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영 서울대 법학대학원 박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구미영
서울대 법학대학원 박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구미영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이 낮은 원인은 “승진과 배치에서의 차별”이라고 했다.

구 위원은 ‘여성은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회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여성 상사와는 일하기 힘들다’ 등의 편견에 대해 “그런 발언 자체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로 처벌받는다”며 “심각한 차별이라는 걸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는 육아 휴직뿐 아니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출산, 육아로 인해 빠지는 사람을 대체할 사람을 뽑을 수 있어야 하고 정부가 그게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임원 승진 비율이 낮은 이유를 딱 하나만 꼽는다면.
“승진과 배치에서의 차별이다. 임원이 될 가능성 있는 후보군을 키우는데, 거기는 주로 남성이 배치된다. 2018년 남녀 노동자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여성 노동자 비율이 38.2%인데 과장급 이상 관리자 중 여성은 20.6%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임원은 남성도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소수만 될 수 있다는 점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2016년 기준 2.7%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다. 다른 나라와 차이가 너무 난다.”

여성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일과 생활(가정) 양립제도가 강화되고 확대돼야 한다. 육아 휴직을 넘어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돈을 덜 받더라도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육아기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이게 사용되려면 기업의 인사 평점, 근무 평점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 여성 경력 단절의 원인은 임신, 출산, 육아 부담이다. 육아 부담이 대부분 여성에게 전가된다. 육아 휴직을 길게 쓸수록 복귀 가능성이 작아진다. 육아 휴직은 직장에서 위치가 흔들리기 때문에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하면서 원할 때는 풀타임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대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모델을 제공하고 대체 인력을 쓸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육아 휴직을 할 경우 여유 있는 정부, 공공기관, 학교 등은 대체 인력을 채용한다. 그러면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피해가 덜하다. 육아기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근로시간이 25% 줄었는데 파트타이머를 채용할 수 있는가. 대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젊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추세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런 추세는 당연하다. 과거에는 노동자가 주로 남성이었고, 이들은 육아나 돌봄의 부담이 거의 없었다. 일부 여성 노동자들도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나. 젊은 여성의 결혼·출산 기피를 줄이려면, 노동자의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 남녀 모두가 돌봄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설정해야 한다.”

출산·육아로 인해 여성의 업무 집중도가 낮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남성은 돌봄 책임을 아내나 다른 가족에게 넘기고 회사 중심 인간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해 본 많은 젊은 여성은 ‘나도 남자처럼 할 수 있는데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여전히 기회 자체를 제약하는 것은 문제다. 남성과 똑같이 해도 나에게 같은 기회가 오지 않는다. 남성보다 두세 배는 해야 ‘쟤는 좀 하네. 여자인데도 열심히 하네’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어떻겠나.”

그래도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 많이 바뀌지 않았나.
“느리긴 하지만 변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자급 이상, 특히 임원은 여성 비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관련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가 모범적이더라.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30%로 높이겠다고 했다. 꾸준히 노력해서 2017년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이 16.6%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인상적이었던 게, 기업 경영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30% 클럽’이라는 포럼을 만들었다. 강제적인 건 아니지만 같이 목표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자발적 흐름이 중요하다. 정부가 틀이나 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있다.”

직장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도 심하다. 일에 집중하면 ‘애들은 잘 크겠냐’고 하고, 애들 얘기하면 ‘여자들은 일보다 애가 우선이어서 문제’라고 한다.
“사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차별에 관한 감수성이 높은 사회에서는 관리자가 이런 발언을 하면 차별금지법 위반이다. 성적 역할 관련 괴롭힘(gender based harassment)이라고 미국, 영국, 유럽 등에는 도입돼 있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이런 여성 비하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차별로 규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 중 차별인 게 많다. 심각한 차별이라는 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 취업 규칙에 성희롱에 대한 게 들어가 있는데 그것에만 한정하지 말고 성 비하적 발언, 차별적 발언을 우리 회사에서는 금지한다는 게 들어가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큰 기업 사이트에 들어가면 회사 내부 정책을 천명하는 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 반드시 있는 게 차별, 성희롱, 인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고 즉각 대응한다는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성 상사와는 일하기 힘들다는 편견도 있다.
“이렇게 위법한 발언을 막 해도 되는 걸까. 미국에서는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이런 식의 성차별 발언은 교양 있는 시민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승진 기준이 회식 때 끝까지 남아야 한다든지, 일 이외의 남성 중심적 문화에 치우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이 낮다는 게 꼭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차이가 너무 크면 문제다. 그런데 서구에서의 경험을 보니까 승진이나 배치에서의 차별이라는 게 입증하기 어렵다. 승진 절차를 외부에서 평가해 차별 유무를 결론 내기 어려우니까, 그럼 결과를 보자는 쪽으로 간 것이다. 남녀 고용 상황과 남녀 비율, 업종 특성 등을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노동부가 집계해 전체 통계를 공개하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기업별로 공개해야 한다. 호주가 대표적으로 매년 기업들에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남녀 임금 격차를 공개해야 한다.”

여성들이 임원으로 회사 의사 결정에 많이 참여할 때의 장점은.
“다양성 얘기를 많이 한다.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의사 결정에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이 반영됐을 때 창의적 시도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정재형 선임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