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의 한 회의실에서 이성규(오른쪽) 피지컬 프로덕션 매니저와 하정수 포스트 프로덕션 매니저를 만났다. 하 매니저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화상 회의 기능을 이용해 이 매니저와 함께 인터뷰에 참여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7월 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의 한 회의실에서 이성규(오른쪽) 피지컬 프로덕션 매니저와 하정수 포스트 프로덕션 매니저를 만났다. 하 매니저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화상 회의 기능을 이용해 이 매니저와 함께 인터뷰에 참여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넷플릭스와 협업했던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넷플릭스 사람들을 처음 만나기 전엔 조금은 두려운 감정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과연 실체가 있는 회사일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 텐데 어렵지 않을까’ ‘한국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을까’ ‘처음에는 조금 투자하는 척하다가 철수해버리면 어떡하지’ 등의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한국 제작사들에 손을 내민 것은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수십 년간 국내 방송국들과 일해 왔던 제작사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제작사들의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서울에 한국 상주팀을 만들었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 갈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드라마·영화 제작 전문가들을 영입해 넷플릭스 한국 상주팀의 일원으로 삼았다. 한국의 제작 환경과 문화에 맞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로 ‘프로덕션팀’을 꾸렸다. 프로덕션팀은 친근한 소통 창구로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과 협의해 오리지널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코노미조선’은 한국 내 프로덕션팀의 첫 번째 직원으로 입사한 이성규 피지컬 프로덕션(콘텐츠 촬영 현장 총괄) 매니저 그리고 하정수 포스트 프로덕션(콘텐츠 촬영 이후의 작업 총괄) 매니저를 7월 3일에 만났다.

두 사람 모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한 드라마 ‘센스8’, 아시아 첫 오리지널 영화인 ‘옥자’ 제작진으로 일했다. 이 매니저와 하 매니저는 각각 2011년, 2009년부터 각종 영화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넷플릭스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채용하면서, 이 매니저와 하 매니저는 각각 지난해 5월과 11월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2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이 회의실의 이름은 ‘킹덤’이었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다.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 사극’으로 1회 제작비만 20억원으로 알려진 블록버스터급 작품이다. ‘킹덤’은 하 매니저가 넷플릭스 입사 전 제작사에서 ‘포스트 프로덕션’ 프로듀서로 일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한국 사무소 내 회의실의 이름을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오리지널의 제목으로 정했다.

인터뷰 예정 시간이 되자 이성규 매니저만 ‘킹덤’ 회의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하정수 매니저는 같이 안 오냐”고 묻자, 옆에 있던 다른 넷플릭스 관계자가 씩 웃으며 왼쪽에 붙어 있는 100인치쯤 돼 보이는 초대형 모니터를 켰다. 하 매니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화면 속 하 매니저가 ‘안녕하세요’ 하고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급한 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로 출국했지만 화상 회의 기능을 이용해 인터뷰에 참여한 것이다. 인터뷰 당시 미국 동부의 현지 시각은 7월 2일 오후 10시. 서울 시각은 7월 3일 오전 11시였다. 미국과 서울에 있는 두 전문가를 한 공간에서 만났다.


완벽한 작품 위해 최고의 노력 기울여

하정수 ‘관상’ 조감독, ‘센스8’ 조감독, ‘옥자’ 조감독 및 VFX 코디네이터, ‘아가씨’ 조감독, ‘버닝’ 조감독, ‘킹덤’ 포스트 프로덕션 프로듀서
하정수
‘관상’ 조감독, ‘센스8’ 조감독, ‘옥자’ 조감독 및 VFX 코디네이터, ‘아가씨’ 조감독, ‘버닝’ 조감독, ‘킹덤’ 포스트 프로덕션 프로듀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제작 과정은 크게 △제작할 작품을 선정하고 기획하는 크리에이티브팀 △촬영 현장에서 스케줄과 예산을 관리하는 피지컬 프로덕션팀 △촬영 완료 후 편집·컴퓨터 그래픽·배경음악 삽입 등 후반 작업을 하는 포스트 프로덕션팀 △작품 제작 완료 후 자막·더빙 등을 담당하는 오퍼레이션팀을 거친다.


피지컬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은 어떤 일을 하는 팀인가.

