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데자키 유튜브 아이디 ‘메다마 센세(Medama Sensei)’, 미네소타대 생리학과 졸업, 조치대 국제학 석사 / 미키 데자키 ‘주전장(主戰場)’ 감독. 사진 리버스
미키 데자키
유튜브 아이디 ‘메다마 센세(Medama Sensei)’, 미네소타대 생리학과 졸업, 조치대 국제학 석사 / 미키 데자키 ‘주전장(主戰場)’ 감독. 사진 리버스

7월 25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 ‘주전장(主戰場)’이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독립극장에서 개봉된 인디 영화지만 8월 15일 현재 2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한국·미국·일본의 좌·우파 인사들을 통해 알아보는 영화다.

‘주전장’의 미키 데자키(36) 감독은 플로리다주 태생의 일본계 미국인 2세다. 그는 과거 부산국제영화제 시사회에서 “내가 가진 제3의 정체성을 항상 인지하고 있다”면서 “내가 한국인이었거나 일본인이었다면 양측을 모두 인터뷰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만큼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진솔한 관점이 영화 ‘주전장’에 담겼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 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등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영화 말미에는 일본 우파들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나온다. 이로 인해 영화에 등장했던 우파 논객들이 데자키 감독과 배급사를 상대로 6월 19일 상영 중지 및 1300만엔(약 1억48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도쿄지법에 냈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일본인이 한국 입장을 이해해주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과거사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한국인이 몰랐던 사실과 일본 우파의 논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영화는 121분 동안 알차게 양측 논리를 전개하는 한·일 관계의 교과서 같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첨예할 때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를 통해 양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개봉 시기가 정말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졌다. 이 영화가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통찰력과 맥락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하나가 아니다. 하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일본인과 한국인이 양국 뉴스 매체의 한계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 뉴스 매체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많은 정보를 누락하고 있고, 뉴스 매체가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서로에 대한 혐오 감정을 양산한다는 점에 주목하길 바랐다.”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제삼자 입장에서 양국의 뉴스를 접했을 것 같다. 양국 매체가 누락하고 있는 정보는 무엇인가.
“일본 매체는 일본군 위안부상이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할 때, 한국인이 일본의 명예를 해치거나 일본인을 괴롭히려는 것처럼 들리는 논조를 선택한다. 이는 일본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록이 삭제됐고 위안부상만이 기억을 보존하는 수단이라는 (한국의) 보도와는 반대되는 논조다.

한국 매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뉘앙스를 모두 전달하지 않는다. 일본이 과거 여러 번 사과했다는 사실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1990년대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과들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더라도 꽤 진정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일본이 과거사를 덮고 있는 현시점에서 해당 사과들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양국 매체의 편향성을 고려해 영화를 만들 때 신경 썼던 장면은.
“앞서 언급한 내용을 영화에 넣었다. 영화에서 일본이 실제로는 사과를 여러 번 했다는 점과 일본이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에 대한 기록을 삭제했다는 점을 모두 보여줬다.”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
“한 일본 남학생이 그가 우파적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좌파적 입장을 듣는 것이 처음이고 그의 관점이 실제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했다. 한 한국 여학생은 일본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는 경우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영화에는 한국 논리를 대변하는 일본 역사학자들이 나온다). 그 여학생은 ‘이 문제를 양국 간 전쟁이 아니라 국제적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영화를 보고 나서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로 논란이 됐던 박유하 세종대 교수와 그를 비판했던 이나영 중앙대 교수 모두 당신의 영화에 공감했다.
“대다수 사람이 역사의 구체적 사실, 뉘앙스, 맥락을 이해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내 ‘바람’과 ‘믿음’이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동기를 부여했다.”

한국에 반일 영화가 많지만, ‘주전장’처럼 양측의 논리와 사실관계를 다루는 영화는 적은 것 같다. 일본을 ‘악’으로 그리는 콘텐츠가 많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반일 감정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매체가 충분한 정보를 다루지 않아서 반일 감정을 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인이 내 영화에서 그런 요소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일본인의 사악한 면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도 미디어가 인위적으로 혐오 감정을 생산하는 건전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과거의 잘못이 알려져서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일본인을 설득할 방법은.
“일본인도 미디어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분노는 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한국이 비합리적으로 그들에게 화를 낸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한국인에게 분노를 표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면 일본인과 친구가 되는 것이 방법이다.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면 미디어와 정부가 그들의 생각을 어떻게 조종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본인은 한국인이 민감한 이유를 한발짝 나서서 이해하는 행동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놀라웠던 점은 일부 일본 우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국의 음모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 음모론은 공산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를 파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많은 일본의 민족주의자(nationalist)가 실제로 믿고 있는 것이다. 꽤 많은 일본 우파가 중국이 한·미·일 동맹 관계를 와해하려고 하며, 동맹이 약해지면 중국이 일본을 공격하기 쉬워진다고 이야기했다.”

영화를 통해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 양국이 과거사를 청산하는 적정선은 무엇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았다고 느끼는 지점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1990년대부터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요구했지만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노 담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실을 역사책에 기록하기로 약속했으니 이 내용을 빼면 안 된다고 규정하는 법도 통과됐으면 좋겠다. 일본 측에서 위안부상을 일본에 설치하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그들의 사죄에 진정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일본 정부와 합의할 방법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유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서는 불행히도 일본이 한국의 요구 사항을 불평불만이나 편견에 치우친 것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국민들이 과거사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교육 체계를 바꾸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 같다.”

일본 우파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제소 초기 단계다. 내 변호사들이 많이 준비하고 있다. SLAPP(공공의 참여를 막는 전략적 봉쇄 소송)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미국과 달리 일본에는 SLAPP 방지법이 없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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