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서울대 경제학과,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세계은행 경제자문, 조지타운대 연구교수
허윤
서울대 경제학과,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세계은행 경제자문, 조지타운대 연구교수

2018년 2월 시작된 미·중 무역협상이 수차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결국 좌절됐다. 그사이 서로에 대한 불신은 누적됐고 분노는 각종 제재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자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 중국 유학생과 사업가에 대한 비자 발급이나 기술 부품의 중국 수출도 까다롭게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이란과 거래 금지국으로 지정하면서 중국 국유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의 대상이 됐다. 이처럼 무역협상의 실패는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이나 이란 및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은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양측 모두 ‘분노의 질주’를 멈출 생각이 없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제 관세를 넘어 기업과 환율 및 원자재 통제에 이르는 전면전, 나아가 국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십자포화가 화웨이를 정조준하면서 구글과 인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영국의 ARM까지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가세했다. ‘중국 제조 2025’ 핵심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작업도 워싱턴에서 진행 중이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찮다. 비장의 카드는 희토류 수출 제한. 중국인의 미국 유학과 관광도 통제하고 나섰으며 거래 제한 기업 블랙리스트 발표도 시간 문제다.


희토류 수출 제한, 의미 없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는 미국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결론은 부정적이다. 중국은 2018년 기준 글로벌 희토류 광산 생산량의 약 70%, 정제량 기준으로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다면 수출 가격은 일시적으로 폭등할 수도 있다. 이는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이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수출 금지로 이어지자 가격이 반년 사이 5배 급등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중국이 패소하면서 가격은 3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자통상의 수호자’임을 자처해왔으니 그가 WTO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를 다시 취하기란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지역별 희토류 매장량을 보면 중국이 37%이고 브라질과 베트남이 각각 18%, 러시아가 10% 등으로 분포돼 있다. 생산량은 호주가 12%로 중국 다음으로 많고 미국 9%, 미얀마 3%순이다.

희토류는 환경오염이 심하고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선진국에서는 채굴을 꺼렸지만, 최근 서호주의 광산 기업 라이나스(Lynas)가 미국 블루라인(Blue Line)과 합작으로 텍사스에 정제 설비 건설에 합의했고, 말레이시아의 정제 시설도 확대하고 있어 가격이 오르면 많은 나라에서 채굴에 뛰어들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미 유학생 통제는 어떤가? 미국 정부는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 대학의 주요 학과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중국 유학생들, 박사 심지어 교수 일부가 산업 스파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심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6월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이 5월 10일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다. 사진은 5월 1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촬영한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6월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이 5월 10일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다. 사진은 5월 1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촬영한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 연합뉴스

미국 vs. 중국 3승 2무 2패

미·중 무역전쟁의 분야별 전황을 분석한 최근 블룸버그 기사가 흥미롭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스코어는 3승 2무 2패. 미국이 이기고 있는 전장(戰場)은 무역수지, 주식시장, 경제 성장이고 무승부는 환율과 소비자 신뢰, 패색이 짙은 부문은 물가와 외국인 직접투자다. 그 이유는?

우선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액이 올해부터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지난 3년간 월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은 작년 한 해 중국 상하이 지수가 25% 폭락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미국 S&P 500지수 하락 폭의 4배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총 217개의 주가도 5월 한 달간 25% 폭락했다. 중국의 4월 산업 생산, 소매 판매, 기업 투자 등 지표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경기 둔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평가다.

환율과 소비자 신뢰 분야에서는 무승부. 반면 인플레와 외국인 직접투자라는 전투에서는 미국이 불리하다. 작년 7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1차 관세 부과 이후 대상 품목의 미국 내 소매가격은 1.6% 상승했다. 중국이 주로 수입하는 미국산 대두, 구리, 금, 면화, 가스 등은 원재료라 대미 보복관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국 소비자물가를 직접 자극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액은 2016년 460억달러에서 작년 50억달러로 무려 80% 이상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2017년 140억달러, 작년에는 130억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상대적 피해는 중국이 더 크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양측 모두 엄청난 피해를 볼 게 뻔하다. 하지만 상대적인 피해는 중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유는? 첫째, 중국은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작년 4분기 대비 1.4%로 3분기 연속 경기 하강 압력이 강하다. 올해 중국의 GDP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1~2%포인트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둘째, 중국 정부는 2조위안의 세금 감면과 지방정부 채권 2조위안의 발행을 허용했으나 산업 구조 개혁이 정책 목표에서 삭제되는 등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셋째, 자본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본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역외 환율이 오르면서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넷째, 2018년 1분기 강력한 디레버리징 정책 실시 후 부채 비율이 소폭 하락했으나 무역전쟁으로 부채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민영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무역전쟁 수용여건은 열악하다. 성급하게 굴기한 것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략적 오류라고 본다면 오류의 시정은 올해 하반기 ‘중국의 명예로운 항복’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중국의 5G, 드론, AI 분야 기술기업들이 개인 프라이버시와 기업 정보, 나아가 국가 기밀까지 빼돌려 국제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 믿고 있다. 향후 워싱턴은 중국 내 인권 변호사와 종교 지도자, 반체제 인사 및 인터넷 해설가, 3억 명의 농민공, 소수민족 등과 연계를 강화해 중국 정치 체제 특히 공산당 공격에 화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따라서 6월 말 G20(주요 20개국)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협상 재개에 합의한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다. 보조금 철폐나 지식재산권 관련 입법 등을 두고 양국의 근본적 합의가 불가능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중국과 전쟁 중에 치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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