의 전략에 따라 탄생했다. 이동통신 신호중계 용도로만 사용되던 기지국을 작은 ‘수퍼컴퓨터’나 ‘미니 데이터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5G 시대, ‘거대 정보’ 처리 위해선 MEC 필수

통신사들이 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술에 매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5G 시대가 되면서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데이터 하나하나의 용량마저 급증하는 ‘거대 데이터’ 시대가 급격히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존하는 데이터의 90%는 불과 지난 2년간 생성된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 생성 속도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한 해 생성되고 복제되는 데이터양은 2018년 32제타바이트(ZB)에서 2025년 175ZB로 늘어날 전망이다. 1메가바이트(MB)를 한 스푼 정도의 모래라고 가정하면, 1제타바이트(ZB)는 미국 전체 해안선에 깔린 모래 양과 같다.

데이터의 양과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5G 시대엔 이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를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담당하게 된다. 5G 속도는 LTE보다 20배 이상 빠르지만, 데이터 용량이 너무 커 지연이 발생하면 그 속도는 반감된다.

5G의 특성 중 하나가 지연 현상을 ‘1밀리세컨드(ms·1000분의 1초)’로 줄이는 것인데,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데이터 지연이 일어난다면 1ms라는 꿈의 초저지연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5G 시대 킬러 콘텐츠인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팩토리, 가상·증강현실(VR·AR) 같은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모바일 에지 컴퓨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레이더, 레이저 스캐너(라이다), 음파탐지기, 위성항법장치(GPS) 등 다양한 센서가 달리게 된다. 수많은 센서를 통해 발생하는 데이터는 하루 4테라바이트(TB) 정도. 이는 4K 초고화질(UHD) 영화 200편에 달하는 분량이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등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된 IoT 시대는 매일 발생하는 데이터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데이터 전송 단계 줄여 지연 시간 최소화

모바일 에지 컴퓨팅은 휴대전화 등 단말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중앙 시스템까지 전송해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수집, 중계하는 기지국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대용량 데이터가 단말기와 중계기, 기지국을 거쳐 중앙 시스템까지 왕복해야 했지만, 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술을 적용하면 기지국과 중계기를 미니 데이터센터로 사용해 휴대전화나 단말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기지국에서 곧장 연산한다. 덕분에 5G 특성인 초고속, 초저지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명화공업의 5G-AI머신비전은 1200만 화소 사진 24장을 찍어 AI가 불량여부를 판단하는데, 그 과정에서 고화질 대용량 이미지를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전송하지 않고 명화공업 내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처리한다. 이 기지국이 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술이 적용된 미니 데이터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은 “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술을 기지국에 구현하면 자율주행, 재난 대응용 로봇·드론, 대용량 클라우드 게임, AR·VR 등 5G 기반 차세대 서비스 제공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 KT 클라우드 플랫폼담당(상무)은 “모바일 에지 컴퓨팅은 통신센터에 서버랙 몇 개만 추가하면 될 정도로 소형화가 가능해 구축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Keyword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서버를 위치시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데이터 전송 시간 단축과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plus point

오렌지텔레콤의 모바일 에지 컴퓨팅

유럽 오렌지텔레콤의 모바일에지컴퓨팅(MEC) 사례도 눈에 띈다.

오렌지텔레콤은 다양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넓은 지역에 걸쳐 클라우드서비스(각종 자료를 내부 저장공간이 아닌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한 뒤 다운로드 받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실행하고 있다.

전체 권역을 담당하는 일반 데이터센터는 1~5개, 지역을 담당하는 미니 데이터센터는 20~30개, 이보다 더 작은 범위를 관장하는 수백개의 마이크로 데이터센터, 그리고 ‘에지(Edge‧네트워크의 끝단)’를 담당하는 수많은 나노 데이터센터로 이뤄지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보다 효율적인 사물인터넷(IoT) 환경 구현을 위한 것이다.

이처럼 네트워크 제공자와 사용자(혹은 디바이스) 접점인 ‘인터넷접속거점(PoP‧Point of Presence)’을 배치해 데이터센터부터 디바이스까지 서비스가 지체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오렌지텔레콤은 본래 영국 이동통신사였다. 프랑스 국영 통신사 프랑스텔레콤(1988년 설립)이 2000년, 오렌지텔레콤을 인수하고 이름을 바꿔 현재 회사가 됐다. 오렌지텔레콤 본사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오렌지텔레콤은 유·무선 통신부터 인터넷TV(IPTV), 정보통신(IT) 서비스 등을 수행한다. 2006년부터 직원 임금을 줄이는 등 비용 삭감에 나섰다. 모바일 서비스부터 IPTV, 기업 서비스를 ‘오렌지’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운영 중이다.

강은성 뉴스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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