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아크앤북’. 사진 김소희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아크앤북’. 사진 김소희 기자

‘아크앤북’은 요즘 뜨는 오프라인 서점의 대표 주자다.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부영을지빌딩 지하 1층에 있다. 책으로 아치형 천장을 쌓은 이른바 ‘책 터널’이 특히 유명하다. 인스타그램에 아크앤북을 검색하면 1만4600여 개 게시물이 뜬다.

이 서점이 유명한 이유가 책 터널 때문만은 아니다. 아크앤북은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서점을 표방한다. 큐레이션은 본래 미술관에서 기획자들이 우수한 작품을 뽑아 전시하는 것을 말한다.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서점이 기획자 역할을 맡아 소비자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다.

아크앤북의 큐레이션은 우선 도서 분류 기준에서 드러난다. 문학, 여행, 예술 같은 기존 분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DAILY(일상)’ ‘WEEKEND(주말)’ ‘INSPIRATION(영감)’ ‘STYLE(스타일)’, 네 가지 테마에 따라 서가를 분류했다. 소분류도 독특하게 나뉜다. ‘고양이와 한 번 살아볼까요?’ ‘HOT 여름 책과 함께 COOL하게 떠나보세요’ ‘술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등이 그 예다.

인터넷에서 단 몇 초 만에 책을 구매하는 세상에서 소비자가 아크앤북과 같은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에는 다양한 정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큐레이션 서점은 온라인 세계에서 방황하는 독자들에게 삶의 길을 제시하고 의지가 되어준다. 확고한 생각과 촉을 가진 서점 측에서 직접 정보를 탐색하고 주제에 맞는 콘텐츠들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아크앤북의 또 다른 특징은 ‘라이프스타일의 토털 서비스’에 있다. 책뿐만 아니라 여러 미디어 콘텐츠를 함께 추천한다. 아크앤북의 ‘고양이와 한 번 살아볼까요?’ 코너에는 ‘고양이의 속마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인테리어’ 등 책뿐만 아니라 고양이 스티커 아트북, 고양이가 그려진 편지지·카드도 함께 놓여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코너에서 고양이 관련 용품들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소비자의 만족감도 그만큼 커지고, 서점 재방문율도 높아질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서점은 일본의 문화 기획 기업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이 운영하는 서점 쓰타야의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점이 원조다. 쓰타야 다이칸야마점은 1만2000㎡의 부지에 대형 매장 세 동으로 이뤄져 있다. 라이프스타일 주제에 따라 LP·음반·책·피겨부터 술·간식거리까지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다. 여행 저널리스트, 재즈 전문가와 같은 전문가들이 직원으로 상주해 라이프스타일 안내자 역할을 맡는다.

국내에서도 쓰타야의 이런 철학을 벤치마킹한 서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7년 문을 연 교보문고 합정점은 라이프스타일 중에서도 예술과 성장을 키워드로 했다. 인문이나 문학 서적을 앞세웠던 이전의 서점과 차별화한 것이다. 이 서점은 여행·예술 서적과 제품을 추천하는 ‘예움’ 코너와 그림책, 아동·청소년 책, 만화책으로 구성된 ‘키움’ 코너로 나뉜다.

책은 8만 종, 보유 권수는 10만 권으로 서울의 교보문고 지점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이지만,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예술품이나 일상품 비중을 늘렸다.


기획자의 큐레이션 능력=라이프스타일 서점의 경쟁력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의 경쟁력은 큐레이션 능력 그 자체에 있다. 따라서 유명 기획자들이 큐레이션한 서점은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서점 ‘스틸북스’를 열었다. 조 공동대표는 프리챌디자인센터 센터장을 거쳐 NHN에서 마케팅과 디자인 총괄부문장을 맡은 경력이 있고, 다큐멘터리 잡지 ‘매거진B’를 기획하고 있다.

스틸북스를 자주 찾는다는 김소진(26)씨는 “소문 난 기획자인 조수용 공동대표가 추천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색다를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직접 와보니 공감 가는 주제나 감각적인 상품이 역시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스틸북스는 4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부터 차례대로 ‘매거진’ ‘일·생활’ ‘예술·디자인’ ‘사유·사람’ 코너가 마련돼 있다. 각각의 층에는 ‘그리고 음악은 문학이 되었다’ ‘주제 의식이 뚜렷한 로컬 잡지들’ ‘당신이 찾는 서체가 있습니다’ 등, 더 세부적인 주제 코너가 있고, 각각의 코너에서는 책과 관련된 상품을 판다. ‘당신이 찾는 서체가 있습니다’ 코너 옆에는 필기구, ‘그리고 음악은 문학이 되었다’ 코너 옆에는 음향기기 판매대가 놓여 있는 식이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2016년 차린 최인아책방도 유명세를 이어 가고 있다. 최 전 부사장이 직접 고른 일상적 주제에 따라 책이 배치돼 있다. 책에는 빳빳한 종이가 한 장씩 꽂혀 있다. 최 전 부사장의 지인, 제일기획 선후배, 제일기획 시절 클라이언트 등의 추천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다. 이 종이야말로 최인아책방의 핵심이다. 독자들이 책을 고를 때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추천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인아책방은 책방이 고른 책을 매달 배송해주는 ‘북클럽’도 운영한다. 소비자가 서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추천 도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점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한발 앞섰던 일본 쓰타야의 현재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말 개점한 쇼난(湘南)점에는 조리대까지 등장했다. 조리대 주변에는 요리 관련 책을 비롯해 식기와 식자재가 진열돼 있다. 또 조리대에서는 워크숍이나 요리교실이 열린다.


plus point

책과 함께라면 ‘혼술’도 달콤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우주42’. 사진 우주42 인스타그램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우주42’. 사진 우주42 인스타그램

‘혼자 오신 분들을 위해 조용한 대화 부탁 드립니다’ ‘책장의 책은 꺼내 읽으셔도 됩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와인바 ‘WHERE ARE WE’의 메뉴판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혼자 가서 책을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벽면 곳곳에 꽂혀 있는 소설도 자유롭게 꺼내 읽을 수 있다. 창밖을 볼 수 있는 바에 앉아 소설을 읽으면서 와인을 마시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맥주와 양주도 취급한다.

혼자 있고 싶지만 어쩐지 허전할 때 책만큼 좋은 벗도 없다. 서점에 카페나 음식점이 생기는 경우가 느는 만큼 역으로 주점이 서점처럼 바뀌기도 한다.

연희동의 ‘백색소음’도 술과 독서를 함께 권하는 주점이다. 주점 벽면이 책꽂이로 이뤄져 있다. 소장 도서만 500여 권.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꺼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심야책방’ 행사도 열린다. 다 같이 모여 추천 단편소설을 읽는 이 행사는 4월 26일부터 총 네 번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했다. 현재까지 총 세 번 진행했고, 7월 26일 행사가 남아 있다.

연희동에 위치한 ‘책바’는 문학상을 시상한다. 8월 11일까지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대표 이메일로 응모 받는다. 자유 주제이지만 술이 등장하는 장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문학상에는 술과 책이 부상으로 제공된다. ‘책바’도 평소 손님들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독서 스탠드를 비치해 놨다.

마포구에 있는 ‘우주42’는 인디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나 시집 50~60권을 엄선해 비치했다. 한 번에 많은 책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때마다 책을 바꿔 신선함을 유지한다. 도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책 살롱도 할 계획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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