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전국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취업·승진에서의 여성 차별 등 많은 부분에서 남녀별, 세대별 인식 차이가 컸다. 그런데 남녀·세대 할 것 없이 거의 일치된 의견 두 가지가 있었다. 여성이 육아 부담으로 중도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력 단절로 인해 여성 임원 비율이 낮다는 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수가 공감했다. 또 남성이든 여성이든 60% 정도가 ‘여성 상사와 일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직장 내 여성 차별을 주제로 다룬 이번 커버스토리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 부분이다.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59세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6월 19~21일 조사한 결과다.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통계 조사 결과 중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7가지 포인트를 뽑았고, 이에 대한 이창민 한양대 교수와 구미영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코멘트를 곁들였다.


직장 내 승진·승급 기회가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응답이 여성은 83.6%나 됐다. 남성의 경우도 50.5%로 절반 정도였다. 남녀에 대해 공정하다는 응답은 남성이 41.1%인 반면 여성은 14.9%였다.

나이별로 20·30대 남성이 특이했다.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응답은 20대 남성이 33.8%, 30대 남성이 37.7%로 40대(61.5%)와 50대(58.8%)보다 크게 낮았다.

전문가 코멘트
구미영 고용 차별에 대한 남성의 인식과 관련해, 특히 20대 남성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으로의 진출 경험이 부족한 20대의 특성상 주로 학교에서 여성의 성취를 바탕으로 ‘차별이 없다’고 인식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대기업의 신규 채용자 중 여성 비율이 여전히 30~40% 수준임을 고려하면, 20대 남성의 고용 차별 관련 인식이 현실과 일정 부분 괴리돼 있다. 노동시장 진출 비율이 높아지는 30·40대 이상이 될수록 고용 성차별에 대한 긍정 응답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추측된다.


‘남녀 간 취업 기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승진 기회의 공정성보다는 수치가 좀 낮았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응답은 남성이 37.9%, 여성이 76.8%였다. 여기에서도 남성 20대와 30대는 각각 22.4%, 26.4%만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20대와 30대 남성은 오히려 ‘남성에게 불리하다’는 응답이 각각 35.2%, 18.7%로 남성 40대(11.9%)와 50대(11.4%)에 비해 높았다. 젊은 남성 중에서도 20대가 30대보다 더 많이 ‘취업 기회가 남성에게 불리하다’고 느꼈다.

전문가 코멘트
이창민 여성들은 취업 때보다는 승진 시기에서 여성 차별이 더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결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높지만 관리자급이나 임원이 되는 비율이 낮은 현상과 연관된다. 20·30대 남성의 인식이 특징적이다. 20·30대는 이전 세대보다 어려운 노동시장을 경험하고 있는데 여기에 사회 전반적인 여성 친화적인 정책이 자신의 취업과 승진 가능성을 낮춘다는 심리적 인식이 강하다. 또 세대 간 이득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가 있다. 여성 차별적인 문화에 이득을 본 것은 40·50대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세대는 20·30대라는 의식이 있다.


‘여성 직장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질문에는 직장 여성의 절반 정도가 ‘그렇다’고 답했다. 41.1%가 ‘그렇다’, 5.0%가 ‘매우 그렇다’고 했다. 남성은 21.4%가 ‘그렇다’, 1.4%가 ‘매우 그렇다’고 했다. 남성 중 ‘보통이다’는 33.4%, ‘그렇지 않다’는 43.8%로 높은 편이었다.

나이별로 남성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여성은 20·30과 40·50의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해 20대와 30대 여성은 각각 57.7%, 55.6%인 반면 40대와 50대 여성은 각각 40.6%, 35.8%로 차이가 났다.

전문가 코멘트
이창민 여성들이 세대별로 성차별 인식에 차이가 있다. 40·50대 여성 직장인의 경우 많은 난관을 뚫고 이미 성공한 여성들이다. 성공한 여성들의 경우, 주류 남성과의 정체성 동일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성공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성공 요인의 편향, 즉 본인의 능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제도적 도움, 주변 사람들의 도움 또는 운(luck)에 대한 비중을 낮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이 자발적 선택에 따라 경력보다 육아를 우선하기 때문이다’는 질문에는 남녀 응답이 어느 정도 비슷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남성 31.4%, 여성 37.2%였으며, ‘보통이다’는 남성 41.8%, 여성 31.8%였다. ‘그렇지 않다’는 남성 26.8%, 여성 31.0%였다.

‘육아 부담과 남성 중심적 문화 때문이다’는 질문에서는 남녀 간 승진∙기회의 공정성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47.3%가 ‘그렇다’고 답했고 33.8%가 ‘보통이다’였다. 여성은 ‘그렇다’가 74.1%로 높았다. 이 역시 남녀 간 인식 차이가 너무 컸다.

전문가 코멘트
이창민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한 이유가 경력보다 육아를 우선하기 때문이라는 문항에 남녀가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비슷하다. 물론 비율의 차이는 약간 있다. 이는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데 어떤 정책이 필요할 것인가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즉, 경력 단절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직장 내 승진이나 취업에서 남녀 간 공정하지 않다는 설문에서는 남성과 여성 간 입장 차이가 컸으나 본인에 대한 설문에서는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남성이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사 발령과 승진 등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 대해 남성은 19.4%, 여성은 33.1%가 ‘그렇다’고 답했다. 12.7%포인트 차이인데, 우리 사회 승진 차별(33.1%포인트)과 취업 차별(39%포인트)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이 문항도 나이별로 남성은 별 차이가 없었으나 여성은 차이가 있었다. 여성 40대와 50대는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29.6%, 32.5%에 그쳤으나 30대는 43.7%로 높았다.

