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중앙로에 위치한 이성당 본점 내부. 사진 유튜브 캡처
전북 군산시 중앙로에 위치한 이성당 본점 내부. 사진 유튜브 캡처

전라북도에서 주로 활동하는 미술가 남민이씨는 4월 6일 독특한 장소에서 개인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북 군산시의 명소인 국내 최고(最古) 빵집 이성당이 바로 그곳이었다. 군산 중앙로에 위치한 이성당은 1945년에 개점한 후 2016년 말 본관 바로 옆에 개관한 신관을 벼룩시장·공연장·전시장 등의 용도로 개방해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관은 1층은 빵집, 2층은 카페, 3층은 문화공간이다. 팥앙금이 듬뿍 든 단팥빵과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야채빵으로 유명한 이 빵집은 2016년 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신관 리모델링 과정부터 차근차근 소개하면서 근황을 알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 식품가에는 유독 붐비는 매장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이성당 분점이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주중과 주말을 막론하고 이 매장 앞은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려는 고객들로 붐빈다. 고객이 기다리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단팥빵과 야채빵이 나오는 시간(하루 4회)을 미리 알려주고 있지만, 빵을 사려면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이성당은 롯데백화점 측의 열렬한 구애를 받고 2014년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에 입점했다. 2015년에는 천안시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에도 입점했다.

제과·제빵업은 외국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까지 가세해 어느 업종보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도 이성당은 이른바 ‘전국구 빵집’으로 명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재무제표상 탄탄한 성장세가 이를 입증한다.

이성당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 매출액은 2012년 80억원에서 지난해 217억원으로 6년 새 171.25%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3억원이었는데 이는 2017년의 29억원에 비해 48% 증가한 것이다. 이성당의 대표 메뉴는 단팥빵과 야채빵이다. 군산 본점에서는 이 빵을 사기 위해 20~30분의 줄은 기본이다. 본점 바로 앞 길거리에는 ‘다른 빵을 구입하려는 손님은 가게 안으로 바로 들어오시라’는 표지판까지 설치해 뒀다. 오래된 빵집 이성당의 성공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전북 군산시 중앙로에 위치한 이성당 본점 앞에 빵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이성당 인스타그램
전북 군산시 중앙로에 위치한 이성당 본점 앞에 빵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이성당 인스타그램

성공비결 1│타협하지 않는 품질

핵심은 타협하지 않는 품질에 있다. 이를 보여주는 김현주 이성당 사장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성당 특별 초대전’ 첫날 행사를 취소했다. 그는 전날 새벽에 구운 단팥빵 500개를 맛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이유였는지 빵이 제맛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전량 폐기를 지시했고 행사는 예정보다 늦게 열렸다. 또 야채빵의 경우 야채를 김치 담글 때처럼 절이고 물을 짜서 마요네즈로 버무리는 작업을 직접 손으로 한다. 다른 빵 3개 만들 때 이 빵은 1개밖에 못 만들 정도로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고유의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결국 제품의 핵심 경쟁력인 ‘맛’을 유지하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이는 균일한 고품질로 이어지는 것이다.


성공비결 2│끊임없는 혁신

이성당은 1920년대 일본인이 세운 일본 과자점 ‘이즈모야’를 광복 직후 현 김 사장의 시아버지 일가가 인수해 오늘에 이른 곳이다. 물론 오래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마케팅 위력이 엄청나다. 추억의 대상이 되고, 소비자 믿음도 이에 비례해서 커진다. 그러나 오랜 시간과 전통만이 성공비결은 아니다.

이성당은 예로부터 속이 단팥으로 꽉 찬 단팥빵으로 군산 일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지금도 총무게 130g 중 팥이 90g이나 된다. 대신 껍질은 일반적인 단팥빵에 비해 얇아 ‘속이 꽉 찬’ 단팥빵을 만든다. 이성당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시도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밀가루 대신 100% 쌀가루로 빵 껍질을 만든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쌀을 국수와 빵 등에 다양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초기에는 쌀이 주는 느낌이 거칠고 빨리 굳는 바람에 몇 년간 고생했지만 결국 부드러운 식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빵은 시간이 지나면 뻣뻣해지지만, 쌀 반죽은 얼렸다가 녹여도 맛이 거의 똑같다. 한 번에 많이 구입해서 냉장고에 저장해 뒀다가 먹어도 처음 샀을 때와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제품의 품질이 단기간에 변질된다는 밀가루 빵의 특성을 반죽 재료 변화로 극복한 것이다. ‘빵은 밀가루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좋은 결과를 얻은 셈이다.


이성당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활동. 사진 이성당 인스타그램
이성당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활동. 사진 이성당 인스타그램

성공비결 3│스토리를 만들라

이성당 김 사장은 2012년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아름다운 납세자상(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17년 납세자의 날에도 군산세무서장상을 받았다. 그가 세금을 잘 내고, 사회복지시설에 따끈한 빵을 나눠주고, 청소·김장 등 봉사 활동도 잘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일화도 있다. 이성당이 지금처럼 전국구 스타로 뜨기 전에는 군산 본점 바로 앞에서 좌판을 깔고 찐 옥수수 등을 파는 노인들이 많았다. 이성당은 이들을 몰아내지 않았으며, 끼니때가 되면 빵도 제공했다. 오랜 세월 주변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베푸는 철학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져 나갔고, 이는 이성당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성당이 신관 공간 일부를 지역 예술인 등에게 제공하는 것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성공비결 4│SNS로 전국구 스타

이성당이 지역 스타에서 전국구 스타가 된 건 최근 10년 사이의 일이다. 급속한 성장의 배경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국인의 특성과 폭발적으로 확산된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의 영향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성당이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16년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동해 SNS마케팅을 시작한 것도 이런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제훈 IBS컨설팅리더십센터 이사는 “누구나 인정하는 상품의 높은 질에 스토리가 곁들어질 경우 명품이 탄생한다”면서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스토리의 힘은 SNS의 활용을 통해 극대화된다”고 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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