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치 파커(Hutch Parker) 프린스턴대, HBO 제작부문 수석 부사장, 오리온 픽처스 수석 부사장, 20세기폭스 영화그룹 부회장 / 5월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허치 파커 프로듀서.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허치 파커(Hutch Parker)
프린스턴대, HBO 제작부문 수석 부사장, 오리온 픽처스 수석 부사장, 20세기폭스 영화그룹 부회장 / 5월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허치 파커 프로듀서.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가능한 한 원작에 충실하게(Be as true as possible).”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이하 다크 피닉스)’의 제작자인 허치 파커 프로듀서를 5월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났다. 그에게 “만화가 원작인 작품을 영화로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다크 피닉스’의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는 “영화는 단순히 원작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정신’을 계승한 창조적인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5년 20세기폭스에 입사해 영화그룹의 부문장과 총괄 부회장을 역임했다. 2003년 ‘엑스맨 2’의 제작에 참여하며 ‘엑스맨’ 시리즈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2014년)’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년)’ ‘판타스틱 포(2015년)’ ‘울버린(2016년)’ 등 ‘엑스맨’ 시리즈 영화와 연이 이어졌다. 2008년까지 그가 영화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있는 동안 20세기폭스는 ‘아바타’ ‘다이하드’ ‘테이큰’ 등의 메가 히트작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현재는 영화 제작사 뉴리젠시의 공동대표다. 뉴리젠시는 20세기폭스가 영화·드라마 제작사 리젠시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 벤처다.

파커 프로듀서는 활짝 웃으며 인터뷰 룸에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는 눈을 마주치자마자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짧게 자른 흰 머리, 다부진 체격이었다. ‘엑스맨’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울버린처럼 왕성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만화책 원작 영화를 제작할 때 원칙은.
“줄거리·배경의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원작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자는 원작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것과 영화 각본가·감독의 원작에 대한 재해석,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균형을 잡나.
“원작에 ‘가능한 한 충실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충실하다는 건, 만화의 줄거리와 세부 사항을 무작정 영화에 똑같이 옮겨놓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작품을 수차례 읽어 보며 원작에서 다루는 주제, 정신적인 가치를 탐구해야 한다.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원작에 충실했던 영화를 꼽는다면.
“‘로건(2017년)’이다. ‘로건’을 만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만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그만의 해석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늙고 지친 울버린의 쓸쓸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제대로 표현했다. 그는 원작을 따를 수 있는 부분은 따르되, 변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과감하게 각색했다. 제작자로서 맨골드 감독에게 충분한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파커 프로듀서는 사이먼 킨버그와 ‘로건’을 공동제작했다). 이런 각색 작업을 두고 일각에서 ‘그렇게 많이 바꿀 거면 그냥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만들지 그러냐’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각색은 원작을 존중하고 원작의 유산을 계승하는 작업이다.”

영웅 영화가 많다. 그중 ‘엑스맨’ 시리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엑스맨’ 시리즈는 소수자들이 겪는 외로움을 다뤄왔다. ‘엑스맨’ 속 돌연변이들은 그들의 특수한 능력 탓에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한다. 심지어는 가족으로부터 핍박당하기도 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소수자다. 동시에 돌연변이들이 소외당하는 원인이 되는 특수 능력은 그들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이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속 세계관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볼거리를 제공해 오락적인 가치를 달성함과 동시에,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감정이 드러나는 세계관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락적인 가치를 달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우주 공간’을 보여주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관객이 본 적 없는 힘과 액션을 보여주면 된다. 감정적인 가치를 살리는 방법은 영화를 관통하는 추상적인 주제를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다크 피닉스’의 경우, ‘만약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그 자신과 나머지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일 때,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영화 속에서 각 캐릭터는 위협이 되는 구성원을 죽여야 할지, 그의 곁을 지켜줘야 할지를 두고 편을 갈라 다툰다.”

‘다크 피닉스’에서 어떤 캐릭터가 어느 편에 붙어야 할지 어떻게 정했나.
“우주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사고를 당하고 악(惡)의 존재 ‘다크 피닉스’로 변해버린 진 그레이와 나머지 캐릭터들이 기존 작품에서 어떤 관계였는지에 따라 정했다. 우선 진의 남자친구 스콧 서머스는 진에게 충성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엑스맨을 이끄는 지도자 찰스 자비에도 진의 편에 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진이 사고를 당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레이븐과 가까웠던 캐릭터들은 진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레이븐을 사랑했던 행크 맥코이는 진에게 적대적으로 변할 것이 자명했다. 에릭 렌셔의 경우, 레이븐과 한때 사랑하는 사이였던 데다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진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임이 분명했다.”

제작자로서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영화를 제작할 때 원칙이 있나.
“제작자의 역할은 각본가나 감독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제작진 모두 관객에게 기존 캐릭터들을 활용하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다짐하기 때문이다. ‘다크 피닉스’를 통해 우리는 캐릭터들이 기존 ‘엑스맨’ 세계관에서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과 생각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선했던 찰스가 악당으로 등장하고, 늘 악당에 맞서 단결했던 엑스맨이 분열하는 건 전에 없던 내용이다. 어린 돌연변이들이 찰스의 권위에 반항하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여성인 것도 새로운 것이다.”

이민아 기자, 최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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