이성규 “피지컬 프로덕션은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모든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의 전반을 관리한다. 예산과 제작 스케줄 등 촬영 현장과 관련 있는 분야를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피지컬(physical·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프로덕션이라는 표현은 넷플릭스에 입사하면서 처음 접했다. 다른 회사에서는 촬영 현장 관련 팀을 그냥 프로덕션팀이라고 부른다. 아무래도 넷플릭스에서는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제작에 참여하는 팀이라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피지컬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 같다.”

하정수 “포스트 프로덕션은 촬영이 완료된 다음에 해야 하는 편집이나 VFX(시각 특수 효과) 또는 CG(컴퓨터 그래픽) 그리고 음악 등 마무리 단계의 작업을 하는 팀이다. 촬영 데이터를 솎아내고 살을 붙이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되겠다.”


제작사 입장에서 넷플릭스와 일하는 것은 기존과 어떻게 다를까.

하정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의 차이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100% 사전 제작을 한다는 점이다. 한꺼번에 모든 회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시청자의 리뷰를 듣고 작품의 방향을 수정하는 기존 제작 방식은 버릴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부분의 경우,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을 대부분 4K(화소 수가 가로 3840개×세로 2160개·가로 화소 수가 4K 즉 4000개에 가깝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해상도로 제작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4K 해상도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2K(1920×1080) 해상도로 제작한다. 이 때문에 제작사에서 아직 4K 제작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반드시 4K 전용 장비로 촬영해야 한다’고 촬영 전부터 꾸준하게 강조하면서, 2K 제작과 다른 부분을 안내한다. 기존 방식보다 편집 시간이 더 든다든지, 어떤 장비를 써야 한다든지 등의 세부 사항이다. 꼼꼼하게 준비해 후반 작업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만의 제작 절차가 따로 있나.

하정수 “감독이 모든 것을 완성하고 나서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퀄리티 컨트롤(품질 관리·Quality Control·이하 QC)’이라는 절차가 있다. QC는 넷플릭스 직원들이 작품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QC를 처음 접하는 감독은 ‘내 작품을 검증한단 말이야?’ 싶어 불쾌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QC를 한 번 경험해본 감독들은 오히려 이 과정을 좋아한다. CG가 제대로 합성됐는지, 화면이 너무 어둡지는 않은지 등의 기술적 보완 사항을 챙겨서 말해주기 때문이다.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QC를 지켜보면서 ‘과자 하나 만들 때도 불량품이 있는지 없는지 여러 사람이 붙어 꼼꼼하게 확인하는데, 우리 작품은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없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즐거워했다.”


한국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경계심 섞인 편견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성규 “제작사를 만나다 보니 ‘미국 회사니까 영어로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조금 불편해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한국에서 영화·드라마 제작 현장을 온몸으로 겪은 나 같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만나 보고는 조금씩 경계를 늦추는 것 같다.”

하정수 “‘옥자’와 ‘킹덤’ 등의 오리지널 덕에 예술가에게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고, 최고의 지원을 해주는 회사라는 점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사실 ‘옥자’만 해도 많은 회사에서 거절당했던 콘텐츠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 제작 현장에서 내게 ‘넷플릭스 아니면 누가 돼지가 주인공인 영화에 투자하겠나’ 하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 환경에 열악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이성규 “‘사전 제작 방식을 정착시키겠다’는 목표가 있다. 현장 스태프들이 과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드라마 방영 일정에 맞추려고 다급하게 촬영하기 때문이다. 또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한 예산과 스케줄을 정한다. 일방적으로 제작비를 제시하고 제작사에 ‘이 안에서 알아서 해보세요’ 하고 통보하지 않는다. 나도 현장 스태프로 일해본 적 있으니 현장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꼭 달성하고 싶은 부분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일하고 싶은’ 제작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이성규 “제작사 사람들에게 ‘넷플릭스 사람들을 현장 인력 중 한 명으로 봐달라’고 꾸준히 말한다. 넷플릭스의 자원을 활용해 달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장비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제안도 하고, 촬영 스케줄을 수립하는 것도 돕는다. 그들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 간 투명하게 업무 공유”

이성규 콩코디아대학, 밴쿠버 필름 스쿨, ‘국제시장’ 해외 촬영 매니저, ‘센스8’ 한국 프로덕션 매니저, ‘조작된 도시’ 제작 매니저, ‘협상’ 제작실장
이성규
콩코디아대학, 밴쿠버 필름 스쿨, ‘국제시장’ 해외 촬영 매니저, ‘센스8’ 한국 프로덕션 매니저, ‘조작된 도시’ 제작 매니저, ‘협상’ 제작실장

넷플릭스 입사 과정은 어땠나.

