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계가 멈추다’의 표지. / 2 ‘기계가 멈추다’의 저자 E.M. 포스터(가운데).
1 ‘기계가 멈추다’의 표지.
2 ‘기계가 멈추다’의 저자 E.M. 포스터(가운데).

세계적인 AI 권유자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교수는 영국 소설가 E.M. 포스터의 ‘기계가 멈추다(The Machine Stops)’를 추천했다. 영국 잡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리뷰(The Oxford and Cambridge Review)’ 1909년 11월호에 실린 공상과학(SF) 소설이다.

이 책에서 인간은 6각형 벌집 모양 독방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스위치를 누르거나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만 해도 기계가 모든 편리한 기능을 대신 수행한다. 라디오 시대가 오기도 전인 100여 년 전에 나온 이 책은 현대 인터넷 사회를 정밀하게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넷, 화상회의, 온라인 대중 공개 강의(MOOCs) 등 현대 기술이 소재로 등장한다. 인간 사회의 부정적 단상도 그렸다. 인간이 교류하는 인원은 늘었지만 대면 접촉은 줄어드는 현상이 그 예다.

주인공 바쉬티와 아들 쿠노는 각자의 독방에서 화상전화로 교류한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쿠노가 자신에게 ‘직접’ 와달라는 부탁을 이해하지 못한다. “저는 어머니를 ‘기계’를 통해서 보고 싶은 게 아니에요”라는 쿠노의 말에 바쉬티는 “기계를 거스르는 어떤 말도 하지 말거라”면서 주의를 준다.

그러나 바쉬티가 숭배하던 기계 중심적 세상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기계는 AI처럼 스스로 작동하면서 인간의 문명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골방에 틀어박힌 인간의 능력은 점차 수동적이고 제한적으로 변한다.

소설 말미에 “아무도 기계가 통제에서 벗어났음을 고백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기계의 역할을 아는 사람일수록 이웃에 대한 의무를 덜 이해했고, 기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었다’는 내용이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깊다. 결국 책의 제목처럼 기계가 작동을 멈추면서 인간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다만 소설은 골방에서 벗어나 지구에 발을 디딘 쿠노의 이야기를 통해 다소 희망적 결론을 담고 있다. ‘기계가 멈추다’는 약 1만2300단어로 이뤄진 단편소설이다. 정식 한국어 번역본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손쉽게 pdf 파일로 원서를 구할 수 있다. 결말이 궁금하다면 다운받아 읽어 보자.


plus point

E.M. 포스터와 음악

영국 소설가 E.M. 포스터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거장이다.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모리스’와 같은 그의 대표작이 영화화됐다.

그의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장치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 그의 공상과학(SF) 소설 ‘기계가 멈추다’에서는 기계 고장으로 불완전한 음악이 재생되는 장면이 나온다. 인류 멸망의 전조를 표현한 대목이다.

영국의 계급 사회를 담은 소설 ‘하워즈 엔드’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 나온다. 포스터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인간의 귀를 뚫고 들어간 소리 가운데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 가장 숭고하다는 말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부류의 사람도, 어떤 처지의 사람도 그 음악을 통해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포스터는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가였다. 베토벤을 사랑한 나머지 그의 모든 피아노 소나타 악보에 해설을 달았다. 그는 허먼 멜빌의 소설을 각색한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빌리 버드’의 리브레토(음악극의 대본)를 쓰기도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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