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주 중앙대 경영학과, 삼성SDI 마케팅 기획, 디스플레이뱅크 공동대표, SNE리서치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광주
중앙대 경영학과, 삼성SDI 마케팅 기획, 디스플레이뱅크 공동대표, SNE리서치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전기차 배터리는 메모리 반도체를 능가하는 한국의 차세대 최대 신산업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은 1650억달러(약 198조원),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은 530억달러(약 63조원) 규모였는데, 2025년이 되면 역전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의 김광주(56) 대표는 8월 19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삼성SDI 출신이다. 그는 1990년대 말 삼성SDI가 브라운관 세계 1위를 하던 시절에 마케팅과 기획 업무를 했다. 이후 액정표시장치(LCD)가 브라운관을 완전히 대체했을 때 회사를 나와 디스플레이 리서치 업체를 창업했고, 이후 2010년 SNE리서치를 차렸다.

SNE리서치는 세계 71개사와 계약하고 매달 어떤 전기차가 얼마나 판매되고, 그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장착됐는지를 조사한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을 비롯해서 파나소닉(일본), 삼성SDI(이하 한국),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일본 노무라 증권 및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이 회사가 조사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 중 전기차(순수 전기차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더한 것)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5% 수준에서 2030년에는 30%로 대폭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비중이 30%에 도달하는 시점이 현재 전망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라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와 성장 전망치가 궁금하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에너지양 기준으로 1272GWh(기가와트시)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집계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99.9GWh였다. 8년간 1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뜻이다. 1GWh는 10만 가구(4인 기준) 이상이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전기차로 환산하면 5만 대 이상, 스마트폰 기준 9000만 대 이상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양은 1.8GWh였다. 2025년까지 22.5GWh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 역시 앞으로 1100% 이상의 성장이 전망된다.”

글로벌 출하량 기준 세계 10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 중 7곳이 중국 업체다. 왜 그런가.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했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는 동시에 자국의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강화를 노리고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자국 업체에만 편파적으로 지원했다. 이 때문에 삼성SDI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2015년 말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해 곤경에 처했다.”

중국·일본 배터리 업계의 주요 연구·개발 분야는 어떤 것인가.
“중국은 한국 업체들을 기술적으로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이 앞서는 ‘NCM811(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8 대 1대 1인 차세대 배터리, 주행 거리는 길어지고 가격은 낮아 효율적이다)’을 중국이 적극 개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출력은 높고 안전성은 강화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도요타는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협력 상황은 어떤가.
“국내 업체들은 주로 독일이나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GM의 전기차 볼트 시리즈나 독일 아우디의 전기차 E-Tron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지리(Geely)와도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발표했다. 삼성SDI는 독일 BMW의 i3, 폴크스바겐의 e-Golf에 납품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중국 내 JV를 통한 중국 시장 진출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노코멘트이지만, 폴크스바겐과 JV를 추진하는 동향이 계속 파악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상황을 더 말해 달라.
“한국 배터리 3사 모두가 독일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특정 업체가 아니라 주요 업체들과 고루 협력한다는 점에서 폴크스바겐과 국내 업체들의 관계는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개별 회사의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이미 계약한 고객사에 본격적으로 납품하는 시점이 2021년쯤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영역을 더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기차의 기본인 ‘플랫폼(전기차의 핵심인 모터와 배터리 등을 포함한 차량의 기본 뼈대)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다양한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해 보면서 자사 플랫폼에 잘 맞는 제품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폴크스바겐의 MEB, 르노닛산의 EV2020, 현대‧기아차의 E-GMP 등이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규격화될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플랫폼 개발과 발을 맞춰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협업만 잘 이뤄진다면 한국 배터리 업체의 매출이 급증할 수 있다. 전기차 제조 원가의 절반가량을 배터리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동유럽 진출이 가속화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는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가깝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건비가 저렴하고, 해외 투자 기업에 대한 현지 정부의 세제 혜택도 많다. 역사적으로 공학이 발달해 인건비 대비 인력의 질이 높다는 것도 매력이다.”

동유럽 외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많이 진출하는 국가는 어디인가.
“중국과 미국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이미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지역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 공장이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 공장이 잘 돌아가려면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급이 원활해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른 대처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배터리 업체가 제조 공장 곁으로 가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뭘 하고 있나.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 발전을 위한 제언은.
“정부는 최근 배터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산업기술보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중국 진출을 목적으로 JV를 추진하는 국내 업체들의 원천 기술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배터리 소재의 국산화도 지원하기로 했다. 한·일 무역 갈등 이후, 일본이 한국에 배터리 소재 수출을 제한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배터리 산업에 관심을 갖고 실질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계속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지원이 계속된다면 배터리가 더 빨리 한국의 주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은 모두 전기차를 매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배터리를 중심으로 신성장 분야를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를 구축하거나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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