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사진 연합뉴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최근 경영 실적 악화 및 주가 하락 탓에 표정이 밝지 않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나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1.5% 감소한 4976억원에 그쳤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잦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주가도 하락세다. 8월 21일 코스피 종가 기준 LG화학(32만8000원)과 SK이노베이션(16만4000원)의 주가는 1년 전보다 15%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24만9500원)는 13%가량 올랐지만 지난해 9월 26만원을 넘겼던 주가가 25만원 이하로 내려선 상태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전기차 배터리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은 한국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은 1650억달러(약 198조원),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은 530억달러(약 63조원) 규모였는데, 2025년이 되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전기차 배터리로 바뀌는 지각변동이 몇 년 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해외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모든 신차의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1㎞당 95g 이하로 제한했고, 2030년까지 이보다 37.5% 더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는 줄고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게 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유럽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때문에 이런 환경 규제는 국내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출할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 회사인 BYD, CATL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에만 4만5000~5만위안(약 737만~81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전기차에 거의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은 2020년 이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자동차 수익 핵심이 자동차 제조에서 배터리 제조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 제조 비용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UBS가 공개한 미국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부품 가격 비율 자료에 따르면 부품 가격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였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을 포함하면 최대 70%에 달한다. 전기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라 전자 제품의 집약체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배터리 3사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협업, 개방형 혁신, 수평적 파트너십 강화해야

문제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경쟁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업체들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기 위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에 2024년까지 10조원 투입 계획을 밝혔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수조원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각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는 배터리,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이 모두 전기차를 매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배터리 3사가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협업

우선은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해외 기업들은 자국 내·외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도요타는 2017년부터 파나소닉과 배터리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CATL과 일본 혼다도 배터리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 간 협업은 요원하다. LG화학과 삼성 SDI, SK이노베이션이 각각 개별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이자 사실상 국내 유일의 전기차 테스트베드인 현대차그룹과도 협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과학원과 공동 연구하는 CATL, 동경공업대와 연구하는 도요타 등 국가 연구기관이나 대학과 활발히 교류하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대다수 한국 기업은 산학 연구도 드물다. 각자도생만으로는 글로벌 기업들과 맞서기 어렵다.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첨단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기업이 국내에 많은데 협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며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모여 협업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이나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개방형 혁신 전략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하다. 모터, 배터리, 플랫폼(차의 뼈대가 되는 차체)이 사실상 전부다. 그리고 이는 서로 큰 수고를 하지 않고 기술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특히 ‘모듈형 아키텍처’에서 전기차는 자동차 주요 기능을 묶어 블록(모듈·부품 덩어리) 형태로 만든 다음, 이를 레고블록을 끼워 맞추듯 조립해 차를 만든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복잡하고 폐쇄적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외부와 협력을 통한 혁신)’을 이룰 환경을 만든다. 이것은 배터리 업체들도 보다 개방적인 전략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3│수평적 파트너십 구축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형적인 수직 통합 구조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모기업에서 1·2·3차 협력사(부품 업체)로 연결되는 피라미드식 구조가 점차 파괴되는 분위기다. 자동차에 적용할 기술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이런 구조가 오히려 부담이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제조사들이 글로벌 대형 부품 업체가 만들어놓은 기술 종합 세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한국도 수평적 파트너십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업체도 적극적인 합종연횡 전략을 구사해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김문관 차장,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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