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훈 서강대 경제학과, 서울과학종합대 경영학 석사, SK이노베이션 글로벌사업개발 부장, 배터리 사업부장, 배터리 본부장 / 사진 SK이노베이션
강상훈
서강대 경제학과, 서울과학종합대 경영학 석사, SK이노베이션 글로벌사업개발 부장, 배터리 사업부장, 배터리 본부장 /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 중 후발 주자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올해 2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67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손실 규모는 작년 4분기 1107억원, 올해 1분기 869억원에서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이 회사는 2021년 영업이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르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발표한 해외 전기차 배터리 투자 계획만 4조2000억원 이상이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강상훈 SK이노베이션 사업기획본부장(전무)은 8월 20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전망이 밝고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중 처음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톱10’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배터리 업계가 세계를 선도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 중소 업체들이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에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강 본부장은 SK에서 평생을 보낸 ‘SK맨’이다.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의 전신인 SK유공에 입사해 글로벌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16년부터 배터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와 성장 전망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매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두 배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도 이런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발표한 전기차 출시 계획과 현재까지의 성장 속도를 바탕으로 예상하면 2025년 전체 시장 규모는 700GWh(기가와트시)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2017년 규모의 10배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 왜 그런가.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를 국가 성장 산업으로 간주하고, 자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 배터리 산업을 지원·육성해왔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근황은.
“지난해부터 역량이 부족한 업체들의 성장이 둔화하는 분위기다. 중국 배터리 업계가 조정 과정에 접어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이들과 협력하는 한국 업체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10위권 회사 중 4개 회사만 중국 업체였다.”

한국 업체의 순위가 높아졌다는 것인가.
“그렇다. 올해 상반기 현재, 세계 시장 1위가 중국의 CATL이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SK이노도 1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4.7GW 규모의 한국 서산 공장만으로 이 같은 순위를 실현했기 때문에 향후 헝가리 공장과 중국 창저우 공장까지 가동하면 순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의 위상이 궁금하다.
“현재 SK이노는 세계 8위 수준이다. 톱클래스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기차의 본격적인 성장 시점을 맞아 SK이노가 가진 고니켈(Ni)계 양극 적용 기술, 파우치셀(Pouch Cell) 기술, 분리막 제작 기술 등에 많은 전기차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에 수주 실적이 430GWh 규모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향후 글로벌 ‘톱5’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이노의 해외 진출 계획도 궁금하다.
“유럽, 중국, 미국에서 동시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올해 말, 미국은 2021년에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하다 보니 일손이 달리기도 한다.”

동유럽 진출을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본격화하는 유럽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동유럽은 유럽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생산의 전초 기지로, 이미 많은 자동차 공장과 부품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유럽 시장 접근성,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 자동차 산업 인프라가 효율적으로 구비돼 있는 동유럽 지역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고려하겠다.”

유럽연합(EU)은 역내에서 자동차를 파는 제조사를 대상으로, 2021년에 출시되는 신차부터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95g 이하에 맞추도록 했다. 휘발유 차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휘발유 1L당 24㎞ 이상의 연비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초과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제조사로서는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차만 팔아서는 이 기준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021년부터 전기차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가 배터리를 납품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어디인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주요 자동차 회사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다임러다. 최근에는 유럽 이외 지역의 회사에서도 배터리를 공급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

영업이익 실현이 기대되는 시점은.
“2021년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매년 배터리 공급 능력을 늘려가지 못하면 뒤처질 것으로 본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는 더 큰 투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양산 확대 계획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2021년 영업이익 실현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도요타는 BYD와 손잡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도요타 사례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대형 배터리 업체인 BYD의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BYD를 파트너 삼아 중국 시장의 빗장을 열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SK이노는 우수한 기술과 안정적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베이징자동차, 독일 폴크스바겐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른 회사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현황은.
“리튬이온배터리는 이론적인 용량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리튬이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넘어서면서, 수명과 안전성, 가격과 양산성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단기간에 완성하는 건 쉽지 않다. 최근에 도요타를 중심으로 한 전고체배터리(all solid state battery) 개발에 화제가 집중되고 있지만, 2030년 이전에 상업적인 양산은 어렵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학계·산업계 연구진과 협업하는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을 통해 차세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단순히 배터리 사업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SK그룹과 협업해 소재 개발부터 배터리 재활용까지 연계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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