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UCLA 경제학 박사,한국은행 조사 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가 8월 8일 서울 마포구 국가미래연구원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김소희 기자
신세돈
UCLA 경제학 박사,한국은행 조사 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가 8월 8일 서울 마포구 국가미래연구원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김소희 기자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7월 10일 국가미래연구원에 ‘도쿄발 금융 쓰나미의 가능성’이라는 글을 올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일본계 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인한 일본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한 글이다.

시장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일본계 자금을 뺀다면 오히려 일본 금융회사들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고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한국 시장에서 투자 자금을 빼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시각이라는 분위기였지만 ‘10여 년 만의 금융위기’ 언급의 파장은 작지 않았다.

신 교수를 8월 8일 국가미래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가미래연구원은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민간 싱크탱크로 박근혜 대선 캠프에 있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과 신 교수가 함께 만들었다. 2013년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신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한국 경제의 거시 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며 “여기에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산업 측면과 금융 측면, 두 가지 경로로 경제에 추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소재 산업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에 타격이 올 것이고 금융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로 우리나라의 현금 유동성이 국내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에 비해 충분치 않은 점,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해 외화 추가 유출을 촉발할 가능성이 큰 점,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 외국인 투자금액(5500억달러)이 지난 6월 말 현재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4030억달러)보다 많은 점 등을 꼽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8월 5일 “남북 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누구의 어떤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면 평생 돈 냄새만 맡고 살아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평화경제를 강조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평화경제를 강조했다. 사진 연합뉴스

신 교수는 “개성공단처럼 북한과 협력이 되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은 망상”이라며 “울산이나 구미, 창원, 시화공단 등과 같은 것들을 개성으로 옮긴다고 그 축적된 시스템까지 이식하기는 너무 어렵다. 개성공단은 경공업 제품들을 만들었던 곳 아닌가”라고 했다.

신 교수가 심각하다고 보는 거시 지표는 설비투자, 경기동행지수, 수출과 수입 증감률 등이다. 한·일 관계 경색 전인 올해 6월 말까지 5분기 연속 설비투자가 감소했고, 경기동행지수는 14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수출은 지난 7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입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4월 빼고는 모두 감소했다.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신 교수는 특히 수입 감소를 중요하게 봤다. 우리나라 수입의 13%만 소비재고 나머지 대부분은 자본재(14%)나 중간재(48%) 또는 연료, 곡물 같은 1차 산품(24%)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제 활동이 활발할수록 수입이 늘어나고 반대로 경제가 침체할수록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수입 감소는 수출 감소로 연결된다. 그는 “수입 감소가 한 분기에만 잠깐 일어난 적은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6분기, IT 버블 붕괴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5분기 연속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수입 감소는 위기의 징조라는 의미다.

신 교수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1%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봤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지난 4월 2.5%로 전망했다가 7월 18일 2.2%로 수정 전망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2.6%에서 올해 5월 2.4%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8월 13일에는 2.1%로 다시 낮췄다.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일 관계 악화를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스탠더드차타드(1.0%), ING그룹(1.4%),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BoA메릴린치(1.9%) 등은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신 교수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어떤 거시 지표가 크게 영향 받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본이 화이트국가 리스트 제외나 소재 산업 수출 규제를 어느 정도까지 할지 알 수 없어 판단하기 힘들다”며 “현재 거시 지표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신 교수는 환율 문제도 중요한 요인으로 봤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 가치 절하로 수출 경쟁력을 높였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 취임 당시 달러당 80엔 수준이었던 엔화 환율은 2015년에는 121엔까지 치솟았다. 일본 수출은 2013년 14.9%, 2015년 5.7% 증가했다. 당시 우리나라 원화는 달러화 대비 절상됐다. 2013년 2.8%, 2015년 3.8% 평가절상됐다. 많은 학자가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점쳤지만 신 교수는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고 본다.

신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박근혜 정부는 474정책(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원화 가치 절상을 추진했다”며 “2013년을 기점으로 일본은 살아났고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구미, 울산 등 공업 도시들의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아베노믹스가 한국의 수출을 저격한 셈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당시 미국의 양해를 구하고 엔화 약세 정책을 시행했는데 한국은 어떻게 해야 했나’라는 질문에 대해 신 교수는 “당연히 우리도 미국의 허락하에 원화 약세로 갔어야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가지고 흥정해야 했다”고 답했다.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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