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시험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CDMA(2세대 이동통신 표준 중 하나·1996년)와 초고속 인터넷(1998년)을 상용화하며 그 역할을 했다.

한국은 5G 조기 상용화를 통해 또 한 번 시험대가 됐다. 제대로만 된다면 5G가 새로운 경제 성장 기반을 만들 수도 있다. 정부는 5G가 네트워크 장비, 단말, 보안, 융합 서비스 등 연관 산업 분야에서 2026년 총 1161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 예상한다. 2018년도 반도체 시장(529조원)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정말 5G는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을지, ICT 전문가 5명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G 시대에도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지킬 것이라 예상했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을 뒤쫓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당분간은 한국이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중국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MCU(특정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전용 프로세서)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가 5G 시대에도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릴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화웨이가 기존에 쌓아둔 네트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5G 네트워크 시장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화웨이 독주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인텔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1위 자리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인텔은 2018년 전 세계 서버용 CPU 시장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사와 격차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텔 CPU에서 총 4개의 버그가 발생해 보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인텔의 아성이 깨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4G 시대에는 애플·구글·아마존 등의 기업이 눈에 띄었다. 5G 시대에는 어떤 기업이 돈을 벌까.

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장(이하 홍대식) 5G가 제공하는 초연결성과 초저지연성을 통해 드론, 자율주행차 등 IoT가 가능해진다. 초고속 통신을 통해서는 홀로그램·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의 서비스가 발전할 것이다. 또 빅데이터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딥러닝한 후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도 등장하리라 예상한다. 이렇게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 회사가 성공할 것이다.

김동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차세대 반도체 프로젝트디렉터(이하 김동순)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과 디즈니·넷플릭스·훌루와 같은 콘텐츠 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이하 한태희) 애플·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는 5G 시대에도 힘을 유지할 것이다. 이외 디즈니·넷플릭스처럼 콘텐츠를 가진 회사와 헬스케어·로봇·자율주행차 분야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에서 자주 언급하는 AR·VR 사업이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다만, 수익을 낼지는 미지수다. 5G 서비스가 활발하게 등장하고,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28GHz(현재는 3.5GHz 대역만 사용)로 확대되면 더 많은 기지국과 중계기가 필요하므로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물론 기존 반도체 회사도 마찬가지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하 김용석) 넷플릭스처럼 다루는 데이터 크기가 큰 콘텐츠 업체가 5G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5G는 IT 인프라이므로 그 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게임·AR·VR 관련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다.


5G 시대에는 1조 개의 IoT 기기가 유·무선 통신에 연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전망은.

홍대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전망은 밝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IoT 기기가 사용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많은 스타트업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러나 소규모 회사는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다. 이에 팹리스 회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성장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김동순 5G 시대 IoT 기기가 늘어날수록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래는 밝다. 다만, IoT 시대에는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보다 중간급 이하의 MCU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전망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IoT 플랫폼 아틱(ARTIK) 등을 운영하며 휴대전화 AP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저전력을 강조한 IoT 기기용 AP를 만들고 있다. MCU 관련 IP(반도체 설계 자산)를 확보하면서 시장에 대응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관련 투자가 늦어지고 있어 IP 확보가 필요하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영향을 줄까.

홍대식 중국 기업의 영향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과 중국 기업 사이에는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향후 메모리 시장은 긍정적이다. 더구나 데이터센터는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담는 저장소이기에 가격보다 성능과 품질이 우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이어 갈 것이다.

김동순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현재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기업이 시장 수요를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양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푸젠 진화가 D램 생산을 포기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에 호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이 중국보다 뛰어난 것도 강점이다.

한태희 적어도 D램 분야에서는 향후 3~5년 동안 중국 업체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다. 최근 중국 업체가 64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했다는 소식이 들려 우리나라의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력이 다소 우려스럽다.

김용석 시간이 갈수록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3~4년 정도 중국 기업과 기술 격차를 유지할 것이다.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가져가야만 계속해서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KT가 5G NSA 장비를 상용망에 구축하고 있는 모습. 사진 KT
KT가 5G NSA 장비를 상용망에 구축하고 있는 모습. 사진 KT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5G가 영향을 줄까.

김동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5G는 LTE보다 많은 기기를 연결할 수 있기에 메모리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시스템 반도체와 연계한다면 충분히 시장 경쟁력을 키워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목표 달성에 다가갈 수 있다.


5G 시대에도 퀄컴이 모바일 AP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까.

김용석 그렇다. 퀄컴은 뛰어난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주도권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자체 개발한 칩을 자사 제품에 사용하겠지만, 퀄컴 칩을 병행해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퀄컴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김동순 퀄컴보다 먼저 전장 반도체 시장에 진입한 것은 삼성전자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고 자동차용 AP도 개발하고 있다. 퀄컴이 브로드컴을 인수하려는 것은 전장 반도체 때문이다. 향후 전장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이 퀄컴과 차별점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가 기지국 등을 이용해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에 나선 이유가 아마존·MS·구글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서인가.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이하 박진효) 이동통신사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는 모바일 에지 컴퓨팅 시장에서 경쟁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다. 아마존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도 에지 컴퓨팅 시장 진입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지국 등 모바일 에지 인프라를 보유한 이동통신사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통신 사업자 역시 클라우드 분야에서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와 협업해야 한다.

