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범 캠브릿지대 컴퓨터과학과 박사,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담당 상무 / 서상범 페르세우스 대표를 5월 31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서상범
캠브릿지대 컴퓨터과학과 박사,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담당 상무 / 서상범 페르세우스 대표를 5월 31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2017년 1월 카카오는 7억원을 벤처기업 페르세우스에 투자했다. 페르세우스는 2016년 12월 14일 설립된 자율주행차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기업 운영의 종잣돈으로 쓰라고 준 고마운 자금이었다. 투자 규모가 큰 건 아니었지만 카카오가  만들어진 지 한 달 남짓한 기업에 투자한 것만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카카오는 페르세우스의 어떤 부분을 주목한 것일까.

페르세우스는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다. 커넥티드카는 5G(5세대 이동통신) 등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해 외부와 실시간 통신을 하면서 운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외부와 인터넷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주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해킹 위협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인터넷으로 외부와 연결돼 있으므로 자동차 운행 시스템을 해킹해 주행을 방해하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고위 정치인이나 기업 오너 등 주요 인사가 타고 있을 경우 해킹을 통한 테러 위험도 있다.

페르세우스는 커넥티드카 해킹을 방지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서상범 대표와 5월 31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커넥티드카가 나왔을 때 적어도 페르세우스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고 하면 누구든지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오랜 기다림과 인내심을 갖고 수년간 개발해야만 하는 분야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라고 했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담당 상무로 재직하면서 소프트웨어 보안 관련 일을 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의 주 관심사인 모바일에는 그리 높은 수준의 보안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부에서 내 기술을 토대로 차량용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을 봤다. 다만 내용이 왜곡돼 있더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차량용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퇴사 후 2주 만에 법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퇴사 시기 즈음 삼성이 전장품 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차량용 전장품 시장에 진출하더라. 결과가 어찌됐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모든 업체가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카카오가 투자한 이유는 뭘까.
“우연하게 카카오 관계자를 만나 내가 개발한 기술을 설명했는데, 미래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원하겠다고 했다. 보안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도 했다. 회사 설립 한 달 만에 받은 투자다.”

지금 만들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어떤 것인가.
“하이퍼바이저라는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다. 내가 2007년 처음 개발한 ‘시큐어 젠 암(Secure Xen ARM)’이다. 하이퍼바이저는 운영체제(OS) 여러 개를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이때 여러 OS 간 방화벽을 설정하는 것이다. 만약 해커가 하나의 OS를 해킹하더라도 다른 OS는 접근 할 수 없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다.”


페르세우스 직원들과 서상범 페르세우스 대표(가운데).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페르세우스 직원들과 서상범 페르세우스 대표(가운데).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하이퍼바이저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자동차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안전과 직결되는 주행 부문과 편리성과 관련된 인포테인먼트 부문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외부에서 이 두 부문이 연결된다. 인포테인먼트에는 GPS 기능 등이 있는데 교통 인프라, 교통 정보 등 외부 정보를 받아들여서 주행 기능에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커가 인포테인먼트 OS에 침입해 주행 기능을 침범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보안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리눅스와 윈도 같은 OS를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는 것처럼, 자동차의 OS도 하이퍼바이저 기술로 여러 개로 나누자는 것이다. 인포테인먼트용 OS와 주행용 OS를 나누면, 해커가 인포테인먼트 관련된 OS를 침범하더라도 주행 기능은 건드리지 못한다. 해커가 차량의 일부 기능을 훼손시킬 수는 있어도 전체를 컨트롤해서 전복시키거나 하는 등의 치명적 사고를 내지는 못하게 하는 것이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
“소프트웨어만 잘 만들어도 로열티로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유망할 것으로 봤다. 10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팔면 이익이 10만원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한 번 개발해놓으면 추가적인 제조 원가가 들어가지 않고 순수한 이익이 된다. 수백억달러 시장이 열리려고 하는데, 이런 고부가가치 산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보나.
“커넥티드카 시장은 2010년부터 차가 양산되기 시작했는데 2023년쯤 되면 모든 신차가 100% 커넥티드카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550억달러(약 65조원) 규모의 시장이 된다. 아랍에미리트 같은 국가는 전 차량의 4분의 1을 자율주행 방식의 커넥티드카로 운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장이 10배 이상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본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뭔가.
“서비스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서비스 측면에서 본다는 것은 결국 수요자 관점에서 본다는 이야기다. 수요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무슨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무슨 서비스를 만들지 고민하다 보면 소프트웨어의 콘셉트가 하나둘씩 잡힌다. 결국 수요자가 있어야 기술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수요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오랜 시간 인내해야 한다는 거다. 업계에선 이를 ‘빅 페이션트(Big Patient)’라고 표현한다. 6개월이나 1년 만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인내심을 갖고 굉장히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전하게 확실한 기술로 하나씩 만들어가는 시장이다. 그것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쪽에 관심을 둔 기업들에 해주고 싶다.”

정해용·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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