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경북대 전자공학과, 코스닥 상장사 이니텍·이니시스 창업자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경북대 전자공학과, 코스닥 상장사 이니텍·이니시스 창업자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백팩에서 낡은 노트북을 꺼내 사업을 소개하는 자네를 보면서, 창업하자마자 IMF 사태를 만나 어려웠던 내 옛날 경험들이 떠오르더군.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네. 금방 이성을 되찾긴 했지만, 자네의 사업 소개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 여운이 가슴 한 편에 남았다네.

시작하는 모든 것은 작고 초라하고 힘이 들지. 그래도 창업자들은 과거나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열망과 비전이라는 큰 보물을 가진 부자라네. 거절당하고, 무시당하더라도 떳떳하게 어깨를 펴고, 눈을 들어 내가 하려는 일이 주는 미래의 꿈으로 당당하게 자기 길을 가기를 바라네.

창업했다면 먼저 창업의 의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돈을 많이 벌고, 그것으로 유명해져서 평생 편한 인생을 사는 것이 창업의 진정한 목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 이상의 더 큰 의미와 깊은 철학, 높은 비전을 가진 창업자들이 결국 분명한 흔적과 성공을 만든다고 믿네.

창업의 목적은 성공이 아니라 경험이야. 물론 ‘경험 삼아 해보는 것’을 핑계로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임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라네. 그렇다고 성공을 위해 극단적으로 인생 전부를 걸어서도 안 돼. 그건 사업이 아니라 도박이 될 수도 있어. 유혹은 계속되겠지만, 성공을 위해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도 말길 바라네.

이곳에 있다 보니 ‘내가 제2의 스티브 잡스인데, 여기에서 이런 대접이나 받고 있다’ 같은 생각으로 주어진 인생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낭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곤 해. 그런데 진짜 위인은 창업 경험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네.

회사는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조직이야. 나 혼자 원맨쇼를 하는 것도, 마블 영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소수가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지. 혼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유혹이 있을 때 언제나 다른 사람과 함께 팀워크를 만들어야만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라네.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 있지. “뛰어난 사람은 흔치 않다. 경영의 원리는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탁월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종종 내게 “직원들이 이렇게 속썩이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을 한다네. 많은 경우 내 대답은 “참아라”일세. 이건 대표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야.

사람을 협박하고 강압해서 일을 시키는 방식은 이제 경쟁력이 없다네.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지. 사람의 태도와 품성을 개조해서 일을 시키려고 하지 말고, 요구하는 일과 결과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일을 주문하길 바라네. 지금 당장 그를 해고할 것이 아니라면 주어진 상황에서 직원의 장점을 스스로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 사장이 짊어진 운명이지. 물론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겠지. 그래서 창업자의 길은 인격수양의 길이기도 해.

사업이라는 게 뭘까. 도대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게 뭘까. 그게 어떻게 다른 사람, 즉 고객 마음을 움직여 그들 스스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우리 제품을 사게 만들까. 그것도 많이, 반복해서 말이야. 신비한 마법일까. 무슨 묘수를 쓰면 이게 가능할까. 경영은 자연법칙과 같은 일정한 원리가 있어. 반복 가능하고 전달 가능한 원리라네. 묘수나 편법, 비법 같은 것을 찾지 말고 경영의 규율을 알고 따르는 것이 먼저일세.

우선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의 의미부터 생각해보지. 보통 ‘돈 버는 모델’ 의미로 자주 쓰이는데, 구분을 명확히 하길 바라네. 비즈니스는 분명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또 고객 가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지. 이 두 가지를 혼용하다가는 자칫 창업자들을 오도할 수 있어.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수익 모델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낫겠네.

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표현하고 구현할 모델이야. 이 과정에서 돈을 버는 방법이 명확하게 표현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 그런 점에서 사업은 돈 버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도, 전부도 아니라네. 그렇지만 돈 버는 게 없는 건 사업이라고도 할 수 없긴 하지.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조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창업자들은 자기가 만드는 제품이나 그 기능에 더 집중하는 실수를 범하곤 하지. 그런데 고객들은 정작 내가 만드는 제품의 기능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게. 고객은 고객의 필요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네.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굳이 소프트웨어 앱을 개발해야만 하는 게 아니야. 전화 통화, 카카오톡 메시지, 수작업 등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든 상관이 없다는 걸 염두에 두길 바라네.

이렇게 자기중심적 본능을 거스르고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라고 꼭 말하고 싶군. 그래서 나는 사업을 이타주의의 도전이라고 말하지.

플랫폼을 만들면 성공할 것처럼 자주 이야기하는데 플랫폼의 동의어는 성공이라네.

모든 성공한 서비스는 플랫폼이 되지. 플랫폼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착각에서 벗어나게. 그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이야기하고 이 사업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는 더 치열하게 고민해보길 바라네. 이게 성공하면 플랫폼이 될거야.

내가 아는 어떤 분이 한 말이 생각이 나는군. 사업이 창업자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말. 돈과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말이야. 물론 자유를 얻어도 여전히 돈의 노예로 계속 인생을 태우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난 그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네. 많은 창업자가 창업을 통해 얻은 자유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한다는 것을 말이야.

우리 사회에 지금 신인류가 등장하고 있어. 창업의 경험과 자유를 가진 사람들이지. 이 신인류는 가치 있는 일에 자기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네. 중세 시대 부르주아 계급이 과학, 정치, 사회 등 모든 부문에 뛰어들어 도전하다가 결국 중세 시대를 근대로 바꾼 것에 비견된다네. 그래서 21세기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인종이 어쩌면 창업자가 아닐까?

자네가 지금 당장은 사업에 집중하겠지만, 스스로 새로운 종족의 일원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길 바라네. 그래서 내가 단지 사업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도 가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란 기대와 사명을 가슴에 품기를 기대하며 이만 마치겠네.

권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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