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남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통번역대학원,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 SK C&C·듀폰코리아·머서컨설팅·타워스왓슨 근무, ‘미래 조직4.0’ 저자
김성남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통번역대학원,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 SK C&C·듀폰코리아·머서컨설팅·타워스왓슨 근무, ‘미래 조직4.0’ 저자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코츠 밸리에서 창업한 넷플릭스의 시작은 미약했다. 넷플릭스는 우체국 소포로 영화 DVD를 대여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제 갓 스무 돌이 지난 이 기업은 100년 역사를 바라보는 ‘엔터테인먼트 공룡’ 디즈니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넷플릭스 성장 요인으로는 획기적인 사업 모델, 빅데이터 기술, 부단한 혁신이 꼽히지만, 이보다 조직 문화가 눈길을 끈다. 한 회사의 조직 문화는 외부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경쟁 무기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2009년에 자사의 조직 문화 원칙과 인사 정책을 담은 124쪽 분량의 파워포인트를 세상에 공개했다. 슬라이드셰어(파워포인트·PDF·키노트 등과 같은 파일을 비공개 또는 공개로 업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조회한 사람이 2000만 명이니,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사람이 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 기업 문화는 최근 실리콘밸리 혁신 문화의 상징이다. 성공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공통점을 꼽아보면 ‘사업 경험 있는 창업주에 의한 스타트업’ ‘와해적인 혁신(disruptive innovation) 모델’ ‘고객에 대한 강한 집착과 빠른 성장’ 등을 들 수 있다. 또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우수 인재와 조직 문화가 있다. 우리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식 성공 모델을 주목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변화가 쉽지 않다. 몇 년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의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100점이라고 할 때 귀사의 점수는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평균 59.2점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비바리퍼블리카는 실리콘밸리식 문화를 한국에 잘 접목했고 사업에도 성공했다. 이 회사는 2015년 2월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Toss)를 시작한 지 4년도 안 돼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됐다. 이 회사는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스포츠팀 같은’ 문화를 지향한다. 근태 관리나 휴가 규정이 없다(=넷플릭스). 매주 금요일 전 직원 타운홀미팅을 하고,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도 소통되지 않으면 채용에서 탈락시킨다(=구글). 구성원은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며, 벽에는 ‘완벽을 기하려 시간을 끌기보다 일단 완성하는 것이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라는 구호가 붙어 있다(=페이스북). 회사가 관리하는 3만~4만 개의 서비스 지표를 분석하고 특이한 데이터를 추출해 직원들에게 매일 알려주고(=아마존), 회의 때는 ‘DRI(Direct Response Individual)’라고 불리는 해당 업무 책임자가 반드시 참석한다(=애플).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처럼 수평적이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쉬울 수는 없다. ‘자유’와 ‘책임’을 갖춘 조직 문화는 실리콘밸리 기업에도 어려운 과제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역시 한 번의 창업 실패를 교훈 삼아 성공한 것이니 말이다. 모두가 넷플릭스나 비바리퍼블리카처럼 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모두 똑같은 조직 문화 관행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서로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구글과 애플의 조직 구조는 완전히 다르고,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조직 분위기도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접목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조직 문화의 ‘공통분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1│투명한 소통

조직 안에 밀레니얼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 이 세대는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조직이 처한 상황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전통적 조직에서 소통은 ‘눈치’ ‘침묵’ ‘일방통행’이 특징이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다르다. 대부분의 업무는 팀과 프로젝트 중심이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와 함께 이합집산하며 일한다. 그만큼 소통이 중요하다. 구글은 모든 문서를 사내 드라이브에 올려놓고 전체 직원에게 공개한다. 실패 사례도 공유하면서 학습의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한다. 페이스북은 매주 금요일 타운홀미팅을 하는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참가해 직원들의 사소한 질문에도 답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사진 블룸버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사진 블룸버그

2│유연한 근무 환경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강도 높게 일할 것을 요구하는 대신 최대한 유연한 근무 환경을 보장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기 생활에 대한 통제력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유인하기 어렵다. 근무 시간, 장소, 복장 등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업무 외적인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배려한다.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3%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회사를 택할 것이라 답했다. 넷플릭스에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휴가 관리 제도를 없앤 지도 오래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같은 경우는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집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편하도록 사무 공간에 많은 투자를 했다.


3│권한의 분산과 위임

전통적 위계 조직에서는 결정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래서 실무자들은 많은 시간을 상사에게 올릴 보고서 작성에 투자한다. 일은 실무자가 다 해도, 결과가 좋으면 관리자가 칭찬받는다. 반면 실리콘밸리 기업은 대규모 투자와 같은 큰 결정을 제외하면 실무자가 결정도 하고 실행도 한다. ‘구성원을 어른으로 대접한다’는 의미는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다. 사람을 뽑을 때도 그런 능력을 충분히 검증한다. 구성원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조직 운영 방식은 모든 권한의 분산과 위임을 전제로 한다.


4│좋은 동료와 일할 기회

우수한 인재와 탁월한 조직 문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사람을 급하게 뽑고, 문제 인력을 내보내지 못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의 상당수는 상사나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나 상위 5~10%는 A급 인재로 채워진다. 반면 실리콘밸리 회사는 직원의 대부분이 A급 인재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문화도 좋다. 넷플릭스에는 ‘최고의 보상은 최고의 동료’라는 말이 있다. 보통 수준의 성과를 내는 직원을 매년 10~20% 정도 해고한다. 아마존은 채용 포지션과 무관한 부서 직원이 인터뷰 및 선발 과정에 관여한다. 이를 바 레이저(Bar Raiser·기준을 높이는 사람)라고 한다. 이 사람이 반대할 경우 임원도 채용을 밀어붙일 수 없다. 혁신적인 회사는 ‘모든 직원에게 좋은 직장’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5│군림하지 않는 리더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기본인 실리콘밸리에도 관리자는 존재한다. 구글 내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관리자는 팀 생산성에 크게 기여한다. 다만 전통적 위계조직과는 달리 실리콘밸리 관리자들은 군림하지 않는다. 실무자보다 우수해서 관리자가 된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이 ‘관리’인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마케터, 연구원 등이 자기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관리자는 사람과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전문가일 뿐이다. 따라서 우월함을 주장할 근거가 없고,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하지도 않고, 실무자보다 월급을 아주 많이 받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꼰대’인 상사가 하는 행동(강압, 차별, 괴롭힘, 성희롱 등)을 실리콘밸리에서 드러내고 했다가는 해고와 소송의 대상이 된다.

김성남 인사조직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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