홍대식 통신사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모바일 에지 컴퓨팅을 도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시장 수요가 있기에 통신사가 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술을 도입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통신사가 모바일 에지 컴퓨팅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5G 시대에 새롭게 등장할 서비스를 지연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율주행차·AR·VR 등과 같이 5G 시대에 새롭게 등장할 서비스는 지연 시간에 굉장히 민감하다. 고객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즉각 처리하는 모바일 에지 컴퓨팅을 도입하면 서비스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모바일 에지 컴퓨팅을 스마트 공장과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 공장 내에서 모바일 에지 컴퓨팅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면 보안이 강화된다. 물론 아마존·구글·M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에지 컴퓨팅을 이용해 처리 속도를 향상하고자 한다.

김용석 모바일 에지 컴퓨팅은 아마존·MS·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 보완재 성격이 더 짙다. 5G의 특징 중 하나인 저지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에지 컴퓨팅이다. 즉, 데이터를 통신사의 서버까지 가져가지 않고 기지국에서 처리해 데이터 전송 지연을 막을 수 있다.

김동순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을 받는 사업 모델로는 이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를 느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따라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기지국을 소형 데이터센터로 바꿔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 보인다.


5G 시대에도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독주는 계속될까.

홍대식 화웨이가 LTE 네트워크 장비 시장 주도권을 바탕으로 5G 시대에도 독주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5G 장비를 선택할 때 LTE와의 호환성을 챙겨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에 화웨이 LTE 네트워크 장비를 썼던 기업이 5G 장비도 화웨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5G 시대 초기에는 5G 네트워크가 NSA(Non Stand Aalone) 구조로 서비스된다. NSA는 국제표준화단체(3GPP)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5G의 첫 번째 표준이다. 이는 5G와 LTE를 동시에 쓰는 방식이다. 즉, 4G와 5G 기지국을 병행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기지국끼리 원활하게 연동돼야 한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은 2시간 차이로 전 세계에서 5G를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두 국가에 가장 많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는 삼성전자로,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LTE에서 5G로 넘어가면서 네트워크 장비 중 안테나, 건물 내 중계기 등을 교체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이런 변화에 발맞춰 핵심 기술을 선도한다면 네트워크 장비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김동순 화웨이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네트워크 기업 중 투자, 인력 지원 등에서 화웨이만큼 투자하는 곳은 없다.

김용석 화웨이가 앞으로도 독주할 것이라 예상한다. 화웨이는 기술력, 서비스 관리, 특허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

한태희 미국의 견제로 성장세가 다소 꺾일 것이라 생각한다.


5G 시대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인텔이 서버용 CPU 시장을 계속 잡고 갈까.

한태희 당분간 인텔이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할 거다. 퀄컴이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ARM 설계도를 기반으로 오래전부터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아, 최소 3년 안에는 별다른 변화 조짐이 없을 전망이다.

홍대식 후발 주자가 인텔 독주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는 인텔 CPU 보안 문제가 터졌다. 아마존·MS·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는 데이터 센터용 CPU 가격보다 성능과 품질을 중요시한다. 보안 문제가 변수일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서버용 D램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고, 최근 시스템 반도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 시장 내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싸움은 지켜봐야 한다.


Keyword

NSA(Non Stand Alone) 4세대이동통신(4G)과 5G 등 여러 가지 이동통신 세대를 동시에 지원하는 기술. 5G 시대에는 무선 구간은 5G로 유선 구간은 4G, 3G 등 기존망을 사용. 5G 상용 초기에는 NSA 방식을 사용해 끊김 없는 데이터 통신을 지원.

SA(Stand Alone) 4G 혹은 5G 등 한 가지 이동통신 세대만을 사용하는 기술. 5G용 네트워크를 전국에 구축했을 때 효용 있음.

plus point

이동통신 세대별 표준

5세대이동통신(5G) 표준(5GSA·stand alone)은 완성되지 않았다. 통신 표준을 정하는 세계이동통신연합회(3GPP)는 2020년이 돼야 5G만 지원하는 통신 표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3GPP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5G 표준은 4G와 5G망을 동시에 쓰는 5GNSA(non stand alone) 방식이다.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 장비사, 단말 제조사는 지난해 나온 NSA 방식을 기반으로 2019년 5G 상용화를 준비했다. 3GPP는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 장비사 등과 회의를 하고 5G 표준을 마련한다. 홍대식 연세대 교수는 “5G 표준을 정하는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전 세계를 돌며 열린다”며 “삼성, LG를 비롯한 통신 관련 기업은 자사 기술이 5G 통신 표준에 반영되도록 전쟁하듯 회의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하나의 통신 표준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3G부터다. 3G 표준은 WCDMA, 4G 표준은 LTE다. 2G 통신 표준은 두 가지로 CDMA는 한국과 미국에서 GSM은 유럽에서 사용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유럽 표준을 따라가기 싫어서 개발한 것이 CDMA”라고 말했다. 한국은 CDMA 표준을 만드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다. CDMA는 미국 퀄컴이 만든 기술로 ETRI가 기술 자문을 맡았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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