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이흥용 과자점 매장.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이흥용 과자점 매장.

“명란바게트, 인절미빵, 통옥수수빵, 야채빵…”

빵순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특화된 빵들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인증 샷’ 게시가 대세가 되면서 특별한 빵이나 디저트를 구매하는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빵지순례’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주요 백화점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유명 빵집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네 유명 빵집들은 백화점 입점 덕에 매출이 크게 늘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은 동네 빵집에 불과했지만 매출 100억원이 넘는 ‘빵집 공룡’으로 성장하면서 대형 베이커리 브랜드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유명 빵집 유치에 힘쓰는 이유는 ‘분수효과’와 관련 있다. 분수효과란 백화점 아래층에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상품을 배치하고, 백화점을 방문한 사람들이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분수처럼 쇼핑하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 마케팅 용어다. 지하 식품관에 유명 빵집을 유치하면 그 효과가 백화점 전체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백화점이 유치한 유명 빵집으로는 부산의 명물로 자리 잡은 ‘이흥용 과자점’이 대표적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5개 지점에 입점해 있다. 지난 4월에는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에까지 입점했고 하루 매출이 1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집의 인기 상품은 ‘명란바게트’다. 명란바게트는 최상급 명란을 사용해 특허 받은 소스로 속을 채우고 바삭한 식감을 살린 빵이다. 명란바게트 개발은 이흥용 대표가 다른 대형 브랜드들과 경쟁할 수 있는 특색 있는 빵을 찾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작은 동네 빵집이 파리바게뜨 같은 유명 브랜드 베이커리와 경쟁하기 위해선 특색 있는 빵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대표는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해산물인 명란을 빵 재료로 골랐다. 명란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올리브유, 바질, 마늘을 혼합한 특제 소스 개발에 성공했고 2013년에는 명란바게트 특허(제10-1408821호)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는 연유와 달콤한 크림치즈로 속을 채운 ‘오징어먹물빵’, 바삭한 크로칸트 껍질과 바질페이스트 그리고 크림치즈의 환상궁합을 자랑하는 ‘바질크로칸트’ 등을 개발했다.

특색 있는 제품 개발 덕에 백화점 입점도 가능했다. 이흥용 과자점은 2014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처음 들어갔고, 2017년에는 강남점·경기점·마산점에 연이어 입점했다. 백화점 입점을 기점으로 이흥용 과자점의 매출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2016년 80억원대였던 매출은 2018년 140억원대로 2년 만에 75% 늘었다. 백화점 입점을 통해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전국 빵집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직원 수는 2016년 80여 명에서 현재 160여 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흥용 과자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점을 통해 대형 브랜드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 확대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군산 이성당도 2014년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데 이어 2017년 신세계백화점에도 들어갔다. 이성당에 따르면 백화점 입점 후 50% 정도의 매출 상승효과가 있었고, 지난해 연 매출은 200억원을 넘겼다. 직원 수는 백화점 입점 후 두 배 이상 늘었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는 “백화점 입점 후 마케팅 측면에서 광고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홍미당 대표 제품 ‘페이글’. 사진 홍미당
홍미당 대표 제품 ‘페이글’. 사진 홍미당
강릉 빵다방 인기 제품 ‘인절미빵’. 사진 강릉 빵다방
강릉 빵다방 인기 제품 ‘인절미빵’. 사진 강릉 빵다방

百 입점 후 매출 10배 이상 급증하기도

이성당 인기 비결은 쌀을 재료로 한다는 점이다. 국내 1호 빵집인 이성당은 기존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2006년부터는 쌀빵으로 전환하는 혁신을 시도했다. 쌀빵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밀빵보다 좋고, 시간이 지나도 수분을 오랫동안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식감 있는 쌀빵을 만들기 위해 5여 년간 연구한 끝에 최고의 반죽 배합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서울 홍대에서 ‘페이글(페이스트리+베이글)’로 유명한 홍미당도 백화점들이 눈독을 들인 빵집이다. 홍미당은 판매 품목 중 80%를 페이스트리 종류의 빵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차별화를 꾀했고 이 집만의 고유한 페이스트리 맛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2017년 9월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이후 빠른 속도로 백화점 추가 입점이 이뤄졌다. 지금은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 등 총 7개 지점에 들어간 상태다. 홍미당의 지난해 매출은 약 50억원으로 백화점 입점 전과 비교해 7배가량 늘었다. 직원 수는 4배 정도 늘었다. 김준희 홍미당 본부장은 “백화점에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첫 입점 후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고,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이름난 빵집 ‘강릉 빵다방’은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 후 매출이 30%가량 증가했다. 강릉 빵다방은 크림과 팥으로 채운 빵 겉면에 콩가루를 묻힌 ‘인절미빵’으로 유명한 빵집이다. 김승태 강릉 빵다방 대표는 “작은 빵집은 대형 빵집에 밀려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에 세상에 없는 새로운 빵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들 유명 빵집들은 각자 특화된 제품을 가지고 있었다. 빵집이 있는 지역의 소비자로부터 맛을 인정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즉, 맛의 ‘특별함’에 소비자가 가장 먼저 반응했고, 백화점은 소비자에 반응해 이들 빵집 유치에 나선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네 중소형 빵집들도 백화점 입점을 통해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대형 베이커리 대항마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plus point

세계에서 빵이 가장 비싼 도시, 서울

동네 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양한 고급 빵들을 개발하면서 국내 빵값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세계 133개 도시 가운데 빵 1kg의 평균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는 서울로 조사됐다.

EIU는 지난해 기준 서울의 빵 1kg 평균 가격은 15.59달러(약 1만7600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빵값이 비싼 상위 10개 도시 대부분에서 빵 1kg 평균 가격은 10달러 이하였다. 주요 도시 중 뉴욕이 8.33달러로 가장 비쌌고 제네바(6.06달러), 파리(5.66달러), 오사카(5.20달러), 홍콩(3.91달러) 등은 3~6달러 선이었다.

심민관 조선비즈 유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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