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베스트슬립 힐링카페 명동점은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인으로 꽉 찬다. 사진 이민아 기자
서울 중구의 베스트슬립 힐링카페 명동점은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인으로 꽉 찬다. 사진 이민아 기자

“수면 40분 이용에 음료 한 잔 포함, 8900원입니다.”

8월 6일 오전 11시 55분에 찾은 서울 중구의 베스트슬립 힐링카페 명동점에 들어서자 이 같은 안내를 받았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낮잠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수면카페’다. 가구 브랜드에 납품하는 매트리스를 생산하는 회사인 지큐브스페이스가 운영한다. 2017년 명동점을 시작으로 역삼, 대구, 일산 등 4개 지점이 있다.

테이블 세 개 정도 놓인 좁은 카페였다. 얼핏 일반 카페처럼 보이지만, 음료만 파는 것이 아니라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낮잠 공간’을 판다는 것이 달랐다. 고객은 침대 또는 안마의자에 누워 낮잠을 잘 수 있다. 최소 30분부터 최대 1시간짜리 코스가 있다. 가격은 30분에 7900원, 10분당 요금이 1000원씩 더 부과된다. 1시간을 자면 1만900원을 내야 한다.

계산대 앞에는 양복 입은 직장인 세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식사 대신 낮잠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이성범(34)씨는 “회식이나 야근을 한 다음 날이면 이곳을 찾아 40분짜리 코스를 결제해 낮잠을 자고 커피와 핫도그로 점심을 때운다”면서 “근처 은행에 다녀 위치도 가까워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온다”고 말했다.

베스트슬립 힐링카페 명동점에는 침대와 안마의자를 합해 낮잠 공간이 52석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언제나 만석이다. 이 카페의 이혜란 매니저는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가 손님이 가장 많은데, 자리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는 손님도 꽤 많다”고 했다. 이곳의 침대 중 20개는 점심시간에만 수면카페로 활용한다. 그 외 시간에는 지큐브스페이스의 침대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쇼룸’으로 운영한다.

이날 직장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40분짜리 코스를 체험했다. 결제를 마치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별도의 암실 같은 공간으로 입장했다. 바깥 공간과는 완전히 차단된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3m쯤 되는 높은 천장에 달린 암막 커튼이 각 침대를 격리하는 동시에 빛까지 차단해 줬다. 커튼을 열자 더블 사이즈의 넓은 침대가 보였다. 침대 위에는 영국 유니언잭 무늬의 두툼한 담요와 3M 귀마개가 놓여 있었다.

12시 1분부터 수면 코스가 시작됐다. 그 어떤 빛도 없는 어둡고 고요한 공간에서 담요를 덮고 누웠다. 이따금 옷과 이불이 스쳐서 나는 바스락 소리만이 암막 커튼 너머에 다른 사람도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전날 9시간을 자고 이곳에 왔기에, ‘잠이 안 오면 어쩌나’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40분은 순식간에 흘렀다. 12시 41분이 되자 직원이 커튼을 열고 들어와 정강이를 쥐고 흔들어 간신히 눈을 떴다. 비몽사몽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마시니 금세 오후 1시가 됐다.


서울 여의도 ‘단잠’에는 손 안마기와 만화책 등 짧은 휴식을 도와줄 물품들이 준비돼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서울 여의도 ‘단잠’에는 손 안마기와 만화책 등 짧은 휴식을 도와줄 물품들이 준비돼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직장인 많은 명동·여의도·강남 집중

이처럼 수면카페에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야근과 회식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주요 고객이다. 이들은 시끄러운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수면카페로 향한다. 수면카페들이 회사가 많은 서울 명동, 여의도, 역삼동 근처에 포진해 있는 이유다.

8월 8일 12시쯤 찾은 서울 여의도의 수면카페 ‘단잠’에도 낮잠을 자기 위해 찾아온 직장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안마의자와 리클라이너(뒤로 비스듬히 기대 누워 쉴 수 있는 편안한 소파) 60개를 구비한 휴식 공간이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단잠에는 손 안마기와 만화책 등 짧은 휴식을 도와줄 물품들이 준비돼 있었다. 안마의자 30분 이용에 음료 한 잔을 더한 가격은 7500원, 리클라이너 1시간 이용은 6000원이다. 편안한 낮잠을 위해 귀마개와 일회용 덧신 등을 제공한다. 각 공간을 커튼으로 나눠 편안히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박상열씨는 “야근이 많은 회사에 다니다 보니 점심 먹는 것보다 낮잠자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단잠을 운영하는 제이에스제이서비스의 이수재 대표는 “평일 점심시간에는 60개 좌석이 꽉 찬다”면서 “개업한 지 2년째인데, 근처 직장인이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으면서 꾸준히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덜 몰리는 시간에 영화관 좌석을 낮잠 공간으로 판매하는 영화관도 있다. 여의도 CGV는 영화관 한 관에서 ‘시에스타(Siesta·스페인 등에서 점심 먹은 뒤 잠깐 자는 낮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잘 수 있다.

의자를 평평하게 젖힐 수 있는 프리미엄관에서 진행한다. 요금은 1시간에 1만원이다. 음료 한 잔과 담요, 슬리퍼 등을 제공한다. 2016년부터 운영한 시에스타 서비스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올해 2월 28일에 다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과 경제의 합성어)’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수면 관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2012년 5000억원에서 올해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30대와 40대의 수면카페 이용 건수가 전년보다 각각 199%, 209%나 늘어났다. 수면카페 이용 건수는 최근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수면카페 개념을 처음 도입해 2015년 문을 연 ‘미스터 힐링’이 4년 만에 지점 수를 107개까지 늘리는 등 최근 수면카페가 성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plus point

‘꿀잠’ 유도해주는 이색 주스·차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료도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수면 유도제를 오랜 기간 복용할 경우 부작용에 대한 우려 탓에 천연 재료를 이용한 숙면 유도 효과가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슬립 힐링카페에서는 낮잠 자기 전 먹는 음료로 ‘나이스드림’을 판매하고 있었다. 숙취해소음료와 비슷한 맛이 났다. 나이스드림은 태국의 기능성 음료 제조사인 ‘헬스풀’ 제품으로, 지난해부터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포도·사과·아사이베리·석류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휴롬은 숙면을 돕는 기능성 주스 ‘새근새근’을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이 제품의 주재료는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기능성 상추, 흑하랑이다.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이 2016년 개발한 흑하랑엔 불면증과 스트레스 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인 락투신이 일반 상추보다 더 많이 함유돼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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