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본사(왼쪽)와 일본 파나소닉 본사. 사진 블룸버그
중국 CATL 본사(왼쪽)와 일본 파나소닉 본사. 사진 블룸버그

2년 전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 이변이 일어났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업계 전통 강자인 일본 파나소닉의 시장 점유율을 앞선 것. 일부 전문가는 “어쩌다 벌어진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추측은 빗나갔다. CATL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 배터리 제조 업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 기업이 세계 배터리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이 순위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의 고전은 뼈아프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2017년 46.6GWh(기가와트시)였던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0년 119.7GWh, 2025년 254.9GWh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릴 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협약을 맺은 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되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체에 유해한 배기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없애나가고 있는 것도 크게 영향을 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는 110만 대로 1년 전보다 54% 늘었다. 21년 후인 2040년에는 전기차가 신차 판매량의 55%를 차지하고, 전 세계 자동차(5억5900만 대) 중 33%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시장을 주도할 방법은 뭘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中, 자국 정부의 산업 보호 정책 덕분에 배터리 시장 지배

2018년에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세계 상위 10곳 중 7곳은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차지했다. 이 중 CATL은 세계 1위 자동차 배터리 제조 업체다. 이는 중국 정부의 배터리 산업 보호 정책의 과실을 자국 업체가 독차지한 결과다. 특히 보조금 차별 정책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줬다. 중국 정부는 본인들이 지정한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최대 10만위안(약 170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전기차 가격은 보통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보조금은 전기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다. 거꾸로 말하면 보조금이 없으면 전기차를 팔기 힘들다. 결국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는 완성차 업체는 보조금을 받기 쉬운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중국 배터리 업체는 정부의 우산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이미 전 세계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기다 중국은 올해부터 신에너지차(NEV) 의무 생산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 내연기관차를 연간 3만 대 이상 생산·수입하는 기업은 자동차 생산량의 10%를 신에너지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차)로 채워야 한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한동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국산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20년 말까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폐지할 계획이라 자국의 전기차 관련 기업 상당수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배터리 업체의 90%가 통폐합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미 보조금 지급 규모는 줄고 있다. 이런 탓에 BYD는 3월부터 중국 광저우에 있던 전기차 버스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 NIO는 상하이에 공장을 신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정부 보조금이 없어지면 외국 업체와 실력으로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인 배터리 성능은 일본·한국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보조금이 사라진다면, 일본과 한국 배터리를 선택하는 전기차 회사가 나올 수도 있다. 사토 노보루 나고야대 객원교수는 일본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 기고에서 “예정대로 보조금이 중단되면 중국 현지 전기차 회사나 배터리 업체는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배터리 시장 1위 탈환 노리는 일본, 기업 간 연합이 대세

일본 기업은 타사와 합종연횡하며 전기차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우선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배터리 수주 계약을 체결해 판로를 확보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함께 미국 네바다주에 세운 공장인 기가팩토리의 연간 생산량을 35GWh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혼다와 미국 GM도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지난 6월 중국 CATL과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CATL은 2020년부터 중국 시장에 판매할 도요타 브랜드를 단 전기차에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한다. 양사는 또 차량용 배터리의 품질 향상과 규격의 공통화, 배터리 재사용 등에 대해 협업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또 다른 중국 회사 BYD와도 손잡았다. BYD는 배터리 제조업으로 출발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회사다. 도요타와 BYD는 중국 시장을 위한 전기차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앞서 도요타는 올해 초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와 파나소닉의 출자 비중은 각각 51%, 49%로 2020년부터 공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공동 설립하는 회사는 파나소닉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공급하는 물량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국내외 주요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요게이자이’는 “전기차에선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2030년까지 전기차 550만 대를 생산하려는 도요타는 배터리 공급원 다양화로 안정을 추구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충전 시간이 짧고, 한 번 충전으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신에너지 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도요타, 닛산, 파나소닉, 혼다 등 23개 대기업과 15개 대학 연구기관이 참가하는 100억엔(약 1136억원) 규모의 전고체배터리 양산 4개년 개발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선봉은 도요타다. 도요타는 전고체배터리 전해질 관련 해외 특허 출원 건수 세계 1위 기업이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의 전고체배터리 해외 특허는 133건으로 2위인 미국(40건)의 세 배 이상이다. 한국은 20건에 불과하다.


plus point

‘배터리 왕’ 창업 8년의 CATL

중국 CATL은 세계 차량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CATL 점유율은 16%로 15%를 기록한 파나소닉을 제쳤다. 2011년에 설립한 CATL이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나소닉(1918년 설립)을 뛰어넘은 것이다.

CATL은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의 소도시 닝더(宁德)에 있는 회사로 중국어 이름(宁德时代⋅닝더스다이)을 풀이하면 ‘닝더의 시대(the age of Ningde)’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닝더는 CATL 회장 쩡위췬의 고향이다. 그는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배터리 엔지니어다. CATL은 일본 배터리 제조사인 ATL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해 100% 중국 자본으로 설립했다.

CATL은 한국 기업만 생산하던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의 대량 양산도 시작했다. 쩡 회장은 지난 4월 “니켈 함량이 80%인 고성능 배터리 NCM11을 대량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며 “고객 요구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NCM11은 배터리 원자재인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8 대 1 대 1이라는 의미다. 니켈 함량이 많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 번 충전으로 더 긴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안정성이 떨어져 양산할 때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CATL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스타’로 떠오른 것은 독일 자동차 기업 BMW와 10억유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획을 한 이후였다. CATL은 이후 BMW의 명성을 갖고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닛산자동차, 혼다자동차 등과 줄줄이 거래를 텄다. 이외에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독일 동부에 2억4000만유로를 들여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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