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웨너 캐나다 오타와대 보건법, 오타와대 정책 및 윤리센터의 자문위원회 위원장·법학부 겸임교수
데이비드 스웨너
캐나다 오타와대 보건법, 오타와대 정책 및 윤리센터의 자문위원회 위원장·법학부 겸임교수

“대안 제시 없이 담뱃갑 경고 그림만 확대하면 금연 정책의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금연 정책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웨너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부 겸임교수는 한국 정부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 그림을 도입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캐나다는 2001년 담뱃갑 경고 그림을 세계 최초로 개발·도입한 국가다. 스웨너 교수는 당시 경고 그림 개발 과정에 금연 정책 전문가로 참여했다.

‘이코노미조선’은 6월 13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6회 글로벌니코틴포럼(GFN) 행사장에서 스웨너 교수와 인터뷰했다. GFN은 담배 및 니코틴에 대한 최신 이슈를 다루는 글로벌 행사다.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 관계자, 공중보건 전문가, 정치인, 담배 업계 관계자 등이 담배 위해성 감소 및 국가별 규제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스웨너 교수는 1980년대 초부터 담배 및 보건 정책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국제암예방연맹, 세계보건기구(WHO), 범미국보건기구 등 많은 단체와 협력해 금연 정책 선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담뱃갑 경고 그림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105개 국가에서 도입한 비가격 금연 정책이다.

그는 한국 정부의 금연 정책과 담배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인터뷰 중 한국 담배 판매량 추이를 볼 수 있는 정부 웹사이트 주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에 모두 경고 그림을 집어넣고, 담뱃갑 경고 그림 크기를 키우는 한국 경고 그림 정책은 금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위해성이 적은 전자담배로 흡연자를 유도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혁신적인 국가로, 전자담배로의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메리어트호텔에서 6월 13~15일(현지시각) 열린 제6회 글로벌니코틴포럼(GFN) 행사장 전경. 사진 김문관 차장
폴란드 바르샤바 메리어트호텔에서 6월 13~15일(현지시각) 열린 제6회 글로벌니코틴포럼(GFN) 행사장 전경. 사진 김문관 차장
보건복지부는 표준 담뱃갑(Plain Packaging)을 도입하고, 담뱃갑 면적의 75%를 경고 그림(오른쪽 첫 번째)으로 채우기로 했다. 표준 담뱃갑은 경고 그림과 경고 문구 부분을 제외한 모든 디자인 요소를 표준화한 담뱃갑이다. 사진 복지부
보건복지부는 표준 담뱃갑(Plain Packaging)을 도입하고, 담뱃갑 면적의 75%를 경고 그림(오른쪽 첫 번째)으로 채우기로 했다. 표준 담뱃갑은 경고 그림과 경고 문구 부분을 제외한 모든 디자인 요소를 표준화한 담뱃갑이다. 사진 복지부

한국 정부의 경고 그림 정책에 대한 평가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경고 그림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안도 함께 소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혐오스러운 그림을 크게 집어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담배가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지에 대한 메시지를 넣고, 위해성이 적은 대체재에 대한 소개도 함께해야 한다. 일례로 사고가 많이 나는 위험한 길이 있지만 반드시 그 길을 건너야 하는 사람에게는 사망자가 많다는 단순 경고 표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근처에 있는 지하도나 다리 등 다른 선택지를 줘야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경고 그림은 흡연자들에게 공포를 주는 게 목적인데 공포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면, 막다른 길에 몰린 흡연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경고 그림이 주는 공포를 무시하게 된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니코틴 중독자들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이를 쉽게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위해성을 무시하게 된다. 제품의 위해성에 따라 경고 그림을 다르게 적용해 가장 몸에 해로운 건 일반담배라는 사실을 계속 알려야 한다. 위해성이 적은 담배에도 비슷한 수준의 경고 그림을 부착할 경우 일반담배를 계속 피우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전자담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데.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 정부가 새로운 담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둔다면 흡연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반담배와 흡연 대체재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변화로 흡연율 감소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성과를 보인다면, 세계적으로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담뱃세에 대한 의견은.
“세금도 담배의 위해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매겨야 한다. 영국과 캐나다는 전자담배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 세금을 줄였으며,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세금을 매긴다. 한국을 비롯한 소수의 나라만 정부가 일괄적으로 전자담배에 과세하는 상황이다. 이는 광고 규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위해성과 무관하게 무조건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강한 규제로 일관해서는 곤란하다.”

한국 전자담배 시장 전망은.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한국은 새로운 담배 기술 도입 속도가 일본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담배 시장의 40%가 새로운 제품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한국이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은.
“‘안전한 것’만 찾을 게 아니라 ‘덜 위험한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담배의 위해성을 줄이는 데 금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말을 앞세운 일방적인 규제는 비인도적이다. 모두가 금연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흡연자에게 담배의 위해성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위해성이 적은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적절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위해성을 산출하고, 정확한 정보를 흡연자에게 제공하기 바란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바르샤바(폴란드)=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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