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일제강점기 이래로 1989년까지 전매 사업, 즉 국가 독점 사업이었다. 전매 사업은 국가가 특정한 원료나 제품의 가공∙매매를 독점하는 국가 ‘수익’ 사업이다. 국가와 시대에 따라 소금·술·차·담배·인삼·마약 등 귀하고 돈이 되는 품목이 전매 대상이었다. 정부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서 농가 소득 장려의 일환으로 담배 재배를 권하기도 했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금연 정책을 추진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군에서는 매달 개인당 일정 수량의 담배를 보급해줬다. 힘든 훈련 후 쉬는 시간에 ‘담배 일발 장전’이라는 구호를 복창하면서 담배를 피워 물기도 했다. 당시 성인 남성이 담배를 배운 곳이 대부분 군대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이 70%대로 높았던 원인이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을 기점으로 정부는 적극적인 금연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 우연하게도 10년마다 획기적인 금연 정책이 나왔다. 2005년에는 담배 가격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5% 인상했고 2015년에는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담배 가격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올렸다. 그때마다 흡연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2년 75.1%에서 1996년 69.8%로, 2004년 57.8%에서 2006년 44.1%로, 2014년 43.2%에서 2015년 39.4%로 낮아졌다.

금연 정책은 가격 정책(담배 가격 인상), 비가격 정책(경고 그림 도입, 금연구역 확대, 포장 및 광고 제한, 금연 광고 등), 공급 감소 조치(미성년 담배 판매 금지, 불법 거래 모니터링 등)로 나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연 광고나 금연구역 지정 확대 등과 같은 비가격 정책보다는 가격 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금연 정책에 대한 흡연자들의 불만도 주로 담배 가격 인상에 쏠려 있다. 흡연자들이 큰 제약으로 느껴왔던 담배 가격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정책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알아봤다.


담뱃값 인상, 금연에 효과 있었다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은 가격 정책, 즉 담뱃값 인상이다. 2010~2015년 금연 정책 효과 분석에서 담뱃세가 89%를 차지했고 금연구역 지정은 8%, 금연 지원 서비스는 3%였다.

1990년 이전에도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라 또는 전매 수익금을 늘리기 위해 담배 가격을 인상했다. 정부가 금연 정책 일환으로 담뱃값을 인상한 것은 1997년 건강증진부담금을 1갑(20개비)당 2원 부과한 게 처음이었다. 흡연자를 위한 건강 증진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했다.

이후 2002년 건강증진부담금은 1갑당 2원에서 150원으로 올랐다. 담뱃값은 1갑당 200원 인상됐다. 2005년에는 건강증진부담금이 150원에서 354원으로 올랐고, 담뱃값은 1갑당 2000원에서 2500원으로 500원 인상됐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5년에는 담배 가격을 파격적으로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인상했다. 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에서 841원으로 올랐다. 역시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담배에 과다한 세금을 부과했다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담배 가격 인상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가 컸다. 담배 가격 인상 직후 담배 소비가 줄었다가 이듬해 다소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기는 했다. 2002년 담뱃값을 200원 인상했을 때 담배 판매량은 2001년 49억5100만 갑에서 2002년 43억200만 갑으로 줄었다. 2003년에는 46억6400만 갑으로 늘었다.

2004년 12월 30일 담배 가격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5% 인상했을 때는 담배 소비량이 2004년 53억7600만 갑에서 2005년 39만4300만 갑으로 급감했다. 2006년에는 42만8100만 갑으로 소폭 증가했다.

2015년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올렸을 때는 담배 소비량이 2014년 45만5800만 갑에서 2015년 31만1100만 갑으로 줄었다. 이후 2016년 37만2300만 갑으로 늘었다.

흡연자들의 불만이 높지만 선진국 기준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국가 중 한국의 담배 가격은 31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계속 늘어나는 금연구역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 이후 금연구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서 실내에서의 금연구역을 정하고 공원, 광장, 주요 거리 등 실외는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금연구역을 지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실내의 경우 26종의 시설 또는 기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2018년 12월 기준 공공기관 청사, 학교 건물, 의료기관, 고속도로 휴게소 등 140만여 개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2015년에 모든 음식점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전체 금연구역은 2014년 62만여 개소에서 2017년 132만여 개소로 크게 늘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995년 공중이용시설 중 대형 건물, 공연장, 학원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시설에서는 건물 공간을 금연구역과 흡역구역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2003년에는 게임방, PC방, 대형 음식점, 만화방 등은 영업장의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정해야 했다. 또 정부 청사, 보육시설이 금연구역에 포함됐다.

2010년에는 지자체가 조례로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지자체 조례로 서울광장, 도시공원 등이 금연구역이 됐다. 2011년에는 공중 이용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동안에는 공중 이용 시설 내에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하면 됐으나 이때부터 전체 시설을 금연구역으로 한 것이다. 흡연자들은 대부분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게 됐다.

2012년에는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커피숍 등에 대해 면적에 따라 2012년 12월 150㎡ 이상, 2014년 1월 100㎡ 이상, 2015년 1월 모든 음식점 등 단계적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했다. 유흥음식점에 해당하는 술집과 나이트클럽 등은 제외됐다.

2013년 6월에는 PC방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으로 나뉘어 있었으나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나란히 있어 흡연구역의 담배연기가 금연구역으로 넘어오거나, 일부 영업장의 경우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비흡연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에는 공동주택(아파트 등)에 금연구역 지정 절차를 도입해 거주 가구 중 2분의 1 이상이 신청하면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 등 4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2017년 12월부터는 당구장, 골프 연습장 등 소규모 실내 체육시설에서도 더이상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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