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5G 관련 장비.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의 5G 관련 장비. 사진 SK텔레콤

삼성전자는 AT&T와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5세대이동통신(5G)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로 구축했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5G 기지국이 반도체 공정 수율을 높이며 생산을 효율화한다. 공장 내부를 촬영한 초고화질(4K) UHD 영상은 5G 기지국을 통해 관리자에게 실시간 전달, 원격에서 정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반도체 장비에 부착된 센서가 이상을 발견하면 5G 기지국에 0.001초(1ms)대에 신호를 전달, 관리자가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5G 네트워크 기지국 안테나는 초연결 시대에 부응하는 진화된 데이터 접속점(Access Point)이다. 스마트폰과 센서가 전송하는 데이터는 전파를 타고 접속점에 수집된 이후, 중앙서버를 거쳐 필요한 곳으로 전송된다.

5G 접속점은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의료기기 등 기기가 전송하는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를 수용하도록 확장된다. 4G(LTE) 기지국이 스마트폰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게 주 임무였다면, 5G는 세상 모든 사물에 탑재된 기기와 센서를 연결하는 관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주피터 리서치는 세계 5G 접속 단말기가 올해 100만 개에서 연평균 232% 성장을 거듭해 2025년에는 14억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5G의 접속점은 초고속·초저지연·초대용량 성능을 구현하도록 진화한다. 2~3년 내 5G 상용화가 완성되면 통신 속도는 최대 20Gbps까지 높아진다. 15GB짜리 UHD 영화 1편을 6초 만에 다운로드받는 수준이다. 통신 지연 시간은 0.001초로 줄어들고, 1㎢당 100만 개 기기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성능을 위해 5G 접속점은 4G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5G 주파수는 3.5GHz, 28GHz 등 고대역을 활용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지만,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등 혁신 서비스 등장에 따라 개별 용도에 최적화한 추가적인 5G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동통신사 투자 비용은 급증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글로벌 상용화가 시작되는 2022년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 규모가 110억달러(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개발도상국의 5G 상용화와 융합 신사업 활성화로 시장 규모는 이 같은 전망치를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네트워크 장비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5G 시장 구도, 수성이냐 변화냐

화웨이는 5G 시대의 선두주자다. 4G(LTE) 시대에 이미 네트워크 장비 시장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시장조사 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8년 2분기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 1위(31.2%)다. 2위 에릭슨(29.8%), 3위 노키아(23.9%), 4위는 삼성전자(9%)다.

화웨이의 성장 비결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것이다. 화웨이는 2013년 LTE 상용화 초기부터 에릭슨보다 30%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고도 안정적인 장비 성능을 보장했다.

기술력도 수위권이다. 독일 특허평가기관 IP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기업별 5G 통신 표준필수특허(SEP) 출원 건수 점유율에서 화웨이가 15.1%로 1위를 기록했다. 노키아는 13.8%로 2위, 삼성전자는 12.7%로 3위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LG유플러스, 영국 보다폰 등에 5G 장비를 공급하며 5G 시장에서도 1위 수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 시장 주도권이 5G 시대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 장비 공급망 전반에 대한 보안 위협을 제기하면서 견제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일본·한국 등 동맹국에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IHS마킷은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에릭슨이 시장 점유율 24%로 1위를 탈환하고, 삼성전자가 21%로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노키아(20%)와 화웨이(17%)는 각각 3, 4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 화웨이 추격전 가속화

삼성전자의 추격이 가장 거세다.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2020년 글로벌 5G 장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걸고 반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기·칩세트 등 토털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기술 진화는 물론 다양한 상품군을 앞세워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리하다. 미국과 중국, 유럽 간에 발생하는 정치적 신경전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삼성은 국내 이통 3사는 물론, 미국 AT&T·버라이즌·스프린트 등 거대 이통사와 5G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NEC,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등으로 5G 협력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에릭슨 역시 화웨이 위기를 틈타 5G 시장에서 1위 탈환을 노린다. 강점은 화웨이에 앞서 글로벌 1위를 수십 년간 유지하며 구축한 네트워크 인프라다. 에릭슨은 유연한 네트워크 장비 구조를 바탕으로 4G에서 5G로 손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에릭슨은 퀄컴, 인텔 등 글로벌 기업과 수십 년째 쌓아온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소사이어티’ 비전을 제시하면서 5G 기술 트렌드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에릭슨은 최근 차이나유니콤 5G 구축에 화웨이보다 70억위안 적은 209억위안(약 3조 6000억원)으로 입찰해 공급 계약 체결에 성공하는 등 저가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노키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5G 시장 역전을 노린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이후 휴대전화 사업과 지도 서비스 ‘히어’를 매각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노키아는 모토롤라 네트워크사업부와 알카텔루슨트 등 쓰러져가던 네트워크 장비 기업을 차례로 인수해 네트워크 사업에 집중했다. 알카텔루슨트 인수로 원천기술 분야 세계적 권위의 벨연구소도 손에 넣었다. 유선 네트워크 장비 기술과 특허, 서비스 제품군을 강화하기 위한 정공법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노키아는 글로벌 3강 지위를 굳히는 한편 노키아(핀란드), 알카텔(프랑스), 루슨트·모토롤라(미국) 등 다국적 출신 기업 결합으로 시장 저변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노키아는 우리나라 이통 3사를 비롯해 35억달러 규모의 미국 T모바일 5G 장비 사업을 수주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5G는 솔루션 경쟁

5G 시대 복병은 글로벌 유선 스위치 시장 1위 시스코다. 시스코는 무선 네트워크 장비 기업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유선 코어네트워크 시장을 소리 없이 장악하고 있다. 5G 접속점인 기지국이 전송한 데이터는 코어 네트워크를 타고 이통사 중앙 서버로 보내진다. 시스코의 주력 제품인 스위치는 사람의 등뼈에 해당하는 백본망에서 데이터를 목표 구간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시스코는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5G 시대 접속점의 또 다른 특징은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점이다. 4G 시대까지만 해도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기업, 이통사의 역할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다. 이통사는 생산자인 장비 기업으로부터 장비를 구매해 구축하고, 유지·보수를 받으면 됐다.

그러나 5G 시대 네트워크 장비 기업은 기지국을 생산하고 구축하던 역할에서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한다. 이통사와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기업이 새로운 형태의 5G 접속점을 장악하기 위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형태의 새로운 시장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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