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ESSEC 경영대학, 크리에이티브 리더스 그룹 에이트 프로듀서, CJ E&M 글로벌 사업 개발 시니어 매니저, 트위터 싱가포르 시니어 매니저 /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부문에 채용된 첫 한국인 직원이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민영
ESSEC 경영대학, 크리에이티브 리더스 그룹 에이트 프로듀서, CJ E&M 글로벌 사업 개발 시니어 매니저, 트위터 싱가포르 시니어 매니저 /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부문에 채용된 첫 한국인 직원이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민영은 넷플릭스 인터내셔널(미국 외 모든 지역 담당) 콘텐츠 부문에 입사한 첫 한국인이다. 현재는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내 자체 콘텐츠 제작과 라이선스 구매 전략을 총괄한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주요 콘텐츠 거점으로 인식하고 올해 6월 서울 종로구에 한국 사무소를 구축하기까지, 그 배경에는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가 있었다.

김 디렉터는 2016년 11월 싱가포르에 있는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허브에 합류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전담팀을 구축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가늠해보기 시작한 시점이다. 넷플릭스는 2017년 CJ E&M(현 CJ ENM) 계열의 드라마 방영권을 구입하면서 한국 콘텐츠 수를 늘리기 시작했는데, 모든 게 그가 합류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넷플릭스에서 계속 일하면서 김 디렉터의 확신은 더 강해졌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 역량은 세계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넷플릭스가 이를 적극 활용하려면 한국의 크리에이터(제작자)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면서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아야 한다.”

김 디렉터의 이 같은 주장 덕에 넷플릭스는 2018년 5월 서울 광화문의 공유 오피스 위워크에 한국 상주팀을 구축했다.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더 긴밀히 협의하려면, 한국에 잠시 출장 와 머무르는 것보다 (임시라고는 해도) 아예 상주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이 상주팀은 올해 6월 한국 사무소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됐다.

올해 1월, 넷플릭스의 첫 한국 제작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공개됐다. ‘킹덤’은 세계 시청자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김 디렉터의 확신을 현실로 바꿨다.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 사극’으로 1회 제작비만 2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급 작품이다. 방송국을 통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1월 25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7월 3일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에서 김 디렉터를 만났다. 김 디렉터는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다”고 멋쩍게 웃으면서 한마디씩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1│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기준 만들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제작 전략은.
“전략은 두 가지다. 우선 기존의 한국 드라마 팬들이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를 활용하는 것이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와 같은 작품이 그 예다. 두 번째는 기존에는 다루지 않았던 장르와 주제, 즉 ‘화이트 스페이스(공간·여백)’를 공략하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규모가 크다’는 것을 넷플릭스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지만, 우리 생각은 다르다. 주제가 색다르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화이트 스페이스를 찾던 끝에 나온 작품이 ‘킹덤’이었다.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좋아하면 울리는’도 마찬가지로 화이트 스페이스를 공략한 작품이다. ‘앱이 울리지 않으면 스스로의 감정도 모르는 디지털 시대’라는 설정으로 아날로그적 감정인 사랑을 주제로 다룬다. 여기에서 핵심은 ‘조조’라는 여주인공이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에 주목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 작품에서 조조가 남자 없이도 살 수 있는 여성이라는 점을 담았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작 웹툰의 공상과학적인 세계관도 반영해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천계영 작가의 다음 웹툰 연재물이 원작이다. 20년 전 만화 ‘오디션’으로 떠오른 이래 독특한 감성과 깊이로 팬층을 확보한 바로 그 천계영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를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강력한 앱이 보편화한 사회에서 자신의 진심을 알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김 디렉터 얘기대로 화이트 스페이스를 공략한 작품이다. 장르와 주제가 색다르다. 그만큼 드라마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천계영을 좋아하는 사람은 미치도록 좋아하지만, 한국 내 저변이 넓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시청자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다. 넷플릭스가 이런 작품을 드라마화할 수 있는 것은 세계 각국 콘텐츠 수요에 존재하는 화이트 스페이스를 묶어낼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보는 190개국 가입자 중에는 천계영표 콘텐츠의 매력에 빠질 수요가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을 감행한 것이다.