전문가 코멘트
이창민 전반적으로 남녀 간 인식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 특히 승진에 대해 인식 차이가 큰 것은 한국 사회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수치상으로 한국의 여성 임원 비율이 3%로, 매우 낮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 진보·보수, 남성·여성으로 나뉘어 서로 각자의 담론을 각자의 공간에서 생산하는 현상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전체에서 여성 차별의 심각성과 본인 회사 성차별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도 크게 차이 났다.

‘우리 회사는 성차별이 있다’는 응답이 남성은 17.2%, 여성은 32.2%로 15.0%포인트 차이였다. 그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은 남성 22.8%, 여성 46.1%로 23.3%포인트 차이였다.

이 경우도 여성들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컸다. ‘우리 회사는 성차별이 있다’는 응답은 여성 20대와 30대가 각각 37.1%, 41.8%인 데 반해 여성 40대와 50대는 29.8%, 23.6%에 그쳤다. 특히 50대 여성은 ‘성차별이 없다’는 응답이 39.2%로 30대 남성(37.5%)보다도 높았다.

전문가 코멘트
구미영 경력 단절 문제가 심각한 한국 노동시장에서 여성 50대 직장인은 남성 50대 직장인에 비해 열악한 일자리 종사자일 가능성이 크다.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일수록 성별 격차보다는 사업장 자체의 저임금, 불안정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김영미 연세대 교수의 논문)를 고려하면, 저임금 일자리의 50대 여성 응답자는 성차별에 대해 크게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사의 성별은 상관없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남성 상사와 일하는 게 더 좋다’는 문항에 ‘보통이다’는 응답이 남성 48.8%, 여성 48.4%로 절반에 가까웠다. ‘여성 상사와 일하는 게 더 좋다’는 문항에도 ‘보통이다’는 응답이 남성 56.0%, 여성 59.9%로 별 차이가 없었다. 여성 상사에 대한 거부감이 그다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성들은 35.1%가 남성 상사를 선호했으며 여성 상사 선호 응답은 11.3%에 그쳤다. 여성들의 남성 상사 선호 응답은 17.9%, 여성 상사 선호 응답은 17.3%였다.

남성 중 32.7%는 여성 상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고 여성 중 33.7%는 남성 상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해 비슷했다.

전문가 코멘트
이창민 예전에 비해 여성 상사에 대한 선입견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과장 이상 관리자급에서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남성 부하직원들도 서서히 익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세대는 워라밸 문화 확산 등으로 업무 시간 이외에는 개인 시간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남성 중심의 회식 문화도 상당히 변했다. 부하 직원들은 남성 상사든 여성 상사든 전보다 더 업무적으로 대하게 됐다.


plus point

여성 임원 30% 넘겼더니, 경영 성과 따르더라

김소희 기자

여성 임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남성이 대다수인 조직보다 경영 성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여성 임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남성이 대다수인 조직보다 경영 성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증가하면 경영 성과가 높아질까. 답은 ‘(약한) 아니오’와 ‘(강한) 예’ 모두다.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초기 단계에는 경영 성과가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 임원 수가 극도로 적으면, 여성 임원의 차별화된 역량이나 전문성이 주목받기보다 여성이라는 상징성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임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남성 중심적 이사회보다 경영 성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조직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초기에 경영 성과가 나빴다가 이후 좋아지는 현상은 ‘크리티컬 매스 이론(critical mass theory)’으로 설명 가능하다. 크리티컬 매스 이론은 사회 시스템이 자생 가능하게 변화하려면 적당한 ‘규모’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1977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로자베스 M. 칸터 교수가 젠더적 관점에서도 크리티컬 매스 이론이 적용된다고 처음 주장했다.

실증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2012년 독일 튀빙겐 대학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151개의 독일 상장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이 30%보다 적은 경우 임원 수가 늘어날수록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줄어들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그다음 부분이다. 여성 임원 비율이 30%를 넘어서면 ROE는 다시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피터슨 연구소가 2만198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임원 직책에 여성이 전혀 없던 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중을 30%까지 높이면, 회사 수익성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에 다양성이 보장되면 상호 견제가 활발해져 이사회의 독립성이 높아진다. 또 이사들끼리 공모해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일례로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의 6132개 상장 기업의 재정상태를 분석한 결과 여성 이사가 있는 기업에서 회계를 비정상적으로 재조정하는 빈도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전 세계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저자 톰 피터스는 “의사결정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소비자)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을 닮지 않으면 멍청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적 조직이 남자와 여자 소비자 모두를 공략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다양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 IT(정보통신) 기업들은 2014년부터 기업 내 성별, 구성 등을 담은 다양성 보고서를 매년 발간한다. 인도계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여성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MS는 지사별로 여성 임원 할당 비율을 두고 지사장 평가에 반영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014년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일하는 회사, 전 세계 다양한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꿈꾼다”고 말했다.

정재형 선임기자, 이민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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