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했던 이준익 감독의 ‘동주(2016)’는 일본에 대한 항일 운동 과정보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였던 그의 친구 송몽규의 우정과 좌절을 그렸다. 일본을 절대악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한·일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미국 시각에서 일본을 균형 있게 다룬 영화도 있다. ‘도라 도라 도라(1970)’는 일본 시각에서 진주만 공습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다룬다. 로맨스와 같은 극적 요소 대신 철저한 고증에 집중, 한 편의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하지만 미국 중심으로 전개됐던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주만(2001)’보다 깊이가 있다.

진주만 공습으로 수모를 겪은 미국이 일본에 거둔 첫 대승, 미드웨이 해전을 다룬 영화 ‘미드웨이(1976)’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태평양전쟁의 전환점이기도 했던 미드웨이 해전을 미국과 일본 간의 치밀한 정보전을 중심으로 그려낸다. 일본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고자 한 노력이 역력하다. ‘미드웨이’는 오는 11월 리메이크작이 개봉된다. 두 영화가 미국과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과달카날 전투를 소재로 군인의 심리를 풀어낸 영화 ‘씬 레드 라인(1998)’도 있다. 영화는 일본군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강조하기보다 미군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일본군의 연합군 포로수용소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원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탈피한 또 다른 예다. ‘감각의 제국(1976)’ 등 문제작을 만들었던 오시마 나기사가 감독했다. 조선 출신 일본군 가네모토와 네덜란드 포로 드 용의 동성애 코드는 다소 충격적이다. 영화 출연과 함께 음악까지 맡았던 사카모토 류이치의 영화 주제곡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2007)’과 ‘이오지마(硫黃島)에서 온 편지(2006)’는 ‘이오지마 전투’에 대한 두 개의 시선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오지마 참전 용사의 아들인 제임스 브래들리가 쓴 ‘아버지의 깃발(2000)’과 일본군을 지휘했던 구리바야시 중장이 전사(戰死) 직전까지 본국으로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출간된 ‘옥쇄(玉碎) 총지휘관의 그림 편지(2002)’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버지의 깃발’은 미국 시각,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 시각을 담았다. 두 영화 모두 전쟁의 참상과 젊은이의 희생이 지닌 의미를 보편적 시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한 걸작이다. 일본 사회 속 ‘전쟁’과 ‘평화’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던진 애니메이션도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 2(1993)’다. 도쿄를 향한 폭격 테러와 그에 따른 사실상의 계엄(“일본의 현행 헌법상 계엄령 선포가 불가능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상황을 다뤘다. “부정한 평화가 정의로운 전쟁보다 낫다”는 대사도 인상적이다.

김두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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