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 프랑스 르노트르 제과학교, 독일 하노버대학 제과제빵과, 기능한국인, 대한민국 제과명장, 대한제과협회장(오른쪽) / 김영훈 리옹전문제과기술학교, 석탑산업훈장(2003), 프랑스 정부 지정 명장 MOF(2019)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영모 프랑스 르노트르 제과학교, 독일 하노버대학 제과제빵과, 기능한국인, 대한민국 제과명장, 대한제과협회장(오른쪽)
김영훈 리옹전문제과기술학교, 석탑산업훈장(2003), 프랑스 정부 지정 명장 MOF(2019)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4월 30일 오후 3시, 서울 도곡동에 있는 김영모과자점 도곡타워점을 찾았다. 이 빵집의 주인인 김영모 명장과 둘째 아들 김영훈(프랑스 아이스크림 분야 명장)씨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김 명장은 1970년대 초부터 50년 가까이 제과·제빵 분야에서 일해 왔다. 천연효모를 이용해 천연 발효빵을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서울 강남과 경기도 수원 등 9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김영모과자점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연 매출은 150억원에 달한다. 그는 정부에서 숙련된 기술을 인정하는 제도인 ‘기능한국인(제과 1호)’과 ‘명장(제빵 6호)’으로도 선정됐다. 그는 제빵 업계에서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소보로빵의 표면을 거북이 등처럼 일정하게 갈라지도록 굽는데, 표면이 균일하게 갈라지지 않은 빵을 모두 버린 일화도 있다. 도공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깨버리는 것처럼 빵을 예술작품으로 여기며 혼신을 다하는 것이다.

‘외곬’의 장인(匠人)을 상상하고 갔지만 김 명장은 직원들이 더 노력하게 만드는 법 등 경영자로서의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줬다. 상인(商人) 특유의 유연하고 전략적인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고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는 서비스 정신도 몸에 배 있었다. 인터뷰 중간에 테이블을 옮기면서 기자는 가방과 웃옷을 이전 테이블에 놓고 왔다. 아들 김영훈씨와 인터뷰 중이라 잠깐 잊고 있었는데 김 명장이 이를 조용히 옮겨 줬다.

그는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는 빵집은 도태된다”며 “정기적으로 책을 내 김영모과자점의 레시피(조리법)를 모두 공개하는 이유도 직원들이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더 나은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영업 비밀인 레시피를 모두 공개해버리는 것이다.


김영모과자점은 계절별로 다양한 빵을 많이 내놓는다. 이렇게 새로운 빵을 빨리 개발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
“비결은 레시피(조리법)를 공개하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책을 발간해 김영모과자점의 모든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다(김영모 명장의 첫 책은 2002년 발간된 ‘김영모의 빵 케이크 쿠키’). 이유는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과거보다 더 나은 빵을 만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집(김영모과자점)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25년씩 근무한 직원들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일하다 보면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을 우리만의 노하우라고 생각하고 매너리즘(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해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에 빠지게 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아지는 것이다. 더 이상 노력을 안 한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책을 발간하는 것이었다. 책이 발간되는 순간 저를 포함한 우리 직원들은 그 레시피를 뛰어넘어야 최고의 빵집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러니 노력하지 않겠나. 과거 방식에만 의존하면 나태해지고 도태될 뿐이다.”

레시피를 공개할 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나.
“말리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친구와 선배들이 화를 냈다. 왜 혼자 레시피를 공개하냐는 거다. 당시까지만 해도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업계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깨야 최고가 된다. 또 책을 냄으로써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레시피가 공개되면 이 레시피에 더 나은 방법을 추가해 좀 더 뛰어난 빵과 케이크가 어디선가 만들어진다. 한국 제과·제빵 산업의 질적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다. 결국 우리도 그런 제품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의 빵집들을 두루 여행했는데, 배운 것이 있었나.
“새로운 소재를 빵에 접목하는 방법은 꼭 배워야 한다. 일본의 예를 보자. 일본은 벚꽃이 많이 피는 봄에는 벚꽃을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한다. 꽃잎이 그대로 보이도록 당절임을 해 화과자를 만들기도 한다. 요즘, 벚꽃 당절임을 사용한 빵을 많이 만들고 있다. ‘사쿠라(일본어로 벚꽃) 몽블랑’이 이런 빵이다. 제과에서 사용하던 소재를 제빵 영역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그때그때 사용할 수 있는 신선한 소재들을 접목시키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국내에서도 이런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빵을 만드는 곳들이 있나.
“요즘 들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빵집들이 많아지고 있다. 퓨전 형태로 찹쌀과 같은 국내 식재료를 빵에 활용한다.”

빵집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제빵 기술도 중요하지만 경영자로서 기본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제빵 기술이 없으면 기술 있는 제빵사를 고용해서 사업하면 된다. 하지만 적어도 빵집을 경영한다면, 고객이 고른 빵에 대해 ‘이 빵은 어떤 빵입니다’라고 소개해주고 ‘어떻게 먹으면 맛이 더 좋습니다’라고 권해줄 수 있어야 한다. 빵집 경영자가 제빵사들이 만든 빵이 잘된 빵인지 잘못된 빵인지조차 육안으로 구분하지 못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빵을 만들 줄 몰라도 괜찮지만 최소한의 공부는 해야 한다.”

김영훈 명장에게 묻겠다.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것이 힘들지 않나.
“많이 힘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권유해서 ‘하겠다’고 했다. 유학도 갔고 계속 제빵 일과 아이스크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일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다르더라. 너무 힘들었고 방황하며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제 이런 생각을 접고 제빵을 업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단계다. 이 일에 좀 더 완벽하게 몰두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프랑스에서 제빵 일을 배우기 전에 영국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이유가 있나.
“아버지(김영모 명장)가 제빵을 하려면 적어도 영어는 했으면 한다고 생각해 저를 영국으로 우선 보냈다. 영어를 못하면 세계 각국의 기술자들과 제빵 기술을 공유할 수 없고 그만큼 기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제빵도 국제화 시대기 때문에 국내 기술만 익혀선 안 된다.”

정해용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