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8호선 석촌역 인근 동네 빵집으로 시작해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인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르빵. 사진 이민아 기자
지하철 8호선 석촌역 인근 동네 빵집으로 시작해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인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르빵. 사진 이민아 기자

‘빵지 순례자(소문난 빵집을 성지순례하듯 하는 사람)’가 많아지면서, 동네 빵집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제빵 시장을 지배한 파리바게뜨·뚜레쥬르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제치고 골목 어귀에 위치한 동네 빵집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제과점 업종의 시장 규모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빵집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8.6%에서 2016년 39.3%로 커졌다. 특색 있는 동네 빵집을 찾아다니는 소비 트렌드가 2016년 이후 확산된 것을 감안하면, 이 비중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빵집은 포장 판매 중심의 사업이기 때문에 33㎡(10평) 안팎의 작은 점포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임대료를 합쳐 1억원 초반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미래만 보고 무작정 동네 빵집을 차렸다가는 쓴맛을 보기 십상이다. ‘장사 잘되는 동네 빵집은 따로 있다’의 공동 저자 신길만씨는 “규모는 작지만 제조에서 판매까지, 제조업 경영의 모든 요소가 동네 빵집에 집약돼 있다”고 했다.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도록 빵 메뉴 개발을 철저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만든 제품 라인업을 내놓고, 제품을 시장에 제대로 알려야만 성공적인 빵집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초짜 자영업자가 이 당연한 것을 제대로 하는 것은 기대만큼 쉽지 않다. 일단 빵집 사장이 되고 나면 혼자서 여러 사람의 역할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급하게 창업해 어려움을 겪지 말고, 필요한 것을 차근차근 다지고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네 빵집 창업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1│개업 전 준비로 비용 아껴라

‘줄 서는 일본의 작은 빵집’의 공동 감수자이자 동네 빵집으로 시작한 ‘르빵’의 창업자 임태언 르빵 오너셰프는 “추가 비용 발생을 감안해 최대한 실속 있게 예산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 서울 송파구 지하철 8호선 석촌역 근처에 ‘르빵 1호점’을 열어 이 곳을 1년 만에 줄 서서 기다리는 빵집으로 만들었다. 르빵에서는 이스트 대신 천연 효모를 배양해서 발효시킨 빵을 판다. 임 셰프가 르빵 1호점 창업에 쓴 예산은 8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추가로 5000만원을 더 들여야 했다. 점포를 계약하면서 권리금 3000만원이 추가됐고, 빵 제작에 필요한 도구나 포장지 등 소소한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이 조금씩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상용 예비비를 준비해 두라”고 했다.

창업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요령을 익혀두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줄 서는 일본의 작은 빵집’의 공동 감수자인 김혜준 김혜준컴퍼니 대표는 “창업 초반에 방산시장 같은 제빵 전문 시장이나 가락시장처럼 신선한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곳에 눈도장을 찍고, 거래처로 만들어 놓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놓으면 시기별로 산지 농장들과 직거래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전 세금 제도를 알아두는 것도 필수다. 신규 창업자의 경우 ‘간이과세자’로 분류해 세무서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일반과세자의 부가가치세율은 10%인데, 간이과세자는 여기에 업종별 부가율(제과점업의 경우 10%)을 곱한 1%만 내면 된다.


2│확고한 차별화 포인트 기획하라

동네 빵집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그 가게만의 확고한 특색이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메뉴를 팔거나, 건강하고 질 좋은 빵을 파는 등 고객이 그 가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자영업자 컨설팅을 담당하는 신한은행 소호(SOHO)본부의 정성윤 과장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써서 크기가 커 눈길을 사로잡는 빵, 건강에 좋은 재료를 활용한 빵 등 ‘특이한’ 빵을 파는 빵집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 셰프는 르빵의 성공 비결인 ‘천연 발효종 빵(천연 효모를 배양해서 만든 빵)’이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과정을 소개했다. 그가 창업했던 2011년 당시에는 천연 발효종 빵에 대한 인지도가 없다시피 했다. 매출은 늘지 않고 적자가 지속됐다. 장사가 정말 안 되는 날은 하루 매출이 6만원이던 날도 있었다. 어느 프랜차이즈 제과점 점주로부터 “장사도 안 되는데, 우리 프랜차이즈 밑으로 들어오라. 아니면 차라리 점포를 비워달라. 우리가 가게를 좀 확장해야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버티던 2012년 어느날, 가게 앞에 수많은 아기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창업 1년 만이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파크리오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들의 친목 카페인 ‘파크리오맘’에서 “이 집 빵은 유독 부드럽고 맛있어 건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추천글이 올라온 것이 계기였다. 임 셰프는 “기쁘면서도 내심 반짝인기로 끝날까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옆 아파트 단지 주부들, 파워 블로거들까지 몰려들었다. ‘방부제 없는 천연 발효종 빵’이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제대로 먹히기 시작하면서 르빵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창업 후 1년간 르빵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만원이었다. 이후 순식간에 5배인 100만원으로 늘어났다. 임 셰프는 현재 서울 시내에 지점 5곳과 레스토랑 1곳을 운영하고 있다.


3│보건소·세무서 신고는 개점 전에

창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관할 보건소 위생과에 필요 서류를 구비하고 영업 신고를 해야 한다. 임 셰프는 “가게 착공 전 가게 도면을 지참하고 관할 보건소 위생과를 찾아가 사전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사전 상담을 하면 구비해야 할 서류와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생과에 내야 하는 서류는 △식품영업신고서 △위생교육수료증(영업 신고 후 3개월 이내 사후 교육 수료 가능) △건강진단 결과서(보건소에서 발급) △화재배상책임보험증권 △임대차계약서(임차 시) 등이다. 여기에 더해, 면적이 지하 66㎡ 이상이거나 지상 2층 100㎡ 이상일 경우 소방완비증명서(소방서에서 발급)를 추가로 내야 한다.

필요 서류를 접수하면 바로 영업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이 영업허가증을 가지고 세무서를 찾아가는 것이 마지막 관문이다. 세무서로 가서 제과점업으로 신고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영업을 시작하면 된다. 영업을 시작하고 20일이 지나도록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적발 시 과태료 성격의 ‘미등록가산세’를 내야 하는데, 매출액의 1%나 된다. 개점 직후에는 가게를 비우고 이런 신고·등록 절차를 밟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리 해두는 것이 낫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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