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視界) 제로’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방법의 하나는 갈등국면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다. 결국 정책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은 도널드 트럼프호(號)에는 선장 외에도 책임과 역할을 달리하는 전문가들이 키를 나눠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중(對中) 압박의 선봉에 선 ‘6인의 키잡이’를 소개한다.

이들의 목표는 단지 4200억달러(약 495조원) 규모인 미·중 무역적자의 해소에 머물지 않는다. “1980년대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이 누렸던 독보적 지위를 되찾겠다”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발언대로, 미국의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이 근본적인 목표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중국이 추구한 변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실수’였다며, 중국을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의 상대로 본다.


마이크 펜스
마이크 펜스

1│‘신냉전 시대의 선포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

“펜스라면 트럼프에 대해 의문을 갖는 보수주의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6년 7월 마이크 펜스 당시 인디애나주(州) 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확정 지은 것을 두고 폴 라이언 당시 하원의장이 한 말이다. 라이언 전 의장은 공화당 경선 동안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 그가 펜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만 봐도 당내에서 펜스 부통령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 후손인 펜스 부통령은 인디애나주 럼버스에서 태어난 ‘인디애나 토박이’다. 2001년부터 12년 동안 인디애나주 하원의원(6구역)을 지냈고, 2012년 중간선거 때 인디애나 주지사에 당선됐다. 대학(하노버칼리지)과 대학원(인디애나대 법학대학원)도 모두 인디애나에서 졸업했다.

공화당의 강경 보수파 그룹인 ‘티파티’ 소속으로 2008년과 2012년에는 대선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당내 지지기반이 확고하다.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펜스 부통령 카드는 ‘신의 한 수’였다.

펜스 부통령의 최대 무기는 ‘깨끗한 이미지’다.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 외에 다른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함께하지 않고, 아내를 동반하지 않은 술자리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일명 ‘펜스 룰’이 회자될 만큼 사생활 관리에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방탕했던 사생활을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대선 기간 중 음담패설 동영상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트럼프 대통령과는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룬다.

그런 그였기에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차분한 말투로 ‘대중국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연설을 했을 때 트럼프의 요란한 ‘공갈(恐喝)’과는 파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연설 이후 중국 외교부는 연휴 기간인데도 두 번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터무니없는 날조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미·중 ‘신냉전(New Cold War)’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2│일본 무릎 꿇린 ‘미사일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회담을 갖고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했다. 수습 국면에 돌입하는 듯했던 양국 관계에 다시 적신호가 켜지고 봉합됐다고 생각했던 양국 무역전쟁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운 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90일 협상’의 얼굴로 등장하면서부터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재직 중이던 1985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일본의 무릎을 꿇린 ‘플라자 합의’의 주역이다. 플라자 합의 협상 중 일본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협상문건으로 상대방에게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미사일맨’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그가 협상 테이블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1980년대 일본이 그랬듯 미국에 위협으로 떠오른 중국의 굴기를 좌절시키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USTR 부대표에서 물러난 후 30년간 로펌 스캐든압스 소속으로 미 철강제조사 US스틸을 대변해 중국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파헤쳤다.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반대하는 등 반중 노선을 걸었고, “자유무역주의는 (중국 등) 외부의 적이 환율 조작을 통해 배를 불리고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데 일조할 뿐”이라며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중국에 껄끄러운 상대다.

라이트하이저와 과거 로펌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WSJ 인터뷰에서 “상대와 타협하거나 접점을 찾기보다 고객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도록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피터 나바로
피터 나바로

3│반중(反中) 이념의 전파자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지난해 7월 중국 관영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함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무역전쟁 ‘도발 원흉’으로 지목했다. ‘보고서와 의회 증언을 통해 끊임없이 중국을 공격하는 라이트하이저는 선봉장’으로, 나바로 국장은 ‘반중(反中) 이념의 전파자이자 책사’로 묘사했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UC어바인)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나바로 국장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 등 13권의 저서와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경제학자 출신이다. 하지만 일류 저널에 게재된 논문이 없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주류 경제학자들과 달리 관세 등 보호 무역을 주장해 비주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그가 중국에 대해 사용하는 용어는 매우 과격하다, 지난해 10월 폭스 TV 인터뷰 중 중국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경제를 키우는 기생충”이라고까지 했다.

