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문학동네 공동대표, 전 문학동네 편집국장 /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 전 문학과지성사 대표 /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왼쪽부터)
김소영 문학동네 공동대표, 전 문학동네 편집국장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 전 문학과지성사 대표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왼쪽부터)

대학생 아들에게 물었다.

“요새 젊은이들은 왜 책을 잘 안 읽니?”

“책이 아니더라도 놀 게 많으니까.”

“책은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지식을 쌓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잖아?”

“대학교 수업이나 과제 같은 것만 따라가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책을 읽으면 좀 지적(知的)으로 보이지 않나?”

“성적 올리고 취업 준비하는 데도 바쁜데. 책보다는 노는 데 더 관심이 많아.”

신문이나 잡지, 책이 사양 산업 취급을 받은 지 오래됐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라고 할 정도로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고 정보는 종이보다 온라인으로 더 많이 유통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작성한 ‘세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전망’에 따르면, 세계 전통출판 시장 규모는 2005년 1021억달러에서 2015년 1069억달러로 10년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거의 정체돼 있는 거나 다름없다. 전자출판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3억달러에서 123억달러로 크게 늘어나 전체 출판 시장에서 10% 정도 비중을 차지했지만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국내 출판 시장도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69개 주요 출판사 매출액은 5조원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시장이 정체돼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그 이유는 뭘까. “상상하게 하는 힘과 질문하게 하는 힘이 어쩌면 책이 지닌 가장 근원적인 강점 아닐까.”(김소영 문학동네 공동대표) “책은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엔터테인먼트 도구이고 앞으로도 책을 통해서 인류의 성취가 미래로 전해질 것이다. 책은 세상 모든 콘텐츠의 뿌리다.”(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 “21세기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CEO들에게 일상적인 책 읽기는 단순한 교양이나 정보, 네트워킹 차원에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다.”(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국내 주요 출판사 대표 3인의 말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출판사 중 3개 출판사 대표들과 인터뷰를 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새길’과 ‘푸른숲’의 편집주간을 거쳐 2001년 휴머니스트를 창립했다. 현재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는 ‘문학과지성사’ 대표를 거쳤고 현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외협력 상무를 맡고 있다. 김소영 문학동네 공동대표는 2006년 문학동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3년 만인 올해 1월 편집국장에서 회사 대표로 선임됐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9개 주요 출판사 매출액은 약 5조528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고 10곳 중 4곳은 매출이 줄었다. ‘요즘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 많은데.

김소영 “보고서의 69개 출판사에는 학습서와 교과서 출판사들까지 포함한 것이다. ‘요즘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에서 책은 단행본 도서를 말하는 것일 텐데, 25개 단행본 출판사 매출은 2018년 3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다소 늘긴 했지만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1990년대보다 책의 최소 부수 단위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엔 웬만한 소설책의 초판 부수가 5000부였다. 그러던 것이 10년 전부터는 3000부로 줄었고 최근에는 2000부로 떨어졌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밀리언셀러(100만 부 판매)가 1년에 하나 정도 나왔는데 그런 것도 거의 사라졌다.”

주일우 “전체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라도 여전히 수요가 있는 분야에서는 매출 증가가 관찰된다. 업계가 불황이고 축소되는 경향으로 가더라도 오히려 선두에 있는 출판사들은 독자들을 더 불러모을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서 ‘나’로, ‘해야 한다’에서 ‘안 해도 괜찮아’로 최근 출판업계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김소영 “최근 트렌드라면 ‘우리’에서 ‘나’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에서 그게 뭐든 ‘안 해도 괜찮아’로 변한 것 같다. ‘작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소확행)’을 말하는 책들에 독자들이 끌린다.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25만 부 나갔다. 분명 좋은 책이지만 이렇게까지 꾸준히 많은 호응을 얻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스테디셀러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도 50만 부를 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양한 방식의 독립 출판도 새로운 변화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어’ ‘일간 이슬아’ 등이 대표적이다. ‘창의적인 시도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표방한 텀블벅,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로 저자를 알리고 책을 출간해 독자들의 반응을 얻는 흐름이 생겨났다.”

