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 경희호텔경영대학 조리학, 경희대학교 대학원 호텔경영학, 그랜드 워커힐 서울 제과제빵사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이재진
경희호텔경영대학 조리학, 경희대학교 대학원 호텔경영학, 그랜드 워커힐 서울 제과제빵사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국관광대학교(이하 관광대)의 호텔제과제빵과는 한국을 대표하는 제빵사 교육과정이다. 기본 과정은 2년제다. 비슷한 교육과정은 혜전대·수원여대 등에도 있다. 그러나 관광대는 2학년을 마친 후 2년(3·4학년)의 추가 심화교육과정을 제공해 4년제 학사학위를 제공하고 있다. 4년제 과정이 있는 제빵학교는 관광대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3·4학년에 진학한 학생들은 빵을 만드는 호텔이나 빵집 등 현장에 나가 일을 해본다. 또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이 학교는 제빵 기술뿐 아니라 원가 관리 등 빵집 운영에 필요한 경영 지식도 가르친다.

관광대의 이재진 호텔제과제빵과 교수를 만나 제빵사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또 빵집 창업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도 들어봤다.

이 교수는 서울 광진구에 있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구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1990년부터 2001년까지 근무한 제빵 전문가다. 그는 “최소 5년은 현업을 해 본 후에 빵집을 차리는 게 좋다”며 “빵집 경영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고 전반적인 경영의 흐름을 파악한 후에 도전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수요예측과 원가관리 등을 안정적인 빵집 경영의 조건으로 꼽기도 했다. 인터뷰는 5월 7일 오후 관광대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매년 몇 명이 입학하나. 졸업 후 진로는.
“매년 90명씩 입학한다. 2학년까지 다니고 졸업하는 사람도 있고 심화과정인 3·4학년 과정으로 진학하는 사람도 있다. 심화과정 진학생들은 매년 20명 안팎이다. 졸업하고 바로 창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네 빵집에서 경력을 쌓거나, 파리바게뜨 같은 식품기업으로 가거나, 신세계 같은 유통기업이나 호텔 쪽에 취업하는 등 다양한 진로가 있다.”

졸업 후 바로 창업하면 성공하기 힘든가.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학생이든 다른 제빵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든 졸업 후 바로 창업은 권하고 싶지 않다. 경험 없이 경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빵과 케이크, 쿠키 등 제과제빵의 기본적인 제품을 모두 만들 수 있게 된 뒤에 창업하는 것이 좋다. 제과기능사, 제빵기능사 자격을 따고도 현업에서 최소 5년은 근무해야 이 정도의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요즘에는 식빵, 마카롱 등 1~2개 종류의 빵만 파는 전문점 형태의 창업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그렇게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오랜 경험 없이 도넛 전문점 같은 것을 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제빵산업도 점점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 가지 빵만 만들 줄 알면서 창업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취급하는 제품의 유행이 지나면 다른 제품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빵기술 외에 빵집 창업 때 고려할 요인들은.
“우선 빵집 위치를 잘 정해야 한다. 내가 목표로 하는 고객층이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위치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년층 이상은 대개 달고 부드러운 빵을 좋아하지만,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바게트 등 딱딱한 빵을 좋아한다. 위치를 정할 때 세대별로 다른 취향을 잘 파악해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빵집이 들어설 지역의 주민 평균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등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위치 선정 외에 빵집 경영에서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식재료에 대한 원가관리다. 원가관리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 등만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인건비와 임대료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줄이려고 해도 줄일 여지가 적다. 그러나 식재료 비용은 다르다.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우선 식재료를 팔릴 만큼만 구매해야 한다. 빵이나 케이크는 한 번 만든 뒤 오래 두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혹은 며칠이 지나면 모두 버려야 한다. 결국 수요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해 생산을 거기에 맞추느냐의 문제다.”

제빵산업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빵집들이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다. 케이크 전문점, 식사빵 전문점 등 전문 빵집이 늘고 있다. 일본은 제과제빵 산업이 우리보다 더 전문화, 세분화돼 있다. 빵만 만들거나, 케이크만 만들거나, 초콜릿만 만드는 식이다. 몇 개의 제품만으로 승부한다. 우리도 이런 식의 전문 빵집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빵집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경쟁이 매우 심하다. 견디다 못해 폐업하는 곳도 많다. 특히 단팥빵, 케이크, 식빵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빵과 차이가 별로 없는 제품을 팔다 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경영능력, 마케팅·홍보능력 등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못 따라가면서, 같은 빵을 판다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네 빵집만의 강점과 차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을 뛰어넘을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

제빵사는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직업이다. 빵집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데 그 시간 내내 계속 서 있어야 한다. 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기도 한다. 화려한 직업도 아니고 짧은 시간에 성공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다. 수십 가지 빵과 과자를 매일 만들려면 새벽에 반죽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이 직업을 정말 좋아해서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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