하정수 “작년에 넷플릭스로부터 ‘킹덤’ 후반 작업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고 제작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킹덤’을 작업하면서 미국 본사의 포스트 프로덕션 매니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다. 그러다 그 사람이 ‘정직원으로 지원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해서, 자연스럽게 지원했다. 최종 합격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킹덤’ 후반 작업을 하는 5개월 내내 나를 지켜보고 판단한 것 같다.”

이성규 “사실 2017년에 넷플릭스 관계자와 한 번 만난 적은 있다. ‘옥자’ 촬영 현장에서 같이했던 친한 후배가 넷플릭스 미국 사무소에 있는 사람에게 내 이력서를 건네면서 ‘아시아 쪽 일을 추진할 때 기용해보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그 만남이 채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이후 다른 작품의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한국 상주팀을 만들면서 다시 내게 만나자고 연락해 왔다. 최종 합격까지 3개월 걸렸다. 이 기간에 열 명이 조금 넘는 넷플릭스 사람들과 인터뷰했다.”


왜 넷플릭스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나.

하정수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 작품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보람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성규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넷플릭스 컬처 데크(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지난 2009년 공유한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명시한 문서)’에서 ‘자유와 책임’이라는 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한한 자유를 주되, 그것에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결정하면 나와 넷플릭스에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겠구나’ 하고 확신이 생기면 밀어붙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복잡한 결재 라인도 없다. 다만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결과를 책임져야 하므로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항상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절대 대충할 수 없다.”


자유와 책임 외에 또 다른 특색 있는 조직 문화는 무엇인가.

하정수 “공유, 그것도 투명하고 솔직한 공유 문화가 있다. 업무 결과물이 완전히 준비되기 전에도 언제든지 다른 팀이 볼 수 있도록 공유한다. ‘내 일’ ‘남 일’ 나누기보다는 ‘우리 일’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거다. 완성이 안 된 프로젝트를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일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으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팀에서 진행하는 회의도 자유롭게 참석해 들을 수 있다. 다른 팀 회의에 가서 앉아 있어도 ‘당신 왜 들어왔어’ 하고 물어보지 않는다. 입사 전 넷플릭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무소 담당자에게 ‘애니메이션 분야를 잘 몰라서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그가 ‘궁금하면 그냥 애니메이션팀 회의에 들어가서 배우시죠’라고 말했다. 난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다. 의지만 있다면 개인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하 매니저는 이어 “동료들을 보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빨리 고백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있다”고 했다. 하 매니저의 말을 듣던 이 매니저는 “상사에게 ‘나를 왜 뽑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면접에서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했던 것이 마음에 들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부서 간 협업이 자유롭겠다.

하정수 “그렇다.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팀이라고 촬영이 다 끝난 후에야 일을 시작하는 건 아니다.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단계에서부터 협업을 시작한다. 촬영이 이미 완료된 영상으로 작업을 하는 팀이다 보니, 미리 문제가 없도록 이성규 매니저를 비롯한 직원들과 논의한다. ‘이렇게 찍어주면 후반 작업할 때 잘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전달해놓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굉장히 자주 다른 팀과 회의를 하는 편이다.”


넷플릭스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이성규 “‘드림팀’이다. 각 분야 최고 실력자들이 모이면 드림팀이라 부르지 않나. 넷플릭스에는 분야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한다. 최고의 실력자들이 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그것을 해외에 알린다. 그것도 매일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하정수 “‘놀이터’다. 놀이터는 각자 자유롭게 알아서 놀면 되는 곳이다. 넷플릭스로 출근하면 놀이터처럼 자신의 역량을 편하고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다. 놀다 시간이 되면 집에 간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할 수 있다. 놀이터처럼 편안하고 재미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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