김학원 “최근 4~5년간 새로운 흐름은 첫째, ‘80년대생과 90년대생’이고 둘째는 ‘나’라고 압축할 수 있다. 이를 하나로 말하자면 ‘나의 삶을 중시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이다. 2016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과 2018년 출간된 ‘90년대생이 온다’의 베스트셀러 등극이 상징하듯 기존 세대와 다른 특징을 보이는 20·30대 독자층이 소비 주체로 등장했다. 이들은 서점가의 전통적 양대 산맥이었던 인문과 문학의 흐름을 현재의 내 삶을 즐겁게 영위하기 위한 ‘취향 중심의 실용서와 에세이’로 바꾸고 있다.”

주일우 “이미 여러 해 동안 출판 업계가 주목해 왔던 ‘위로’라는 키워드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지식을 통한 성장 욕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자기계발을 넘어 자연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욕구는 많이 생겼다. 다양한 방식으로 배움을 원하고 있는데 이게 지금까지는 강연 시장이 많이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책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이라는 아날로그 매체가 가진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학원 “책을 아날로그 매체라고 지칭하는 건 10년 전 이야기다. 최근에는 전자책, 오디오북이라고 지칭하듯, 다양한 온·오프 채널로 유통되고 있다. 책은 21세기 디지털 정보의 바다에서도 ‘신뢰할 만하고, 체계적으로 완성된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개인에게도 ‘책 읽기’와 함께 ‘책 쓰기’가 남다른 유익함과 즐거움을 준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점이 특히 중요하다. 새로운 디지털 세대에게 책은 단순히 읽기의 대상만이 아니라 쓰는 주체로의 전환을 초래해, 젊은이들이 독자에 머물지 않고 저자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시사적이다. 최근 4~5년간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20·30대 저자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이런 변화의 근거 중 하나다.”

김소영 “슬로푸드(slow food)가 가진 장점과 강점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영상이나 디지털 매체가 패스트푸드(fast food)처럼 감각적이고 빠르게 오감을 자극한다면, 책은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지만 들인 시간만큼 오래 그리고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 이미지가 담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상상하게 하는 힘과 질문하게 하는 힘이 어쩌면 책이 지닌 가장 근원적인 강점 아닐까.”


소설가 한강이 6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6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CEO의 책 추천이 가장 강력한 독서 운동 ‘이코노미조선’은 왜 일선 CEO들이 책을 읽는지, 또 읽어야 하는지를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기획했다.

주일우 “사람들이 읽을 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추천’이라고 한다. 일선 CEO들은 그들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그를 따라서 책을 읽는, 아주 힘이 센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CEO들이 책을 읽는 상황을 널리 알리고, 그들이 어떤 책을 읽을지 추천하는 순환 과정이 가장 강력한 독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김학원 “제조업이든 유통이든 전통산업이든 정보기술(IT) 기업이든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기업 스스로 자신들의 비즈니스 강점에 기초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서 CEO는 스토리텔링의 경영자가 돼야 한다. 이야기의 모든 것은 책에서 비롯한다. 21세기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CEO들에게 일상적인 책 읽기는 단순한 교양이나 정보, 네트워킹 차원에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김소영 “조금이라도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서는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건 책을 읽는 시간이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과거의 현자들뿐 아니라 당대의 천재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그 현자들과 천재들이 오래 천착한 결과물을 집약한 것이 책이다.”


일선 CEO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주일우 “많은 CEO들이 빌 게이츠를 비롯해 성공한 사람들의 추천서 목록을 훑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엔 단순한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만 있지는 않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는 눈앞의 목적을 위해 쓰인 책들에만 있지 않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서 인간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경영의 돌파구를 뚫을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이 읽기를 권한다. 과학잡지 ‘에피’를 소개하고 싶다. 바야흐로 과학의 시대이고, 이제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과학 관련 이슈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에피’는 사변적이거나 다채로운 과학 이야기를 늘어놓는 잡지가 아니라 사회적, 산업적 물음과 관련 있는 과학적 주제를 특집으로 다룬다.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면서도 계간이라서 부담이 없다.”

