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가 심한 경우 원만한 부부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코골이가 심한 경우 원만한 부부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지난 3월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주부 김모(40)씨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생겼다. 이사 전 우려했던 층간소음 문제는 없지만, 두 살 연상인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점점 커진 탓이다. 김씨는 주부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카페에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김씨는 한 카페 회원이 무선 이어폰 모양의 전자 귀마개를 소개해줘 이를 구입한 후 고민을 해결했다. 그는 “확실히 밤에 잠을 푹 자서 그런지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누적된 피로도 풀려서 두 아이에게 더 상냥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구입한 제품은 미국 오디오 제조 업체 보스(BOSE)가 지난해 출시한 ‘슬립버드(Sleepbird)’다. 이 제품은 얼핏 보면 일반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제품은 음악을 듣는 용도가 아니라 숙면을 도와주는 전자 귀마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몇 종류의 백색소음(의미가 없는 소리)을 들려준다. 보스코리아 관계자는 “‘슬립버드’는 보스의 강점인 노이즈캔슬링(소음 차단)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라며 “가족의 코골이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보스는 미국 커플 중 25%는 코를 고는 파트너 때문에 서로 다른 방에서 수면을 취한다는 사실을 파악해 이 제품을 개발·출시했다.

이처럼 음향으로 숙면을 유도하는 기기가 적지 않다. 음파를 활용해 학습 집중력을 높여주는 ‘MC스퀘어’ 판매사로 알려진 지오엠씨의 ‘에브리데이(Everyday)’는 스피커에 버튼이 달린 책만 한 크기의 전자 제품이다. 이 제품을 침대 옆에 설치하고 작동하면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는 소리를 내 숙면을 돕는다.

숙면모드 이외에도 휴식모드와 학습모드가 있다. 지오엠씨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숙면을 위한 백색소음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은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웅진코웨이는 ‘사운드테라피(소리 치료)’ 기능을 적용한 유아용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에는 클래식 선율 2종과 자연의 소리 3종 등 6가지 음원이 탑재됐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이들 음원은 취침에 적합한 주파수로 가공돼 아이의 심신을 안정시킨다”고 했다. 다만 이 제품은 국내 판매는 하지 않으며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도 이런 제품이 있다. ‘사운드오아시스’는 숙면 및 심신 안정을 위한 ‘사운드솔’이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팬(fan)이 잔잔히 돌아가면서 백색소음을 낸다. 이 회사는 스피커가 장착된 수면 베개 ‘이지필로’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원하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자 귀마개 보스 ‘슬립버드’, 숙면을 돕는 소리를 내는 지오엠씨 ‘에브리데이’,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슬리핑팩’,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 사진 보스코리아, 지오엠씨, 아모레퍼시픽, 다이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자 귀마개 보스 ‘슬립버드’, 숙면을 돕는 소리를 내는 지오엠씨 ‘에브리데이’,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슬리핑팩’,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 사진 보스코리아, 지오엠씨, 아모레퍼시픽, 다이슨

불빛과 향기로 숙면 유도

불빛을 활용한 숙면 제품도 있다. LG유플러스의 ‘IoT 숙면알리미’는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전자 제품이다. 밴드 형태로 된 이 제품은 몸에 착용할 필요 없이 침대 매트리스와 시트 사이에 간단하게 깔아 사용한다. 사용자가 잠든 것을 감지하면 조명과 TV를 자동으로 꺼준다. 두께가 얇아 이물감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고성능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가전 업체 다이슨의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도 주목받는 제품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인 이 제품은 다이슨 최고 엔지니어인 제이크 다이슨(Jake Dyson)을 필두로 한 엔지니어들이 2여 년에 걸친 기술 개발을 통해 올해 2월 출시했다. 다이슨코리아 관계자는 “자연광과 색상, 강도가 다른 인공조명은 사람의 수면 주기를 제어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은 사용 지역에 따라 일광에 맞게 지속적으로 색온도와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돼 사용자에게 최적의 빛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필룩스’ ‘엘린라이트’ 등 국내 중소 조명 업체도 숙면을 위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리모트컨트롤을 이용해 조명의 색상과 명도, 채도를 조절해 사용자의 컨디션에 맞게 조명을 조정할 수 있다. 웅진코웨이는 일부 공기청정기에 수면등을 적용했다. 서서히 밝기가 변하며 숙면 진입을 돕는다.

향기를 활용한 숙면 제품도 있다. 뷰티 업체 네이처리퍼블릭은 베개 속에 넣는 향기 주머니 ‘유어 소울 테라피 딥 슬리핑’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라벤더, 로즈메리 향으로 심신 안정을 돕고 사용자를 숙면으로 유도한다.

뷰티 업체 아모레퍼시픽은 자기 전에 얼굴에 바르면 피부 탄력 회복과 숙면을 돕는 ‘만향옥(백합목 수선화과의 풀)’ 향기를 담은 ‘라네즈 수면팩(슬리핑팩)’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2012년 출시된 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뷰티 업계에서 수면팩의 인기를 주도한 제품으로 꼽힌다.

이 밖에 ‘오월엔라벤더’ ‘라트비아’ 등 국내 중소 업체들은 은은한 향이 나는 오일과 방향제로 숙면을 유도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 관계자는 “허브와 아로마 등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향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중소형사가 대부분으로, 2015년 기준 약 130개사가 있다”라고 전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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