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니엘 미국 MIT 정치경제학 박사, 홍콩과학기술대 조교수, 일본 미래공학연구소 수석 컨설턴트 / 8월 12일 노다니엘 아시아리스크모니터 대표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노다니엘
미국 MIT 정치경제학 박사, 홍콩과학기술대 조교수, 일본 미래공학연구소 수석 컨설턴트 / 8월 12일 노다니엘 아시아리스크모니터 대표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앞으로 한국과 일본 관계는 쉽게 말하면 ‘가정 내 별거’가 될 것입니다. 준동맹 관계라는 ‘하드웨어’는 살아있지만 실질적인 유대나 동질성은 형성되지 않는 형식상 부부로 남을 가능성이 커요.”

앞으로 한·일 관계를 묻는 말에 노다니엘(65) 아시아리스크모니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아베 신조(65·安倍晋三) 총리와 1954년생 동갑내기다.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2014년 아베 신조 총리를 단독 인터뷰해서 ‘아베 신조의 일본’이라는 책을 냈다.

노 대표는 20년간 일본에서 거주한 일본 정계 전문가다. 현재는 일본 종합상사나 해외 헤지펀드를 상대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해주는 컨설팅 회사인 아시아리스크모니터를 경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발표한 7월 1일 이후 한·일 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그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노 대표는 한·일 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가장 큰 원인은 어느 쪽 잘못이라기보다 양쪽의 특징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문명적, 정치 구조적, 지정학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문명적 요인│당위주의 vs 기능주의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거사 문제인데.
“문제를 촉발한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은 사실 양국 정부가 모두 미숙할 때 이뤄진 조약이지만 당시 양국의 합법적 대표가 맺은 국교정상화조약이다. 일본의 입장은 54년 전이어도 그 조문의 기능이 유효하다는 것이고, 한국의 입장은 2019년 대명천지의 가치관과 당위에 비춰볼 때 그대로 지키는 것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다. 기본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마찰은 ‘문명전(文明戰)’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명 차이라는 얘기인가.
“한국은 유교적 당위가 강한 반면 일본은 서양 문명의 빠른 수입자로서 만국 공법에 맞춰 모든 것을 기능과 절차에 따라 이행한다. 이런 차이는 특히 사회의 가치를 배분하는 사법과 행정 과정에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일본의 사법부는 행정부에서 독립해 법조문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 사법부는 ‘사회의 공기’를 읽으면서 법 감정을 반영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한국 정부가 좀 더 기능주의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보는 것인가.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유리한 입지를 취하려면, 국제 사회가 납득할 만한 주장을 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인터넷에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시대에 우리가 과거로 회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치 구조적 요인│청와대 vs 수상 관저

아베 정권의 관저와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가 ‘강 대 강(强 對 强)’ 구도라고 하는데.
“아베 관저의 핵심 비서관과 보좌관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다. 특히 경찰 출신이 많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운동권 출신이 많다. 양쪽의 얘기가 도저히 통할 수 없다. 마치 박정희 시대 검찰과 문재인 시대 노동조합이 싸우는 모양새다.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 앞서 말한 당위주의와 기능주의의 마찰이 양국 권력 최상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어린 시절의 아베 총리는 ‘순진한 모범생’ 유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복장이 세련됐다고 느꼈다. 여태 만나온 자민당 정치가 ‘아저씨’들과는 딴판이었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투영되는지 매우 세심하게 의식하고 대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영민한 사람이다. 그는 2000년, 당시 자민당 실세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2001~2006년 총리로 재임)의 추천으로 제2차 모리 내각의 관방 부장관을 맡았다. 그의 나이는 46세에 불과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사무차관(고시 출신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 회의를 주관하면서 정치훈련을 받았다. 또 2003년 자민당 내 2인자에 해당하는 간사장을 맡았다. 관료와 당을 모두 관리하는 경험을 쌓은 덕에 자민당 내부 8개의 파벌이 와해된 시점에서 아베 총리가 ‘관저 주도 정치’를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No 아베’ 구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평화헌법 개정을 비판하는 헌법학계 좌파 교수들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아베 정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론상 가능하지만 일본의 정책 결정 과정이 얼마나 시스템화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현재 일본의 정책 결정 과정은 아베 총리와 몇몇 참모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역사상 한 번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보수적인 나라다. 이런 일본인을 상대로 좌파 논객이 반대 여론을 동원할 힘이 없다. 또 자민당을 포함해 외교 정책에 있어 친아베 노선을 보이는 정당들이 (참·중의원을 합해) 543석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 노선인 입헌민주당은 총 87석을 갖고 있을 뿐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양측의 문화와 어젠다가 다르고, 그 어젠다를 풀어내는 어법도 다르다. 상대방과 통할 수 있는 어젠다를 설정해서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한·일 관계가 경색됐기 때문에 공식 행사에서 나오는 메시지의 톤이 중요하다. 미국이 중재하도록 양국이 신호를 보내야 한다. 내년 도쿄 올림픽 일정을 고려해서 이 모든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한국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려 한다면, 신고 기한이 촉박하지 않겠나.”


지정학적 요인│대륙 국가 vs 해양 국가

양국의 또 다른 리스크는.
“한국과 일본의 지정학적 차이다. 일본은 해양 국가이기 때문에 주변국과 외교 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둘러싸여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는 북한과 신경제 지도는 결국 중국의 일대일로와 통한다. 일본은 한국이 동맹 관계를 소홀히 하고 중국을 향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에 굉장히 반발한다. 한국이 지난해 북한과 관계를 빠르게 개선했는데, 이때 일본이 배제된 것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정학적 관계가 한·일 외교에 반영된 상황이다. 일본의 직접적인 규제조치는 이례적으로 반복되기는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일종의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재국이었던 미국은 현재 스스로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이 따라야 하는 규범과 질서도 함께 사라졌다. 중국이나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상 적군의 동맹이 깨지고 있으니 굉장히 ‘멋있는’ 상황으로 변화한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일 간의 단독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들과 관계된 문제다. 지소미아 자체는 사소하더라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한국이 지소미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군사 동맹의 균열 신호로 여겨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나 북한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반대로 일본과 군사 동맹을 굳히는 방법도 유화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맞다. 한국 정부도 북·일 관계가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일본을 대북 정책에 참여시켜야 한다. 일본의 관심사인 납북 일본인 문제나 북한 관련 협정에 대해 일본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형식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가 일본을 중요시하는 것을 보여주면 자민당이나 아베 정권도 고마워할 것이다. 사실 친구와 싸우고 난 다음에는 화해하고 싶어도 명분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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