올해 1월, ‘킹덤’ 제작 발표회에서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찾았을 때 이를 제작하는 데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학습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금은 어느 단계에 와 있나.
“각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은 전문 인력들이 많이 입사해 그때보다는 훨씬 똑똑해졌다고 자신하지만, 여전히 (시장에 대해) 배우는 단계다. 넷플릭스에서 원하는 기술적인 사양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작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등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 가령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을 4K(화소 수가 가로 3840개×세로 2160개·가로 화소 수가 4K 즉 4000개에 가깝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해상도로 제작하는데, 한국에서는 이전에 시장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았던 분야다. 기존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2K(1920×1080) 해상도로 제작돼 왔고 이 기준에 맞춰 제작비가 형성돼 있다. 아무리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더라도, 기존에 없던 것의 가격을 새로 정하기는 쉽지 않다.”

오리지널 제작을 결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
“제일 먼저 크리에이티브팀이 어떤 작품을 제작할지 결정한다. ‘킹덤’의 경우, 김은희 작가를 찾아가 ‘쓰고 싶었던 것이 있는지’ 여쭤봤다. 김 작가의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제작을 결정했다. 소설이나 웹툰을 읽다가 내용이 매우 좋아서 원작의 지식재산권(IP)을 먼저 확보하고, 이를 드라마로 만들어줄 감독을 찾기도 한다. 제작사에서 보내주는 제안서를 보고 결정하는 일도 있다. 제작할 작품을 선정하고 나면 예상 시청자 규모를 추정해 작품의 밸류에이션(예상 수익 규모)을 매기는 작업을 한다. 이 콘텐츠가 한국을 넘어 사랑받을 수 있을지, 어느 나라에서 좋아할지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후 필요한 제작 예산을 책정하고 제작사와 협의한다.”

적자가 예상되면 어떻게 하나.
“그렇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써서라도 이 콘텐츠를 제작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구성원이 치열하게 토론한다. 보통 콘텐츠 회사들은 재무팀에서 ‘얼마 한도로 만들라’고 표준 제작비를 제시하기 때문에 타협이 어렵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이 ‘콘텐츠 중심’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면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제작을 결정한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하나.
“촬영 현장을 총괄하는 피지컬 프로덕션팀이 일을 시작한다. 이 팀은 예정된 스케줄에 맞춰 촬영을 완료할 수 있도록 제작 일정 관리와 회계 등을 담당한다. 이후 편집 등 후반 작업을 하는 포스트 프로덕션팀이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제작자들과 협의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오퍼레이션팀에서 자막과 더빙 등 현지화 작업을 한다. 가령 ‘킹덤’의 경우 ‘아시아 사극인데 배우들이 미국 토박이 말투를 쓰면 어색하지 않나’ ‘그렇다면 미국 외에 다른 지역 억양이 좀 섞인 성우를 선정해 더빙하자’ 같은 논의를 했다. 각 문화권에 맞게 작품의 제목 등을 어떻게 정할지도 상의한다. 내 역할은 팀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서로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또 업무 과정에서 문제점이 보이면 솔직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올해 하반기 디즈니가 독자 콘텐츠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공개한다. 넷플릭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SVOD(월정액 주문형 비디오) 시장이 커지는 단계일 뿐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경쟁사지만, 동시에 넷플릭스의 보완재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는 없는 콘텐츠를 제공할 테니 말이다. 물론 미국에 ‘애니메이션 허브’를 만드는 등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K팝(K-pop) 관련 콘텐츠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지) 찾고 있다. 기존 K팝 콘텐츠는 대부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회차에 따라 참가자들이 탈락하면서 살아남은 사람이 승자가 되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올려야 하다 보니 오디션과는 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제작자를 만나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K팝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 중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사진 넷플릭스

