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LG전자 창원지원담당 상무 / 사진 LG전자
권순일
LG전자 창원지원담당 상무 / 사진 LG전자

1980년대 말 LG전자 창원공장 노사 분규는 이 공장 역사상 최대의 위기였다. 당시 조합원과 회사 간 갈등은 매우 심각했다. 이에 따라 제품 불량률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고객이 구입한 냉장고 안에 낙서가 있는 등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옛날얘기다. 위기를 거치면서 임직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 한국 대기업으로는 드문 협력적인 노사 문화가 정착됐다. ‘이코노미조선’은 권순일 LG전자 창원지원담당 상무를 만나 창원공장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창원 산단의 스마트한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창원 경기가 좋지 않다. LG전자는 어떤가.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조성된 국가 기계 산업의 메카다. 최근 조선업과 자동차 제조업 등 지역 역점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관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에 없던 신(新)가전’들이 소비자로부터 사랑받고 있어 다른 기업들보다는 사정이 낫다.”

LG전자 창원공장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과거 금성사(Goldstar) 시절이었던 1987년과 1989년에 공장 문을 닫을 뻔한 큰 위기가 있었다. 노사 분규에 따른 파업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금성사는 1위 기업 자리를 경쟁사에 내줘야 했다. 당시 경영진과 노조 양측 모두 큰 아픔을 겪었다. 이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서로 약간의 양보를 해야 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일례로 노조는 본연의 역할인 산업 현장 안전성에 대해서는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한다. 회사는 영업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그 부문에 대해서는 확실히 투자하는 식이다. 바닥을 겪으면서 공멸 가능성을 모두 알게 된 결과다. 현재는 기존의 대립적 노사(勞使) 관계에서 사회 책임적 노경(勞經)관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노경’이라는 용어가 중요하다. LG전자는 공식적으로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의미의 ‘노사’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노경 문화(노사 간 상호 협력 파트너십을 통한 선진 경영 문화)라는 표현으로 ‘노경 화합’과 ‘노경 상생’을 화두로 한다. 노조를 경영의 한 축으로 생각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경쟁력이 새로운 가전 개발로 이어지고 있나.
“그렇다. 지금은 많이 보편화한 스타일러의 경우 창원공장에서 개발하는 데 9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조직 문화가 중요했다. 창원공장에는 부서가 달라도 서로 격려하는 문화가 있다. 혁신적인 좋은 제품이 개발돼야 모두의 미래 먹을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또 LG공장의 많은 구성원은 언젠가는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혼연일체가 돼 양보할 건 양보하고 필요할 땐 힘을 모으는 것이 창원공장의 문화다.”

노경 문화 말고도 어떤 경쟁력이 있는가.
“창원공장은 ‘혁신의 메카’로 불린다. 모듈형 생산라인 도입이 혁신의 대표적인 예다. 세탁기 생산 공장에는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백 척이나 되는 높은 장대의 끝에서 한 발을 더 내디뎌야 한다는 뜻)’라는 문장을 걸어뒀다. 어떤 경지에 도달해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어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는 정신력과 실행력이 창원공장을 이끌고 있다. ‘하기로 한 것은 반드시 해내는’ 강한 실행력이 세상에 없던 가전을 만들어내고,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연구·개발(R&D)센터와 생산공장이 함께 있어 서로 간의 빠른 의사소통을 통해 손쉽게 협력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경쟁력 중 하나다. 또 핵심 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 생산라인을 완제품 생산라인과 한곳에 보유한 공장은 글로벌 가전 회사 중에서도 거의 없다. 이 역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직급 체계도 변경했나.
“그렇다. LG전자는 지난해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수평적·창의적·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원을 포함한 사무직 직급을 3단계로 단순화한 새 직급 체계를 도입했다.”

직원 복지를 위한 배려는.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지정해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 업무, 고객 미팅 등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출근 복장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유급휴가에 자신의 연차를 붙여 최소 2주에서 5주까지 쉴 수 있는 ‘안식 휴가제’도 도입해 개인 역량 계발 기회를 줬다. 8세 이하 육아기 자녀를 둔 임직원은 자녀 일정에 맞춰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고를 수 있는 ‘플렉시블 출퇴근제’도 시행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국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없애고 생산 인력 750명을 창원공장으로 재배치한다고 밝혔다. 어떤 이유인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해당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생활가전 분야에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등 ‘신가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경영 효율화 방안이기도 하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새로 배치되는 직원이 근로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 융자와 주말 교통편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최근 잘 팔리는 제품은 무엇인가.
“LG전자는 핵심 부품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롭게 필수 가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신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건조기·스타일러·무선청소기·트윈워시 등이 대표적이다. 건조기의 경우 국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10월 LG전자가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 건조기를 국내에 선보이면서부터다. 이 제품은 옷감 손상, 전기료 부담 등으로 국내 소비자의 외면받았던 기존 제품의 한계를 신기술로 극복한 제품이다.”

지역사회와 상생 방안은.
“창원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LG전자는 1997년 ‘LG세이커스’ 프로농구단을 창설해 창원에 첫 프로 스포츠단을 창설한 바 있다. 국민에게 창원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 밖에도 창원공장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다양한 공헌 활동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는 점은.
“직원 채용 시 서울이나 수도권 등 타지역에서 오는 인력이 많다. 이들이 지역에 잘 정착해 생활하려면 문화와 교육, 환경 등이 좋아야 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창원을 더욱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들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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