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서강대 전자공학과, 서울대 IT벤처산업과정 수료, 대우통신 수출부, 케이코스모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경수
서강대 전자공학과, 서울대 IT벤처산업과정 수료, 대우통신 수출부, 케이코스모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5월 23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도 판교에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와 기술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넥스트칩을 찾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기업들에 1조원을 지원해 현재 4.1% 수준인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인데 구체적인 자금 지원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방문이었다.

1997년 설립된 넥스트칩은 원래 보안용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들어가는 영상신호처리(ISP)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였다. ISP 반도체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에서 받아들인 영상정보를 가공해서 선명하고 안정적인 화질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ISP 반도체는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차선을 벗어나면 경고음을 울리고 핸들을 돌려주는 장치) 카메라에 필수적인 장치가 됐다. 넥스트칩은 ISP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프랑스 르노(Renault)와 클라리온, 중국 지리자동차, 일본 닛산, 독일 콘티넨털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넥스트칩의 제품을 납품받아 신차 양산에 들어간다.

6월 4일 오후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신차를 기획하는 3~5년 전부터 그들이 원하는 반도체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며 “완성차업체가 미래에 어떤 기능이 추가된 자동차를 만들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언제 창업했나.
“1997년 5월 13일, IMF 외환위기가 나기 직전이었다. 대학에서 전자과를 졸업하고 대우통신의 수출부에 입사해 일본 등 해외 시장에 메모리 반도체를 파는 업무를 배웠다. 퇴사한 후에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컴퓨터 매장을 차렸고 오퍼상(수출입중개회사)도 운영했었다. 또 1990년대 초 편의점이 급속도로 늘어날 때는 편의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벤더(도매업자)도 했다. 그러다 반도체 회사를 차린 게 1997년이다. 창업하자마자 IMF 외환위기가 터졌지만 2년째인 1998년부터는 영업이익을 냈다.”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고 왜 시작했나.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을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창업 이후 계속 CCTV용 ISP 반도체를 만들었는데 당시에 이 반도체가 일부 자동차의 후방 카메라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후진기어를 넣으면 후방 카메라가 켜지는데 이 카메라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게 ISP 반도체다. 후방 카메라에 ISP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차량용 반도체 분야도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을 알았다. 우리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8년간 R&D와 인건비 등에만 800억원을 투자했다.”

넥스트칩에서 만든 차량용 반도체는 어떤 제품인가.
“주력 제품은 ISP 반도체다. 이는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가 받아들인 영상정보를 가공해서 선명하고 안정적인 화질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궂은 날씨나 밤에 카메라를 통해 외부상황을 인식하는 데 필수적 기술인 셈이다. 또 AHD라는 고유의 자체 영상 전송기술도 있다. AHD는 이미지센서에서 출력된 디지털신호를 HD(High Definition)급 고해상도의 아날로그신호로 바꿔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CU·센서의 정보를 받아 브레이크 등 자동차의 각종 기기를 제어하는 장치)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미지센서의 디지털신호를 아날로그신호로 바꾸지 않고 ECU로 보내려면 데이터용량이 엄청나게 커져 전송을 위한 전용 케이블을 차량에 부착해야 하고 이 무게 때문에 연비가 줄어든다. AHD기술은 훨씬 적은 용량의 아날로그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최소한의 케이블만으로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자동차 회사 중에 넥스트칩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예정인 곳이 있나.
“프랑스의 르노가 우리가 생산한 ADAS를 구매하기 원해 지난해 10월부터 협상을 하고 있다. 르노는 원래 모빌아이의 ADAS를 사용했는데 기술력과 가격에서 우리 제품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모빌아이는 전 세계 ADAS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이스라엘의 작은 벤처기업이었는데 인텔이 2017년 15억달러(약 17조5600억원)를 들여 인수). 르노가 넥스트칩의 기술력을 인정해 우리 제품을 보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이후 르노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우리가 생산한 반도체를 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일종의 전시회를 열어줬다. 중국의 지리자동차, 미국 포드 등도 차세대 자동차에 우리 제품을 넣으려 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클라리온은 우리 기술력을 이용해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후방 카메라를 만든다. 만들어진 후방 카메라는 닛산 자동차에 들어간다.”

르노 같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넥스트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우리가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 도전한 이유도 CCTV에 들어가는 ISP 반도체를 만들면서 이게 자동차 후방 카메라의 핵심기술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고 결국 우리의 예측이 맞았다. 아날로그 상태로 고해상도 영상데이터를 주고받는 AHD도 이런 핵심기술의 하나다. 유럽, 미국, 중국에서 특허를 갖고 있어 2025년까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려면 우리가 만든 반도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가 일반 반도체 분야보다 어려운 점이 있나.
“가장 어려운 부분은 3~5년 전에 미리 자동차 시장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완성차업체들은 신차를 양산하기 3~5년 전에 기획하는데 반도체 회사들은 완성차업체가 기획할 때부터 그들이 필요한 반도체칩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칩을 기획단계에 제시해야지, 제품을 기획할 때 그제서야 반도체도 개발하겠다고 하면 납품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미리 완성차업체가 원하는 반도체를 갖기 위해선 완성차업체가 어떤 차를 만들고 어떤 기능을 추가하려고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신차에 필요한 반도체가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어야만 한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어떤 지원을 원하나.
“실제 기업들이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중에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별해서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일정한 스펙을 제시하고 이런 스펙을 갖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에 지원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정부가 모든 것을 정해서 요구하는 스펙에 100% 만족스러운 제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이보다는 기업들이 제품 기획서를 낸 후에 정부가 이것을 보고 사업타당성을 평가해서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자동차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등 큰 분야만 정해주고 각 기업들의 기획서를 평가한 후에 지원 업체를 선별하는 것이다.”

정해용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