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충남대 의대 졸업,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조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부교수
정기영
충남대 의대 졸업,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조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부교수

“잠들기 전까지 유튜브를 본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별과 연령을 불문합니다. 하지만 유튜브의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다 보면 뇌가 각성돼 잠들기 힘들어집니다. 무엇보다 스마트 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잠자기 2시간 전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은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침대 위에서 종이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심신을 안정시켜 보세요. 푹 잘 수 있을 겁니다.”

수면 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현대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스마트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 기기의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늦어지고 그만큼 잠드는 시간이 지체되면서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빛뿐 아니라 야간에 거실이나 침실이 너무 밝아도 마찬가지다. 정 교수는 “침실 조명을 간접 조명으로 바꿔 조도를 낮추기만 해도 숙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대병원에서 16년 동안 수면 장애를 겪는 환자를 만났다. 미국수면학회 정회원이자 2013년부터 대한수면학회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수면 관련 연구가 이뤄진 것은 2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수면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낮은 편”이라며 “대한수면학회는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과 수면 관련 질환 등 실태를 조사해 수면의 중요성, 좋은 수면에 대한 대국민 인식 고취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를 7월 29일 서울대병원 본관 11층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자기 전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수면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자기 전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수면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잠자고 싶은데도 잠을 못 자서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은 어떤가.
“성인의 30%가 불면증을 겪는다.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정도 많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불면증 환자가 늘어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잠을 잘 못 자는 것을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성인 10명 중 1명은 만성 불면증 환자가 된다. 만성 불면증이 있으면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불면증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불면증 증상을 알아야 병원을 찾을 생각을 할 것 같다. 어떤 증상이 있나.
“밤에 누워도 좀처럼 잠들지 못해 고통을 느끼거나, 수면 중에 몇 번이나 깨는 경우, 새벽 일찍 잠에서 깨고 그 후 잠들지 못하는 증상이 주 3회 이상 3개월 동안 이어지면 불면증으로 볼 수 있다.”

불면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수면제를 처방하나.
“수면제 처방은 되도록 지양한다. 잘못된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먼저다. 환자에게 수면 일기를 쓰도록 한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잤는지, 언제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지 등을 기록한다. 이걸 보고 잘못된 수면 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 중에 숙면을 취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눕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잠들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이불 속에 누워있으면 ‘왜 잠이 안 올까’ 하고 걱정하는 바람에 더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다. 침대에선 잠만 자야 한다. 그 위에서 TV를 보는 등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게 되는 잘못된 수면 습관이 생긴다. 환자들에게 졸릴 때만 잠자리에 누우라고 권하는 이유다. 환자 중에는 수면제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면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수면제 의존도를 낮추기 힘들다. 20~30분 동안 환자를 붙잡고 수면제 처방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수면을 유도한다는 소리를 켜놓거나, 향초를 피우고 자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도움이 되나.
“시냇물 소리처럼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소리는 잠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잠든 뒤에는 시냇물 소리마저 없는 게 낫다.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면 수면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초가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 역시 잠이 든 이후에는 꺼주는 편이 낫다.”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하나.
“미국수면재단에 따르면 성인은 적어도 7시간 30분에서 8시간을 자야 한다. 몇만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해 얻은 수치다. 이보다 짧거나 길게 자면 사망률이 올라간다. 우울증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5시간 미만으로 자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1.5~2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면의 질과 양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을 꼽을 수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좋은 수면은 질과 양, 주기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해외여행을 갔다고 생각해보자. 수면의 양과 질은 좋을지 모르지만, 시차 때문에 수면 주기가 엉망이 돼 숙면을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물론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수면의 질이라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면 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숙면을 위해 지키고 있는 습관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밤 11시부터 잘 준비를 한다. 침실 조도를 낮추기 위해 스탠드 조명만 켠다. 침실에 들어오는 순간 걱정을 던져버리고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30분 정도 책을 읽다 보면 잠이 온다. 그때 스탠드 조명을 끄고 잠을 잔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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