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골목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7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골목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이나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흡연자가 낸 세금이 투입돼야 합니까.”

한 흡연자의 토로다. 흡연자도 선량한 납세자다. 그러나 정작 담뱃값에 붙여 낸 세금에 대한 정당한 권리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담뱃세가 금연 사업에는 찔끔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담배 한 갑을 4500원에 사면 담뱃세 3318원이 붙는다. 담뱃세는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국민건강증진기금),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됐다. 2017년 정부가 담뱃세로 거둬들인 돈은 총 11조2000억원이었다. 일반담배에서 11조원,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2000억원을 거뒀다. 지난해는 11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앞서 2014년 담뱃세는 7조원에 불과했다. 2015년 담배 한 갑당 담뱃세를 1550원에서 3318원으로 2배 이상 올린 후 담뱃세는 2015년 10조5000억원, 2016년 12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담뱃세의 특징은 전체 중 4분의 1가량이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담뱃세 3318원 중 841원이 국민건강증진기금이다. 그런데 이 기금의 사용처가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공개한 2017년 세입세출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출결산액은 3조6867억원이었다. 2018년 보고서는 8월 1일 현재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중 금연 사업에 지출된 금액은 1469억원으로 기금 지출액 중 4%에 불과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금연 사업에 주로 사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금연교육 및 광고 △흡연피해 예방 △흡연피해자 지원 등이다. 그러나 막상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용처를 보면 금연 사업은 5%도 되지 않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담뱃값 인상의 근거였던 금연 사업 확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보험가입자지원액은 무려 1조901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돈이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가재정(일반회계) 지원액은 2017년 4조8828억원으로 2016년의 5조2060억원과 비교해 3232억원이 삭감됐다.

반면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액은 급증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액은 2014년 1조191억원에서 담뱃값을 인상한 2015년에는 1조5185억원으로 49% 급증했다. 2016년에는 1조8914억원 그리고 2017년에는 1조9010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사회공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액은 2015년부터 줄어들고 있고, 이를 담뱃값으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이 밖에도 ‘감염병 관리기술 개발연구(50억원)’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운영(22억원)’ ‘생물테러 대비 대응 역량강화(11억원)’ 등에 쓰였다.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지원’에도 82억원이 투입됐다. 흡연 여부와 긴요한 관계가 없는 곳곳에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한 교수는 “최근 연간 담뱃세가 11조원을 웃도는 만큼 금연사업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급증한 금연구역에 비해 턱없이 적은 흡연구역을 찾다가 뒷골목 등에서 흡연하는 흡연자가 많아지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스위스·프랑스 등에서는 흡연자를 배려해 흡연 공간을 곳곳에 설치하는 ‘분리형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자담배 증세 추진 논란도 일고 있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이미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과세하고 있지만, 이를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차이가 없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 업계는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커 2015년에 이어 담뱃세 증세 논란 2라운드가 예고된 셈이다.


plus point

[Interview]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
“자동차 팔면서 주차장은 안 만드는 꼴”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아이러브스모킹

보건복지부는 흡연자가 전자담배에 조종당하는 내용의 금연광고를 지난해 말부터 지상파 등 TV 방송을 비롯해 버스정류장 등의 실외공간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광고는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를 자신도 모르게 조종당하고 있는 꼭두각시처럼 묘사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 광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러브스모킹’은 회원 수 10만 명으로 ‘흡연자의 권리와 책임’을 모토로 2001년 설립됐다.

이 대표는 “흡연의 중독성을 인정하더라도, ‘담배’라는 기호식품을 흡연자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철저히 무시됐다”라며 “보건복지부의 과장·왜곡 광고 때문에 흡연자는 자아도 없고 판단력도 상실한 ‘흡연노예’ 취급을 받게 됐다”라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근거, 흡연권은 합법적인 상품인 담배를 성인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구매하고 소비할 수 있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담배 가격은 흡연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금연 정책이다”라며 “정부는 2015년 담뱃값을 80%나 올려놓고 흡연자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 성인 흡연율이 22.3% 수준인데 흡연자를 위한 공간은 너무 적어 흡연자들이 사실상 범법자로 몰리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는 담뱃갑에 붙는 경고 그림 크기를 확대하고 멘톨 등 가향담배 금지도 추진하고 있다”며 “레몬맛 소주는 놔두면서 향기 나는 담배는 왜 불가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특히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대거 투입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컸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정부는 한시법을 만들어 몇 년간만 건강보험 재정에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투입한다고 밝혔었다”면서 “그러나 건보 적자가 지속되자 결국 건보법을 개정해서 흡연자들의 세금이 건보 재정에 투입되는 게 당연한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흡연자들이 건보 재정 적자의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닌데 흡연자에게 재정 적자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지금도 정부에 항의하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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