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빈 셰노이 인텔 총괄 부사장 겸 데이터센터 그룹 총괄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나빈 셰노이 인텔 총괄 부사장 겸 데이터센터 그룹 총괄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5G 상용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성화로 데이터센터가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금맥으로 부상하고 있다. 5G 상용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모두 ‘데이터양의 어마어마한 증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저장할 것(데이터)이 많아질수록, 이를 보관할 창고(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창고를 지을 재료(서버용 중앙처리장치)에 대한 수요도 마찬가지로 증가한다.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양은 그간 일반 소비자용 PC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할 데이터양은 매년 30%씩 증가해 2025년에는 163ZB(제타바이트)에 이를 전망이다.

1ZB는 1조1000억GB(기가바이트)로, 고화질 영화(2GB) 용량의 약 5000배에 해당한다. 5G는 이런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5G의 전송 속도는 4G(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20Gbps에 달하고, 전송하는 데이터양은 같은 시간에 100배 더 많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는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사 인텔이다. 인텔은 컴퓨터에서 연산과 제어 등의 정보처리 기능을 하는 두뇌 격인 시스템 반도체, 그중에서도 PC에 들어가는 CPU의 절대 강자다. 특히 서버용 CPU 시장에서는 인텔을 당할 회사가 없다. 서버용 CPU는 일반 소비자용 PC에 탑재되는 CPU보다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요구한다. 서버는 끊김없이 돌아가야 하며 일반 소비자용 PC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전 세계 서버용 CPU 시장에서 인텔은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이와 별도로 2018년 2분기부터는 PC용 CPU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PC용 CPU 시장이 정체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AP는 모바일 기기의 두뇌로 컴퓨터의 CPU 기능을 하는 반도체다. PC용 CPU 품귀 현상의 표면적 이유는 지난해 인텔이 반도체 크기를 14나노미터(nm) 공정에서 10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클라우드와 5G 시장의 성장 덕분에 관련 CPU 수요가 증가한 점이 꼽힌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CPU 공급 부족 문제는 올해 3분기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G 시대 에지 컴퓨팅, CPU 시장의 새로운 기회

전문가들은 5G 시대에 서버용 CPU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텔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5G 시대에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로부터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현재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은 데이터가 대형 데이터센터로 전송되고 분석되는 중앙 집중형이다. 제주도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강원도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식이다. 사진이나 메시지 전송처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할 필요 없는 데이터 처리는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도 충분하지만, 자율주행차처럼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서비스에는 부족하다.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줄 대안으로 ‘에지 컴퓨팅’이 각광받고 있다.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말단(에지·edge)에서 데이터를 분산해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에지 컴퓨팅은 중앙의 핵심 데이터센터에 부담주지 않으면서도 지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매번 중앙 서버가 있는 데이터센터로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기기에서 가까운 소형 데이터센터를 둬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런 5G 네트워크 확산에 따른 에지 컴퓨팅의 발전은 인텔에 어마어마한 기회다. 소형 데이터센터에도 서버용 CPU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박민진 인텔코리아 상무는 “에지 컴퓨팅 서버용 CPU는 PC에 쓰는 서버용 CPU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중앙 데이터센터용 CPU보다 성능은 조금 낮더라도 작은 보드에 넣을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작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올해 4월 에지 컴퓨팅만을 위한 서버용 CPU 신제품을 발표하며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는 4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텔은 앞으로 ‘데이터 센트릭 비즈니스(데이터 중심 사업체)’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인텔은 서버용 CPU, 기업용 메모리 반도체, 인공지능(AI) 가속기, 5G 통신 네트워크용 솔루션 등 데이터센터 관련 제품군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이 총 2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인텔 내부 전망에 따른 행보다.

에지 컴퓨팅을 연구하는 켈리 퀸 IDC 리서치 책임자는 “통신사가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5G 송수신 타워에 데이터센터를 통합하거나 이웃하는 곳에 소형 데이터센터를 점점 더 많이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동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도 “점차 소형화한 데이터센터가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해 말부터 5G용 소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모바일 AP 설계 회사 ARM도 인텔이 장악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CPU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이 35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ARM은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한 전 세계 모바일 AP 원천 설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폭증으로 에지 컴퓨팅을 비롯한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ARM 설계 기반의 AP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ARM은 서버용 CPU 시장의 공략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에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중국에 ‘ARM 차이나’라는 조인트벤처(합작투자회사)를 세우고 중국 서버용 CPU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텔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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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서버 컴퓨터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회선 등 IT 서비스에 필요한 기반이 되는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 놓고 24시간, 365일 운영하고 통합 관리하는 시설이다. 책을 분류하고 보관하는 도서관처럼 데이터를 분류하고 보관한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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