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 서울대 소비자학, 핀란드 헬싱키대 경영학,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aSSIST) 경영학 박사,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고현숙
서울대 소비자학, 핀란드 헬싱키대 경영학,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aSSIST) 경영학 박사,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글의 전개를 따라가며 길러지는 사고력은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동영상 등 다른 매체가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고현숙(57)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7월 17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경영자 코치(개인과 조직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를 소개해준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통찰력과 따뜻함을 겸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은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17년간 삼성·LG·SK·현대자동차·포스코·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과 듀폰·화이자 등 글로벌 기업, 세계은행(WB) 같은 국제기구의 고위 리더를 코칭하며 그들이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도록 도왔다.

그는 경영자를 위한 온라인 강의 사이트인 ‘세리(SERI) CEO’에서 7년째 책 소개를 담당하고 있다. 고 교수는 “논문을 몇 편 더 보거나 책을 몇 권 더 읽었다고 당장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행동을 3~5년간 꾸준히 하면 어느 순간 남들이 따라오기 힘들 만큼 큰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CEO의 경우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나.
“독서는 가성비가 최고인 투자다. 본인의 직업을 ‘독서가’라고 말하는 대만 작가 탕누어(唐諾)는 ‘책은 신발 한 켤레 살 돈으로 위대한 인물의 한 평생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무료로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요새는 유튜브 등 책보다 훨씬 접하기 쉽고 편리한 영상 자료가 넘쳐나는 관계로 예전보다 책을 멀리하기는 한다. 하지만 글의 전개를 따라가려고 애쓰면서 길러지는 사고력, 저자가 표현한 자잘한 센스 및 개성 넘치는 단어와 문장이 독자의 머릿속에 있는 다른 지식과 결합하면서 느껴지는 재미를 동영상으로는 얻기 어렵다. 마치 인공지능(AI)이 인간이 찾는 것에 딱 맞는 결과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우연한 실수에서 얻는 영감과 자발적으로 궁리하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다른 이유는 없나.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인 린다 그래튼은 저서 ‘일의 미래(2012)’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3대 자본으로 지적 자본, 사회적 자본, 감성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제대로 돕는 것이 바로 책이다. 본인의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개개인의 책임이다. 책은 지식만이 아니라,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고 글을 쓰기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 분야를 정해 관련 논문과 책을 읽고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의 ‘내공’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누구도 금방 흉내 낼 수 없는 진정한 실력 차이는 독서의 축적을 통해 만들어진다.”

본지가 CEO 추천 도서를 집계해보니 철학서와 소설을 선택한 이들이 많았다.
“당연한 결과다. 비즈니스도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인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서 CEO들이 일과 삶의 양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철학서와 소설은 훌륭한 수단이다.”

CEO가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CEO는 ‘생각하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연장에서 조직의 비전이나 전략 방향에 대해서 CEO 본인이 직접 글로 써서 정리하기를 적극 권한다. 비록 투박하더라도 본인의 생각에서 나온 글에는 혼이 담겨 있고 이는 구성원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진실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획 담당 실무자가 써온 글을 읽는 것은 매끄럽지만 혼이 담기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과거 세계은행 고위직들을 코칭할 때 알게 된 사실인데, 그들은 직급이 높을수록 글을 직접 쓰더라. 날카롭고 좋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일의 중요한 부분인 셈이다.”


CEO에게 독서경영을 강의하고 있는 고현숙 국민대 교수. 사진 코칭경영원
CEO에게 독서경영을 강의하고 있는 고현숙 국민대 교수. 사진 코칭경영원

CEO에게 추천하는 책도 궁금하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코칭하기 위해 같은 CEO를 몇 번 만나다 보면 그에게 꼭 맞는 책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전략에 관한 책, 개인의 심리에 관한 책, 리더십에 관한 책, 경영 사례에 관한 책 등 상황과 이슈에 맞게 다양하게 골라 추천한다. 7년간 세리 CEO에서 책 소개를 담당하며 격주마다 좋은 신간을 골라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는 일을 하다 보니,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됐다.”

출판 업계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탄만으로는 상황을 바꾸지 못한다. 코칭경영원 동료 코치들과 책을 함께 읽는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과정(MBA) 졸업생들과도 북클럽을 만들어 꾸준히 만나고 있다. 책을 같이 읽는다는 것은 정신세계를 교류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어떤 기준과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각자의 지식과 경험 위에 구축되는 영감을 나누며 성장해가는 커뮤니티가 많아져야 한다.”

교수님의 ‘인생의 책’은 무엇인가.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토드 로즈가 쓴 ‘평균의 종말(2018)’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근대 교육의 평준화와 산업사회 표준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었다. 그러나 평균을 중시한 프로세스는 많은 인재의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저자는 앞으로는 개개인의 다양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앞으로의 포부는.
“여성 리더들과 북클럽을 만들고 싶다. 우리 사회에 더 다양한 북클럽이 많이 생기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예를 들어 엄마들의 북클럽, 청년들의 북클럽 등이다. 이를 통해 여러 층위에서 촘촘하게 지적인 네트워크가 쌓아 올려진 사회를 꿈꾸고 있다. 그런 사회는 분명히 지금보다는 더 건강하고 합리적일 것이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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