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엣지’ 제품들이 7월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엑셀에서 열린 ‘유럽 CBD 엑스포’ 스탠드에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액상형 전자담배 ‘엣지’ 제품들이 7월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엑셀에서 열린 ‘유럽 CBD 엑스포’ 스탠드에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이제는 갈아탈 때? 담배를 끊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면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보세요. 전자담배에는 타르가 없어 더 안전합니다.” 영국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금연 캠페인 포스터에 적힌 내용이다. 영국은 일반 담배 흡연자를 대상으로 전자담배로 전환할 것을 권하는 ‘스위치(Switch)’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의 위해성 저감 대체재로 보고 있다. 흡연자가 위해성이 적은 담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돕는 것이다. 영국은 ‘스위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최근 국립병원 내에 전자담배 판매점 입점을 허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전자담배를 안전한 제품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영국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니코틴이 들어 있는 액상을 전자기기로 가열해 그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는 위해 물질이 일반 담배에 비해 95% 저감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는 영국 공중보건국(PHE· Public Health England)이 연구보고서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해 물질은 일반 담배의 5% 수준”이라고 밝힌 사실을 근거로 한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도 2013년 ‘담배 위해 감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2016년부터 전자담배 등 새로운 니코틴 제품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영국은 이처럼 위해성 연구 결과와 관련 트렌드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과학적 입증에 근거한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전자담배 위해성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의 안전에 대해서도 영국표준협회 등을 통해 제조사의 공정 과정, 제품의 품질 등을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고 있다.

영국의 ‘스위치’ 캠페인은 담배 가격에도 반영돼 있다. 영국에서 담배 1갑의 평균 가격은 9.8파운드(약 1만4100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산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의 가격(팟 4개 포함, 팟 1개는 담배 1갑 분량)은 9.99파운드(약 1만4400원)로 일반 담배의 25% 수준이다. 이는 영국 정부가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금연 정책은 흡연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성인 평균 흡연율은 2012년 19.6%에서 2017년 15.1%로 4.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자담배 사용률은 1.7%에서 5.8%로 4.1%포인트 상승했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를 대체한 셈이다.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인 가격(세금) 차이와 정확한 정보 제공이 흡연자의 대체 담배로의 전환을 도왔다는 평가다.

청정국 뉴질랜드도 전자담배를 담배 대체재로 사용하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공중보건 학자인 제리 스팀슨(Gerry Stimson)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명예교수는 “영국은 전자담배에 우호적인 금연 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성공적으로 낮췄다”며 “금연 상담을 받거나 금연 패치를 사용하는 것보다 전자담배를 활용하는 것이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했다.


영국 정부의 ‘스위치’ 캠페인 포스터. 사진 GNF
영국 정부의 ‘스위치’ 캠페인 포스터. 사진 GNF

청소년 진입은 강하게 규제

사실 영국은 담배 규제 강도가 강한 나라에 속한다. 영국은 18세 미만 청소년이 니코틴 흡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청소년의 흡연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2011년 담배자판기 설치를 금지했으며 2013년부터 상점에서 담배 진열을 금지하고 담뱃갑 포장을 회색이나 흰색 등으로 단순화했다. 담배를 사려면 고객이 상점 직원에게 말해야 한다.

2015년에는 담배와 전자담배의 대리 구매도 금지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온라인 전자담배 구매 시 성인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영국 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모든 니코틴 액상과 전자담배 기기는 불법으로 퇴출당한다. 모든 전자담배는 사전에 독성물질 검사도 받아야 한다.


plus point

[Interview] 클라이브 베이츠 카운터팩추얼컨설팅 이사
“연소 없다면 흡연으로 볼 수 없어”

바르샤바(폴란드)=김문관 차장

클라이브 베이츠(Clive Bates) IBM, 영국 흡연 및 건강담당 이사, UN 수단지사 공공 부문 임원
클라이브 베이츠(Clive Bates)
IBM, 영국 흡연 및 건강담당 이사, UN 수단지사 공공 부문 임원

“연소 과정 없는 전자담배를 흡연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클라이브 베이츠(Clive Bates·의학박사) 영국 카운터팩추얼컨설팅 이사는 6월 12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6회 글로벌니코틴포럼 현장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베이츠 이사는 영국 정부의 흡연 및 건강 담당 이사를 역임한 공중보건 전문가다.

그는 “전 세계 담배 소비 시장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라며 “많은 사람이 금연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전자담배 같은 대체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자담배는 흡연자가 흡연 욕구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않으면서도 건강 증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연소 과정이 없는 덕에 독성물질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금연 단체의 ‘담배는 모두 똑같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덜 위해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독려해야 할 정부가 대체재를 막는 것은 금연 정책이 아니라 흡연 장려 정책으로 봐도 무관하다”고 했다. 베이츠 이사는 “담배 위해성을 줄이는 혁신적 제품과 판도 흐름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덜 위해한 제품에는 일단 담배보다 적은 세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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