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가쓰히로(黒田勝弘) 교토대학 경제학부 졸업, 교도통신 서울지국장,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 8월 9일 ‘이코노미조선’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구로다 가쓰히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객원 논설위원. 사진 최원석 에디터
구로다 가쓰히로(黒田勝弘)
교토대학 경제학부 졸업, 교도통신 서울지국장,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 8월 9일 ‘이코노미조선’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구로다 가쓰히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객원 논설위원. 사진 최원석 에디터

“한국인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악한(惡漢)’으로 몰아세우지만, 이번 수출 규제 결정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 여론도 아베 총리의 결정에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구로다 가쓰히로(黒田勝弘·78)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주재 객원 논설위원에게 현재 일본 정부의 생각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구로다 논설위원은 8월 9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아베 정부는 한국 정부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로다 가쓰히로 논설위원은 40년간 한국에 주재했다. 1980년 일본의 좌파 성향 매체 교도(共同)통신에서 서울지국장을 맡으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9년 우파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직으로 이직했다.

구로다 논설위원은 그간 한국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에 적극적이었다. 국내에서는 ‘극우 언론인’으로 불리면서 비판 여론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에서 일본 우파와 아베 정부의 생각이 어떠한지 읽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공부다. 일본의 입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도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요즘 그는 양국 매체의 출연 요청에 답하느라 매주 서울과 도쿄를 오가는 중이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인터뷰를 위해 서울 광화문의 ‘이코노미조선’ 사무실까지 와 주었고, 미리 전달한 질문지 내용을 꼼꼼히 체크해 가며 두 시간 동안 정성껏 답했다.


아베 총리가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한국에 강경한 이유는.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의 무심한 태도에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은 일본 입장에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한·일 기본조약은 양국 협력 체제의 근간이 된 국교정상화 조약이다. 이를 번복하는 것은 양국 간 신뢰 관계를 깨뜨리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됐다는 관측이 많다. 그런데 일본이 실질적 조치를 취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일본군 위안부의 일본식 표현)’ 합의 파기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아베 총리는 2015년 합의 당시 국내 지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한국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다.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결단력을 보인 사안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와 상의 없이 (합의를 구체화하는 기구인)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켰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부족했다고 느끼는 여론이 많다.
“한·일 기본조약이 맺어지기까지 14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만큼 양국 간 입장 차가 좁혀지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외교는 49 대 51’이라는 말이 있다. 한쪽이 완벽하게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그만큼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것이고, 서로 불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1965년 체제 내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재일 동포 보상 등이 이뤄졌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아시아여성기금’을 모았다. 2015년 합의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 서운한 점은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한국에 ‘일본 가쿠시(隠し·감추기)’ 현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삼성전자 반도체에 들어가는 소재 가운데 불과 세 가지를 규제하겠다고 선언했는데도 큰 문제가 된 것이 그 방증이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으로 한국 정부가 받은 5억달러(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도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교과서나 박물관을 살펴봐도 1965년 합의에 대해서는 반대 시위 위주로 언급된다. 55년간 한·일 간 협력 상황을 알았더라면 한국인도 일본에 대해 이 정도 반감을 품지 않았을 것 같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한국과 교류할 때 많이 봐줬다. 과거에 미안한 일이 있고 한국 사람에게 고생을 많이 시켰으니까 수지 계산을 떠나서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신일본제철이 포항제철을 돕고, 묘조(明星)식품이 삼양라면을 도운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시혜자 입장에서 한국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에 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서구 제국주의 국가 가운데 식민지가 독립했다고 그 식민지에 배상한 경우는 없었다. 이런 국제관례에 따라 일본도 한국에 배상이 아닌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양국이 타협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민주화의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현시점의 가치관에 따라 과거사를 수정하길 원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말을 쓰면서 과거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본인은 역사는 과거에 있던 ‘사실’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하며 후세가 수정할 수 없다고 보는 편이다.”

일본의 여론은 어떠한가.
“한국인은 ‘아베 총리가 나쁘다, 아베 총리만 물러나면 나아질 것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배경에는 일본 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수출 규제를 찬성하는 여론이 과반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을 특별한 존재로 우대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 미봉책일지라도 일정 선에서 한국과 타협하자는 공감대가 일본에 있었다. 과거 세대 중에는 한국에 미안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그러한 정서가 교육과 책을 통해 일본 사회에 보편적으로 형성돼 있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20·30세대는 그런 과거에 대한 이미지가 없다. 젊은 세대는 한국을 일제 강점기의 모습보다 스포츠 강국, 경제 강국, 한류 문화 강국과 연관 짓는다. 여러 분야에서 강한 한국이 왜 일본에 반복적으로 ‘사과하라, 반성하라’고 요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은 한국에서 직설적 발언으로 ‘극우 언론인’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내가 오히려 ‘배신자’라고 불린다. 한국과 ‘국교 단절’을 이야기할 정도로 일본 여론의 반감이 큰 상황에서, 일본 정부에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라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이 좀 더 냉정을 찾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 장점을 찾아 교류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의 지향점은.
“우선 양국이 징용공 문제를 매듭짓고, 그 이후에는 당위성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 안보 차원에서도 중국 등에 공동으로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물자와 기술을 수입하고, 일본은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 관계를 형성했다. 문화적 관점에서도 생활과 사고방식이 매우 비슷하다. 최근 한국도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제도, 가치관, 의식주 문화 등 여러 요소가 변화해야 하는데, 일본에는 그런 경험이 축적돼 있다. 서로가 국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창의적 교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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