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 추모 헌화를 하려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 추모 헌화를 하려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2014년 무렵 한국은 일본 재특회(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한국인 대상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증오 발언)를 우려했다. 재특회 같은 집단이 혐한파(嫌韓派)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구라 기조 교토(京都)대 종합인간학부 교수는 당시 가졌던 인터뷰에서 “헤이트스피치보다 심각한 문제는 보통 일본인 사이에서 혐한파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특회 중심의 헤이트스피치 세력은 언행이 저급하고 과격해 이들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거의 없고 한·일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제한적이지만, 일본에 일반인 혐한파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한국도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해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가 말한 이른바 일반인 혐한파는 그 이후로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논조 신문인 산케이신문이 계열 TV 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지난 3~4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이 67.6%였다. 중요한 것은 아베 내각 지지 여부를 불문하고 찬성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아베 내각 지지층에서는 81.0%가, 비지지층에서는 55.2%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지난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에 대해 55%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일본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이런 일반인 혐한파의 생각을 한마디로 하면 ‘한국은 믿을 수 없다’이다.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50년간 양국이 우호 관계를 맺어 왔는데, 일본인 시각에서 보면 ‘일본과 더 이상 사귀지 말자’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을 배척하는 것. 특히 일본은 한국의 중국 쏠림 현상을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본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매력이 많은 중국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본이 지금까지 한국과 우호적으로 지내온 오랜 과정이 있는데, 어떻게 한국이 중국 쪽으로만 가버리느냐는 서운한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고, 그것이 혐한 감정을 더 부추긴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 일본과 비교하면 지금의 일본은 완전히 달라졌다. 총체적 자신감 상실, 고독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혐한파는 동아시아를 사절(謝絶)하고 싶어 한다. 과거 일본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일본이 19세기 중·후반 근대적 통일국가를 형성해나간 과정) 당시의 대표적 정치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1835~1901)가 아시아와 결별하겠다는 ‘탈아(脫亞)론’을 내세웠을 때는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를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중국·한국이 앞서가니까 ‘기세 드센 이들과 엮이지 말고 우리끼리 조용히 살자’는 심리가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우경화 또는 아베 총리의 한국에 대한 불만 표출과 적극적 공세는 혐한과 결이 상당히 다르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 분석이다. 단순한 혐한파는 한국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지는 순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서로의 이해가 더 깊어진다면 성향이 달라질 수 있지만,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더 강한 나라로 만들려 하는 ‘확신범’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확신’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한 권 있다. 아베가 2006년 직접 써서 출간한 ‘새로운 나라로(新しい国へ)’이다. 아베는 책을 낸 뒤 2006년 9월에 1차로 총리에 오르지만 1년 만에 실각했다. 이후 패배를 곱씹은 아베는 2012년 말 2차로 총리에 올라 현재까지 장기 재임 중이다. 아베는 2013년 3월에 앞서 냈던 책을 보완해 ‘새로운 나라로, 아름다운 나라로 완전판(新しい国へ, 美しい国へ 完全版)’을 발간했다. 2013년판을 바탕으로 아베 총리가 지금 한국을 대하는 속내가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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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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