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용자가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모습. 부둣가에서 포켓몬 ‘미뇽’을 발견했다. 미뇽은 포켓몬스터 세계관에서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환상(미지)’의 포켓몬으로 분류되는데, 물 속에서 산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 이용자가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모습. 부둣가에서 포켓몬 ‘미뇽’을 발견했다. 미뇽은 포켓몬스터 세계관에서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환상(미지)’의 포켓몬으로 분류되는데, 물 속에서 산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블룸버그

1996년 ‘포켓몬스터’ 게임을 처음 만든 ‘포켓몬의 아버지’ 다지리 사토시(54)는 어릴 적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연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방과 후 산과 들, 냇가와 방공호의 흔적을 찾아 홀로 쏘다녔다. 곤충 채집과 동식물 관찰, 도감 읽기를 좋아했다. 그는 학교에서 ‘곤충박사’로 불렸다.

사토시가 살던 도쿄 인근의 마치다시는 그가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도시화가 시작됐다. 그는 옛 추억을 뒤로 하고 게임에 몰입하는 성인이 됐다. 이후 게임 회사 ‘게임프리크’를 창립한 그는 31세에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서 ‘포켓몬스터’를 제작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몬스터)은 어릴 적 관찰했던 올챙이를 본뜬 ‘발챙이’와 ‘슈륙챙이'다.

현재 포켓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사토시처럼 모두 개발 이전의 자연을 그리워하진 않는다. 하지만 저마다 교실 창가에 앉은 고추잠자리, 문구점 앞에서 팔던 병아리, 골목길을 서성이는 길고양이를 귀엽게 바라보던 기억들이 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이 생명체들을 반려동물마냥 직접 사육하는 개념이 ‘포켓몬스터’ 세계관에 담겨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포켓몬스터’ 세계관이 담긴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굿즈에 열광하는 이유다.

‘포켓몬스터’ 세계관의 공통된 설정은 ‘포켓몬 트레이너’ ‘포켓몬’ ‘체육관 대전’이다. 각 게임 플레이어들은 트레이너가 되어 길에서 발견한 포켓몬과 대결을 펼친다. 대결에서 이기면 포켓몬을 개인이 소유하는데, 이 포켓몬으로 다른 트레이너와 체육관에서 대전을 벌인다. 여러 대전에서 최종 승리하면 포켓몬 챔피언이 된다. 포켓몬의 종류는 물, 불, 전기, 전설 등 10여 가지로 나뉘는데, 종류에 따라 대전승리 전략도 숨어 있다.

‘포켓몬스터’ 세계관은 2016년 ‘포켓몬고’로 출시되면서 인기를 재확인했다. 그간 ‘포켓몬스터’ 게임은 1세대부터 8세대까지 포켓몬 종류를 추가해오면서 세계관을 확장했다. 1~3세대는 게임보이, 4세대부터는 닌텐도에서 구동 가능했다. 모바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실제 배경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게임으로 ‘포켓몬스터’ 게임이 출시된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 방송사 CNN은 일본의 비디오 게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 중 하나로 포켓몬고를 뽑았다.


AR게임으로 가상 세계관 주인공 된다

포켓몬고는 출시와 동시에 스마트폰용 앱 마켓에서 1위를 휩쓸었다. 미국 출시 5시간 만에 인기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는데, 수퍼셀의 인기 게임인 ‘클래시 로얄’이 1위에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출시 하루 만에 미국, 뉴질랜드 등 3개 국가의 애플 앱에서만 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포켓몬고는 ‘포켓몬스터’ 닌텐도 게임을 보다 단순화해 AR 기술을 적용한 게임이다. 직접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갑자기 길가에서 포켓몬 그래픽이 뜬다. 강 인근에서는 ‘잉어킹(잉어 몬스터)’ ‘별가사리(불가사리 몬스터)’가 출몰하는 등 지역 특색을 반영한 것이 게임의 특징이다. 포켓몬을 하나둘씩 모아 도서관, 지하철역과 같은 거점에서 다른 포켓몬 트레이너와 체육관 대전을 펼칠 수 있다.