그가 정계에 입문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의 도움이 컸다. 인터넷으로 중국 전문가를 검색하던 쿠슈너 고문이 아마존에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을 찾아 읽고 그와 면담한 뒤 직접 천거했다.

나바로 국장은 평소 “중국의 패권주의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바로 국장을 만난 후 자신과 생각이 똑같은 경제 전문가를 찾았다며 기뻐했다.


윌버 로스
윌버 로스

4│트럼프 파산 막은 ‘파산왕’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미국 기업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관세 부과를 강력하게 옹호해 왔다. 최근에는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과 환율전쟁으로의 확전(擴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로스 장관은 ‘금융 제국’ 로스차일드 가문이 운영하는 ‘NM 로스차일드 앤드 선’ 사장 출신이다. 차입 매수(LBO·Leveraged Buy-Out) 등 현란한 금융 기법을 동원해 파산 위기에 몰린 부실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한 다음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큰돈을 벌어 ‘파산왕(King of Bankruptcy)’이란 별명을 얻었다. ‘포브스’ 추정 재산은 7억달러(약 8200억원·2017년 기준)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1980년대부터 친분을 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운영하던 3개 카지노가 실적 부진으로 파산 위기에 몰리자 당시 로스차일드 간부였던 로스가 칼 아이칸과 함께 투자자들을 설득해 파산을 막아 줬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아시아통 인사다. 중국, 일본, 한국 등의 투자로 명성을 얻었고 아시아의 정계와 관계, 고위층 인사들과 막역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중산 중국 상무부장(장관급)도 과거 로스 장관을 “탁월한 기업인이고 훌륭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국과 인연도 각별하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국제 채권단의 협상 자문과 중재역을 맡았다. 그가 이끄는 로스차일드 펀드는 한라그룹을 인수한 뒤 한라시멘트,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한라엔지니어링 등으로 쪼개 팔아 큰 이익을 남겼다. 외환위기 극복의 공로로 김대중 정부에서 표창까지 받았지만 약속한 외자 10억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돈만 유치하고 나머지는 한국 정부의 구조조정 기금으로 충당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존 볼턴(왼쪽),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존 볼턴(왼쪽),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5│화웨이 잡는 ‘수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현재 미국 대중 무역 협상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3각 축을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들보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원사격이 중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둘은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이 화웨이 장비 배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헝가리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화웨이 장비를 쓰면 (미국과) 파트너로서 함께 가기 힘들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헝가리 정부를 압박했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영국 런던을 방문해 “영국이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통신 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폼페이오 장관은 육군사관학교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공화당의 텃밭인 캔자스에서 3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같은 ‘티파티’ 소속인 펜스 부통령 인맥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볼턴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법무부 법무 담당 차관을 지냈다.

NSC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브레인’ 역할을 하는 백악관 기구다. NSC에서 미국 대외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면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가 손발이 돼 정책을 집행한다. 역대 NSC 보좌관과 마찬가지로 볼턴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핵심 외교 참모로 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시절부터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외교의 상당 부분은 볼턴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북·대이란 접근법을 놓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견 차가 불거지면서 경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볼턴 보좌관은 정권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트럼프는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석에서 “만약 볼턴에게 맡겼으면 우리는 지금 4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5월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plus point

신냉전 서막 알린 ‘허드슨 연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10월 허드슨연구소에서 한 연설을 미‧중 신냉전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고위 관리들의 대중국 위협 가운데 가장 강도가 세고 폭이 넓다.

약 4700단어(200자 원고지 105장) 분량의 40분 연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은 지난 17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9배나 성장하면서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 그런데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은 미국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역대 미국 정권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 인권과 자유도 확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중국은 배은망덕하게도 관세와 쿼터, 환율 조작,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도둑질 등을 통해 엄청난 대미 무역흑자를 쌓아놓고 있다.

나아가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통해 미국 경제 지도력의 기초인 지식재산을 빼앗아가려 한다. 또 군비를 확장해 육‧해‧공과 우주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 군사력 약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간선거 개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죽이기’까지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중국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국제법 준수’를 강조한 뒤 “우리는 겁내지 않고,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이 2017년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의 연장선에 있다. 보고서는 중국을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좀먹고 미국의 힘, 영향력, 이해에 도전하는 전략적 경쟁자, 현 국제 질서의 도전자”로 규정한 바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허드슨연구소는 미래학자인 허먼 칸 박사가 1964년 설립했다. 70여 명의 연구원이 안보와 공공정책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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