2│“실무는 담당자가 제일 잘 안다”…한국 전략은 한국에서 결정

한국 사무소는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한국에서의 모든 활동은 한국 사무소가 결정한다. 흔히들 외국계 기업이 어떤 결정을 할 때 ‘본사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데,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에서는 실무를 하는 사람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본사의 부사장급 수장들도 현지 책임자를 전적으로 믿어준다. 미국에 있는 내 상사는 언제나 ‘한국 시장 전문가는 김민영이다. 나는 김민영이 큰 그림에서 사업 구조를 짜는 것을 도울 뿐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는 ‘이 프로젝트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식의 질문을 폭풍처럼 쏟아낸다.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고 그를 설득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는 다른 기업과 어떻게 다른가.
“(오오… 하며 망설이다가) 수평적인 문화를 표방하는 회사일지라도, 의사 결정권은 소수의 사람에게 한정돼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직급과 관계없이 그 사람이 맡은 역할에 따른 의사 결정권이 있다. 자신의 영역에서만큼은 ‘인폼드 캡틴(informed captain·가장 잘 알고 있는 수장)’이 되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도, 비현실적으로도 들린다.
“(웃음) 회사 밖 사람에게는 그렇게 들리나 보다. 인력을 채용할 때 면접 보러 오는 사람들이 ‘진짜 그렇게 일하느냐’고 자주 물어본다. 그러나 간과하면 안 되는 게 있다. 본인의 의사 결정에 대해 다른 직원들로부터 정말 많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캡틴의 대우를 받는 만큼 많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리드(김 디렉터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를 이렇게 불렀다)가 이메일을 보내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전혀 관련 없는 부서의 직원이 ‘이 결정은 왜 이렇게 한 것이냐’고 대뜸 물어볼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는 부서 직원이 갑자기 질문할 수 있을 만큼, 한 부서의 업무 정보가 다른 부서에 공개돼 있나.
“물론이다. 부서 간 칸막이가 아예 없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중요한 점은 질문을 던지는 의도가 시비를 걸거나 견제하려는 게 전혀 아니란 것이다. 한 업무의 캡틴이 그렇게 다양한 도전을 받으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논리를 공고하게 세우게 된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과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있다.”

겪어 본 다른 외국계 회사들도 그렇게 일했나.
“이렇게 명확하게 조직 문화를 정의하고 그에 따라 모든 직원이 일하는 곳은 넷플릭스뿐이었다. 넷플릭스에 있어 조직 문화는 사업 전략의 일부다.”

왜 조직 문화가 사업 전략의 일부인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콘텐츠 기업에서는 조직 문화 자체가 성장 전략이라는 의미다. 모든 구성원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으니 모든 업무가 굉장히 빠르게 처리된다. 그리고 평소 다른 부서의 이슈에도 익숙하다 보니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 적응 기간이 짧다. 넷플릭스는 조직 개편이 꽤 자주 있는 편이다. 하지만 새로 온 수장에게 실무자가 보고하느라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 이미 그 수장이 새로 이끌게 된 부서의 현안에 대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3│채용은 신중하게…일단 들어오면 ‘롤러코스터’ 업무

김 디렉터는 넷플릭스 합류 전인 2013년부터 3년간 트위터의 한국 사무소와 싱가포르의 아시아 본사에서 콘텐츠 제휴 업무를 했다. 트위터 이전에는 2003년부터 드라마·영화 제작사와 CJ E&M(현 CJ ENM)에서 근무하며 실무 감각을 익혔다.

넷플릭스 합류 과정이 궁금하다.
“2016년 트위터 싱가포르 본사에 있을 때였다. 마침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어 문을 두드려봤다. 처음 인터뷰를 한 후 합격까지 6개월이 걸렸다. 콘텐츠 부문에서 채용하는 첫 한국인 직원이다 보니, 회사가 신중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 처음 지원했을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인터뷰를 거듭하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많아졌다. ‘기본에 참 충실한 회사구나’라고 생각했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인터뷰를 거치며 만난 넷플릭스 사람들은 ‘구독료 값을 하는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했다. ‘비용을 지불한 이들에게 그만큼 가치 있는 작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콘텐츠 회사가 가져야 할 기본 아닌가. 넷플릭스가 크리에이터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도 결국 이런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롤러코스터. 굴곡이 많으면서도 정말 빠른 스피드로 이상향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많은 분이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이렇게 일 많이 하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대답한다. 놀라운 건 스트레스받는 것이 재밌다는 점이다. 누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여서 그렇다. 당면한 과제를 더 잘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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