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는 인상적인 건축물이 있다. 1592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세운 트리니티 칼리지의 도서관이 바로 그곳이다. 목조 성당을 연상케 하는 도서관 내부에는 책장에 가득 꽂힌 고서(古書)에서 풍기는 편안한 향기가 그윽하다. 65m 길이의 메인 룸(main room)은 1712~32년에 지어졌는데, 장서 중 가장 오래된 서적 약 20만 권이 꽂혀 있다. 도서관의 긴 방(long room) 책장 사이사이에는 소크라테스부터 셰익스피어까지 인류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의 하얀색 흉상이 놓여 있다. 마치 인류의 보고(寶庫)를 지키고 있는 영혼처럼 보인다. 이 도서관에는 약 700만 권의 장서가 있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혹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까. 단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일까. 독서는 지금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또는 다른 시대로 데려가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를 통해 공감 능력이 확장되고 사고(思考)의 폭도 넓어진다. 전문가들은 “독서 경험이 축적되면 내면이 단단해져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난관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동영상 등 다양하고 간편한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책은 매체로서의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독서만이 줄 수 있는 매력과 강점도 많다. 책에 적힌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를 머릿속에서 이어 가며 사고력을 키우는 훈련은 오직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저자가 곳곳에 심어둔 참신한 단어와 문장을 직접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조직을 이끄는 경영인은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와 상이한 생각들이 쉼 없이 부딪치는 걸 바라보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이는 경영인이 더 많은 책을 읽고 선각자의 지혜를 통해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 수많은 성공한 경영인들은 성공의 원천으로 독서를 꼽는다.

‘이코노미조선’은 최고경영자(CEO)와 경제학자 100인에게 ‘내 인생의 책’과 선정 사유를 묻고 이를 커버스토리에 담았다. 이를 통해 경영인들이 매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제·경영서와 자기 계발서, 처세서도 있었지만, 소설·철학서·역사서도 많이 추천했다. 이는 신간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배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즈니스도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인간에 관한 것이어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CEO가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인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기원전부터 시작해, 발행된 지 50년 이상이 됐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고전(古典)’의 비중이 32%에 달했다. 고전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이다. 설문에 많은 참여자들은 “고전을 통해 통찰력을 얻고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배웠다”고 했다. 한 대형 출판사 대표는 “고전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서 검증된 작품으로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했다. 한 인문학자는 “고전은 책꽂이에 꽂혀만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푹 들어가서 거기서 원하는 메시지가 내 삶에 녹아서 새로운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파고들어야 한다”고 했다.

‘개권유익(開卷有益·책은 펼치면 이롭다)’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송나라 태종(太宗)이 독서를 좋아해 매일 세 권씩 책을 읽겠다는 규칙을 정했다. 측근이 건강을 염려하자, 태종이 “책은 펼치면 이로움이 있다. 나는 조금도 피로하지 않다”고 답한 데서 유래했다. 한 권의 책에는 저자의 인생 일부가 녹아 들어가 있다. 가벼운 인터넷 글쓰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인간이 뽑아낸 정수가 바로 책이다. 100인이 추천한 서적과 함께 다른 세상,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기 바란다. ‘책 속의 책(북인북)’에서는 국내외 CEO와 경영전문가가 추천한 책 7권을 별도로 소개한다.

김문관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