김소영 “경영의 시작과 끝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당대와 미래 사회의 니즈와 욕망을 제대로 읽을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CEO들에게 고전도 좋지만 당대에 활동하는 작가들의 소설 읽기를 권하고 싶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과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황정은 작가의 ‘아무도 아닌’ 같은 단편소설집은 바쁜 CEO들이 틈틈이 한 편씩 읽기에 좋은 빼어난 작품들이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김학원 “딱 한 권을 고르라면 ‘논어’를 추천하고 싶다. ‘논어’는 인간 관계에 관한 최고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경영의 출발은 자기 경영에서 시작된다. 기업의 리더이자 가장 공적인 존재인 경영자가 어떻게 하느냐가 기업의 존망을 가른다. ‘논어’에는 리더가 어떻게 자신을 잘 수양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조직과 사회, 세상이 잘 돌아가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답이 담겨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김학원 “책의 구매만이 아니라 영화나 공연, 스포츠의 관람 티켓 판매 등 대중문화 전반의 영역에서 모바일 기반의 구매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본다. 다만, 책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지만 그와 함께 오프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저자와의 대화나 강연, 독립 서점들의 문화적 취향에 근거한 다양한 행사들이 점점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소영 “집 근처 산책길에 있는 작은 책방에 들어가 책을 만지고 살펴보고 주인과도 대화를 나누는 그런 세상이 저물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빠르고 편리한 플랫폼을 원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당연한 일이다. 이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게,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집에서 가까워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동네 서점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문학동네는 동네 서점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다른 출판사들도 함께 그 길을 모색해 봤으면 한다.”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더 홍보됐으면 정부가 지난해 ‘책의 해’를 맞아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지난해 7월 1일부터 도서구입비 소득공제제도를 시행했다.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대외협력 상무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더 실질적인 산업 진흥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 시민과 함께하는 행사도 필요하지만 일회성 행사는 장기적 효과가 떨어진다. 정부가 출판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저작권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산업적으로 가능성 있는 분야의 창작자를 육성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김소영 “도서구입비 소득공제는 도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아직 체감할 만큼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홍보가 이뤄졌으면 한다.”


출판업계의 애로와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 있다면.

김소영 “공공도서관의 확충과 도서관 장서 구입비의 증액을 건의하고 싶다. 시민이 도서관에 쉽게 갈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미국이나 유럽 도시에 가면 공공도서관이 그 도시의 랜드마크라 할 만큼 시내 중심가에 있고 모든 시민이 일상적으로 그곳에서 정보를 얻고 공유한다. 우리나라도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역 인근에 시민을 위한 공공도서관이 생기고 이를 통해 시민이 책과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주일우 “출판계 인력 양성, 여성 인력이 많은 출판계 상황을 고려한 모성보호 정책 등을 출판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그 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주일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건 고루한 게 아니고 힙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제 누구나 다 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젊은이의 특징이 아니고, 시와 소설을 읽고 철학책으로 사고하는 것이 훨씬 더 멋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게 겉멋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지만 출판은 절대로 사양 산업이 아니고 고루한 옛날의 살려내야 할 전통 같은 것도 아니다. 책은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엔터테인먼트 도구이고 앞으로도 책을 통해서 인류의 성취가 미래로 전해질 것이다. 책은 세상 모든 콘텐츠의 뿌리다.”

김학원 “기업의 독서 장려 정책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제 읽기와 함께 쓰기 정책을 기업이 나서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당 분야에서 10년 또는 20년, 특정 기간 이상 경험을 쌓은 직장인들에게 관련 업무 경험을 좀 더 생생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1책 쓰기’를 도입해 장려한다면 그 기업의 노하우 축적은 엄청난 양적,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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