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중파 TBS의 평일 낮 시간 와이드쇼 ‘히루오비’의 14일 방송에서 패널로 참가한 전 서울 특파원 이와무라 가즈야(磐村和哉) 교도통신 편집위원은 “한국의 반일 집회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과 손을 잡고 싶다’ ‘일본의 시민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일본 공중파 TBS의 평일 낮 시간 와이드쇼 ‘히루오비’의 14일 방송에서 패널로 참가한 전 서울 특파원 이와무라 가즈야(磐村和哉) 교도통신 편집위원은 “한국의 반일 집회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과 손을 잡고 싶다’ ‘일본의 시민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지난달 이후 일본의 잇따른 보복성 무역 규제. 한·일 양국이 서로를 비난하고 서로에게 바뀔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폭염과 태풍이 한반도와 일본을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의 대치 상황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월 14일 밤, BS닛테레의 시사뉴스 프로그램 ‘심층 NEWS’에 출연한 한·일 관계 전문가는 “이제 한·일 양국이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됐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코리아리포트’의 변진일(辺真一) 편집장은 “이번 사건이 양국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이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적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솔직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고베대학 대학원의 기무라 칸(木村幹) 교수는 “한·일 간에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강박관념에 가까운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일 청구권 협정의 해석이 다르다면, (서로 타협이 안 되니) 변호사를 부르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떤 의미에서는 드라이하고 슬픈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쪽이 올바른 현대 국제 사회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이웃 관계로 재규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본 공중파 TBS의 평일 낮 시간 와이드쇼 ‘히루오비’의 14일 방송에서는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라는 제목의 코너에서 서울에서 열린 1400회 일본군 위안부 수요집회를 서울 현지 취재기자를 연결해 보여줬다. 사회자와 패널들은 집회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학생이 많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사회자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국의 젊은 세대가 좀 더 전향적인 쪽을 보지 않는 것에 대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반일과 반아베가 한국에서 구별돼 행해지고 있다는 리포트가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사회자는 “정말 그런가”라며 패널들에게 묻는 모습이었다.

패널로 참가한 전 서울 특파원 이와무라 가즈야(磐村和哉) 교도통신 편집위원은 “한국의 반일 집회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과 손을 잡고 싶다’ ‘일본의 시민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와무라 위원은 또 “(한·일 관계가 더 악화돼) 일본 기업의 한국 직접투자가 줄어들면 한국 기업에도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의 한국 직접투자는 2012년 40억달러 가까이로 피크였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8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에 간 뒤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계속 줄어 현재 1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한편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郎) 전 자유당 공동대표는 8월 1일 신주쿠 가두선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라고 했다. 국익을 생각한다면 부주의한 발언으로 양국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함으로써 한·일 간 수출입에 큰 장애가 생긴 것은 틀림없다. 그로 인해 일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나는 손해 보는 부분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목표를 정하지 않은 채 감정적인 결정만 하고 있다. 그저 내셔널리즘만을 부추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야마모토 대표는 또 “일본이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이 연간 2.8조엔에 달한다”며 “국가적 감정에 휩쓸려 그 이익을 잃고 싶지는 않다”고도 했다.

7월 23일 BS닛테레 심층뉴스에 출연한 마쓰카와 루이(松川るい) 자민당 참의원 의원의 의견은 달랐다. 마쓰카와 의원은 “과거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강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1인당 GDP 차이가 미미하다. 오히려 일본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있는 상태이며, 남북통일을 하게 되면 한국은 8000만 인구가 된다. 그래서 한국은 원하는 대로 역사를 끼워 맞추기 위해 계속 매스컴에서 반일 발언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대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안전보안상의 문제로 앞으로 수출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2일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의 온라인 칼럼에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은 그동안 늘 이런 식으로 일본에 양해를 구해왔고 대부분 일본이 타협해 왔다”면서 “이래서는 한·일 간의 건전한 관계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에도 경제적 손실은 있지만 한국의 손실은 훨씬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화이트국가 제외 결정을 철회시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토 전 주한 일본대사는 2017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히루오비’의 14일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한국과 일본이 서로 무역 규제를 할 경우, 한국의 피해가 더 크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히루오비’의 14일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한국과 일본이 서로 무역 규제를 할 경우, 한국의 피해가 더 크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한·일 관계 악화할수록 동북아 정세 불안…日 안전 보장에도 득 안 돼”

동북아 정세 불안 등을 이유로 일본 정부의 대한국 강경 조치에 재검토를 촉구하는 언론인도 있었다. 하루나 미키오(春名幹男) 전 교도통신 워싱턴 지국장은 역사 인식 문제와 통상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최근 일련의 조치가 어디까지나 통상 정책상 조치이며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애초 수출 규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스가 관방장관도, 세코 경제산업성 장관도 모두 ‘징용공 문제로 양국 신뢰 관계가 무너진 데 따른 조치’라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그것이 기록에 남아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WTO에 제소할 경우 일본이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나 전 지국장은 또 “현재의 한·일 공방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함으로써 더 심각한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데, 바로 동아시아의 파워 밸런스 변화”라고 했다. 현재 동아시아 안보는 중국·러시아·북한이라는 이해 당사국에 대해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한·일 양국이 자국 내에 미군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아슬아슬한 파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한·일 중재에 실패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 저하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더욱 곤란한 것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상대에 어려운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정권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도 한국 경제가 좋지 않아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일본에 강경하게 나가면서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서로 혹독한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장점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하루나 전 지국장은 “일본이 강력한 대항 조치를 취할수록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한 한국 측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한국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오랜 피해자 의식이 있어 일본으로서는 충분히 정당한 조치라도 한국 측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는 “한·일 관계가 악화될수록 동아시아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고, 이는 일본의 안전 보장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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