포켓몬고의 인기 요인은 가상 세계관을 현실에서 구현했다는 것이다. AR게임만의 강점을 활용한 사례다. AR게임은 사용자가 실제 보는 배경에 가상의 게임 요소들을 넣어 현실과 가상 세계관을 혼동시킨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용자는 자신이 포켓몬스터 트레이너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포켓몬스터’ 세계관에 몰입하면서, 해당 세계관이 전달하는 동심도 함께 생긴다. 길에서 만난 귀여운 동식물에게 눈길을 주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간 AR게임이 출시돼 화제를 모은 적은 있었지만, 세계관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국내에서는 이미 포켓몬고 출시 5년 전인 2011년 KT에서 ‘올레 캐치캐치’라는 AR게임을 출시했다. 몬스터를 잡으면 이용자가 캐시(cash)를 쌓는 시스템으로 포켓몬고와 유사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특별한 세계관 없이 AR기술을 구현하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용률 저조로 1년 반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포켓몬고를 제작한 미국 AR게임 전문 업체 ‘나이언틱’마저도 처음에는 실패를 맛봤다. 나이언틱은 구글의 사내 벤처 ‘나이언틱 랩스’로 시작해 2015년 분사한 회사다. 나이언틱 랩스는 2011년 AR게임 ‘인그레스(Ingress)’를 출시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인그레스는 실제 지도 위에서 땅을 점유해나가는 ‘땅따먹기’ 게임이었다. 이용자가 1500만 명에 달했지만, 확장되지 못하고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나이언틱의 존 행크 CEO는 2014년 4월 1일 구글이 선보인 만우절 이벤트 ‘구글맵 포켓몬 챌린지’에서 포켓몬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3일 동안 구글맵 지도 위에서 1세대부터 6세대에 이르는 포켓몬 150마리를 직접 잡는 이벤트였는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구글에서 구글 어스, 구글 스트리트뷰 등 지도 관련 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일했던 행크 CEO는 ‘포켓몬스터’ 세계관의 힘을 깨닫고 이를 AR게임에 접목시켰다.

포켓몬고는 AR게임 중 유일하게 세계적으로 대중성을 얻었다. 지난해 5월 포켓몬컴퍼니는 포켓몬고 다운로드 수가 8억 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한때 하루 이용 시간이 페이스북보다 많은 적도 있었다. 현재까지도 게임을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액티브 유저는 1억 명이 넘는다. 포켓몬고는 올해 4월까지 누적 매출액 22억달러(약 2조원)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포켓몬고 매출은 7억9500만달러(약 9460억원)로 2017년보다 35% 증가했다.

포켓몬고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포켓몬컴퍼니는 5월 29일 포켓몬고의 후속작 ‘포켓몬 슬립(sleep)’을 2020년 출시한다는 소식을 밝혔다. 포켓몬컴퍼니의 이시하라 츠네카즈 사장은 인간의 수면시간까지 ‘포켓몬스터’ 세계관에 적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인간은 일생의 많은 시간을 수면하면서 보낸다. 포켓몬컴퍼니의 다음 도전은 잠을 오락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게임 업계 “AR게임에 세계관 담자”

AR게임은 더 이상 신기술을 체험하는 일시적인 콘텐츠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은 보고서를 통해 2022년 AR 관련 시장이 900억달러(약 10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AR게임 시장의 입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AR게임의 화두는 매력적인 가상 세계관을 구현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것이다. ‘포켓몬고’ 제작사 나이언틱은 신규 AR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을 출시할 계획이다. 실제 도시를 탐험하면서 신비한 유물을 발견하고, 환상적인 동물과 캐릭터를 만나는 내용이다. 현재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회사이자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로 유명한 모장도 5월 17일 모바일 AR게임 ‘마인크래프트 어스’를 공개했다. 단순히 개별 사용자가 증강현실을 경험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사람이 세계관을 공유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블록들을 모아 건물을 짓고 몬스터와 싸우는데, 수집된 블록을 친구들과 나누는 기능이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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